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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은 장악됐다. 권력의 홍보도구로 전락했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상태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얼마나 끔찍한 참극이 벌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60~70년대에 기자생활을 했던 언론인들은  기자가 '기레기'라고 불리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70년대 <동아알보>에서 해직되어 동아 투쟁 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연합 이사장을 15일 서면으로 만났다. 현재 언론 상황 그리고 새로 설립되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김종철 이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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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과 나눈 일문 일답이다.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개월이 돼 가지만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 현실을 어떻게 보세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7시간이나 행방이 묘연했던 데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면서 자신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야지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서 희생자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약속한 대로 정부의 책임을 밝히는 데 앞장서는 한편 청와대 들머리에서 장기간 농성하고 있는 유족들을 만나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술수로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국회에서 야당과 함께 제정하는 길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선명한 장외투쟁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새누리당의 책략에 끌려다니는 행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유족들이 절실히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 그리고 새누리당이 가장 중요한 '민생 문제'인 세월호 참사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빚어진 국정의 파탄입니다."

-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참사 초기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심해진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세요?
"KBS는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한동안 공정보도를 위한 노력을 하는 듯했으나 후임 사장 역시 '도로 길환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으로 유력시되는 이인호씨 역시 뉴라이트라서 KBS의 앞날은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의 길에서 한참 멀어진 MBC는 더 이상 비판할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그 자매 매체인 종편방송들이 나날이 만들어 내는 '세월호 참사 지우기 프레임'은 권력과 밀착한 언론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을 어떻게 오도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에겐 '폭력언론'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김종철 이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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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위원장께서는 60~70년대 언론인 생활을 하셨잖아요. 그 때와 자금의 언론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1967년 11월에 제가 동아일보사에 기자로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대다수 언론은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공작'에 휘말려들거나 암묵적으로 그것을 방조하고 있었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특별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헌정쿠데타인 '유신'에 대해서는 가장 앞서가던 <동아일보>는 물론이고 그 어떤 매체도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못했습니다. 1974년 초부터 박정희가 죽음을 당한 1979년 10월까지의 긴급조치 시대에, 동아일보사의 젊은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앞장선 시기를 빼면 모든 신문과 방송은 철저히 눈과 귀를 막은 채 유신독재정권에 굴종했습니다.

그 시기에는 긴급조치가 무서워 그랬다 치더라도 오늘날의 보수언론은 스스로 권력의 나팔수가 되거나 그 자체가 권력이 되어 비탈을 내려가는 자전거처럼 제동을 걸 수 없는 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 언론은 사회의 공기 혹은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흉기가 돼 버린 것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사회의 공기 또는 빛과 소금이라는 말은 보수언론에게는 뜬 구름 같은 것입니다. 사회적 흉기나 '폭력언론'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요.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언론사 자체가 완전히 사유화되어 권력과 공생하기 때문입니다."

-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언론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김 위원장께서는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동아·조선일보처럼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며 국민의 눈을 흐리고 그 신문을 보는 독자들을 비인간적 세계로 몰아붙이는 매체는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고 비판하셨어요. 조중동 폐간 운동이 10년 넘었지만 아직도 신문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추방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먼저, 언론사를 사유화해서 대대로 세습하고 있는 족벌의 지배구조를 국민주주 주도의 체제로 전환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 언론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언론 현장의 노동자들이 시민들과 힘을 모아 거대한 보수언론집단에 맞서는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실천해야 합니다. 한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 새로 설립되는 자유언론실천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으셨는데 재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74년 10월 24일에 시작된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역들, 1980년 '신군부'의 광주 학살에 저항하는 뜻으로 신문과 방송 제작을 거부하다 쫓겨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그리고 이명박 정권 시기에 해직당한 MBC, YTN 등 언론노동자들의 정신과 이념을 되살려 현역과 해직 언론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운영해 나갈 '새로운 언론공동체'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인터넷 뉴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매체입니다. 그동안 시민기자들과 후원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영진과 전문언론인들의 노력으로 영향력이 아주 큰 매체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민주화와 통일, 그리고 민중의 따뜻한 삶을 위해 더욱 정진하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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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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