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싸움도, 4위 전쟁도, 탈꼴찌 경쟁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아시아의 축제를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24명의 스타플레이어들(아마추어 1명 포함)은 치열했던 순위 경쟁을 잠시 멈추고 '태극 전사'가 돼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프로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지난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3번이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구기 종목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야구가 이번에도 스포츠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들, 아시안게임에 운명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종목에 걸려 있는 금메달은 단 하나다. 사실 야구 종목의 메달 색깔이 한국선수단의 종합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렇다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얻는 연금 점수가 올림픽만큼 높은 것도 아니다. 억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스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야구 종목에 몰려 있는 스포츠, 특히 야구 팬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선수들도 한국시리즈 이상으로 아시안게임에 집중한다. 바로 군미필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사안게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NC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2명, 나머지 5개 구단은 1명의 미필 선수가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일한 아마선수인 홍성무(동의대)가 내년 신생팀 KT위즈에 입단할 예정이기 때문에 10개 구단 선수들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셈이다.

이중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이 주전 2루수, 롯데의 황재균이 주전 3루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소속팀 넥센에서 주전 3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민성은 멀티 능력을 발휘해 전천후 백업을 맡을 예정이다.

외야에도 롯데 손아섭과 NC 나성범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KIA타이거즈의 4번 타자 나지완 역시 오른손 대타 요원이나 지명 타자로 대표팀에 힘을 더할 것이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요원 이태양(한화 이글스)과 이재학(NC), 그리고 불펜 투수 유원상(LG트윈스), 차우찬(삼성), 한현희(넥센)가 군미필 선수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대표팀의 원투펀치인 양현종(KIA)과 김광현(SK)이 준결승과 결승에 등판하기 위해서는 오는 24일 대만전에 투입될 이태양과 이재학의 호투가 절실하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야구 대표팀 24명의 선수 중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못한 선수는 총 13명. 전체 엔트리의 절반이 넘는 많은 숫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추신수와 강정호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표팀의 미필 선수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금메달과 병역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 금메달 따고 해외진출 이룰까

사실 이미 군대를 다녀 왔거나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제대회의 맹활약으로 후배들에게 병역 혜택의 길을 열어주는 선수들에게는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대표적인 예가 '국민 타자' 이승엽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2위(3.39), 탈삼진 5위(131개)에 올라 있는 김광현 역시 만 20세이던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찌감치 병역 혜택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김광현의 공식적인 역할은 '합법적 병역 브로커'다.

하지만 김광현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 어떤 선수보다 절실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김광현이 희망하고 있는 해외 진출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2012 시즌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김광현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만 해외 진출 자격 일수를 채울 수 있다. 물론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쪽은 SK구단이지만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를 보내지 않을 명분은 크지 않다.

김광현은 대회 기간 중 몸에 이상만 없다면 결승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으로서는 홈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에이스로서 위용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작지 않을 것이다.

류현진, 추신수는 물론이고 오승환, 이대호 등 해외파가 아무도 합류하지 못했다. 리그가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으면서 믿을 만한 투수도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금메달을 향한 의지는 그 어느 대표팀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의지가 집중력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 야구의 금메달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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