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본격적인 출항의 닻을 올렸다.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 처음 소집된 야구대표팀은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지휘하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전승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오는 22일 태국, 24일 대만, 25일 홍콩 등과 각각 오후 6시30분(한국시간)부터 대결할 예정이다. 약체인 태국과 홍콩은 전력차가 워낙 크기에 걱정할 게 없지만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대만전이 변수다. 조 1위를 차지해야 결승까지 순항이 가능한데다, 어차피 결승에서 재회할 가능성이 높은 대만에 대한 기선제압의 의미도 있다.

A조에는 일본 중국 파키스탄 몽골 등이 포진해 있다. 일본이 A조 1위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한국이 조 1위를 확정하면 대만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만나게 돼 어느 팀이 올라오든 최대한 힘을 빼고 올라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우승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5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국야구는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이 절실하다.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사상 최초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당시 사령탑이 바로 지금의 류중일 감독이기도 했다.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동기부여가 강할 수 밖에 없다.

야구 대표팀은 '병역 원정대'가 아니다

한편으로 이번 대표팀은 구성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우승을 위해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만을 구성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팀별 안배와 병역 미필자를 배려하는 데 치우친 듯한 선수 구성은 논란을 자아냈다.

류중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최고의 선수 구성"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 말에 공감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김광현, 양현종, 박병호 등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선수들도 있지만, 소속팀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강민호, 임창용의 선발이나 몇몇 미필자 선수들의 검증되지 않은 기량은 자격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선수마다 오락가락하는 선발 기준과 잦은 말바꾸기는 신뢰감을 더욱 떨어뜨렸다. 자칫 지난 월드컵에서 '엔트으리' 논란을 일으키며 몰락했던 축구대표팀의 '시즌 2'를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표팀의 정체성이 '병역 원정대'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프로구단들도 기왕이면 자기 팀의 유망한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더 국제대회를 통하여 병역 혜택을 얻기를 희망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프로 선수들은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릴 만큼 누리고 있는 존재들이다. 비교적 만만하고 우승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게임을 이용하여 소수의 프로선수들만 병역 면제와 FA 취득에까지 각종 특혜를 독점하는 구도가 아시안게임의 취지나 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과연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올림픽에서도 퇴출된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도 과연 계속 존속되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이들도 많다.

이번 대표팀 구성을 보면 '아시안게임은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혹은 자만심)이 엿보인다. 류중일 감독은 아예 이번 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호언장담했다. 최소한 우승은 기본이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번 야구대표팀의 정당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복병으로 꼽히는 대만과 일본은 비록 최정예 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한국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이 사회인 야구 소속이 주축이 된 일본과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대만에 패해 동메달에 그치며 톡톡히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당시에도 상대를 경시하고 병역 미필자 위주로만 선수들을 구성했다가 호된 쓴 맛을 본 케이스다.

특히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 마이너리그 등에서 활약하는 12명의 해외파가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대만 현지 언론에서 24일 한국전 선발로 거론하고 있는 장사오칭(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을 비롯하여 왕위에린(시카고 컵스)  에릭 첸(요코하마) 등 빠른 공을 갖춘 투수들이 많아서 경계가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는 팀이 있다면 그것은 대만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증명해야할 시간이다. 류중일 감독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망신을 설욕할지, 아니면 또 한번의 치명적 실수로 '제 2의 홍명보'로 전락할지 눈길을 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