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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습지의 연못이 머금은 물은 흘러내려 금오산 대혜폭포의 원천이 된다.
▲ 금오산 성안습지 입구 성안습지의 연못이 머금은 물은 흘러내려 금오산 대혜폭포의 원천이 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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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토요일, 가을에 접어든 화창한 날 정오 무렵 금오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성안습지에 올라갔다.

금오산은 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과 칠곡군 북삼읍에 걸쳐 있는 산이다. 금오산이라는 이름은 이곳을 지나던 고구려의 승려인 아도스님이 저녁 노울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지었다고 유래되며 이외에도 대본산, 남숭산과 같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단다.

해발고도 976.6m의 금오산은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화강암질 편마암을 뚫고 분출한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암류로 이뤄져 있다. 또, 안산암과 유문암으로 구성된 금오산 화산암류는 침식에 강해 경사면이 가파르고 험한 특징이 있다. 화산암의 종류에는 제주도의 돌하르방을 만들 때 쓰이는 구멍이 숭숭 뚤린 현무암도 있다.

금오산의 깍아지를 듯한 정상부근 헬기장에서 아래 남서쪽 방면으로 600여미터를 내려오면 성안습지가 있다.

성안습지는 금오산 정상부근에서 내려가는 길과 할딱고개 지점에서 나오는 갈림길을 통해 2km 가량을 직접 올라가는 길이 있고 경북환경연수원에서 칼다봉을 거쳐 3.4km나 되는 길이 있다. 또한 칠곡군에 속하는 금오동천에서 2.7km 되는 길도 있다.

나는 이날 금오산 등반길 중 가장 험난한 코스고 숨이 찬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할딱고개 지점에 나 있는 갈림길을 따라 대혜폭포 위에 설치된 간이 저수지를 거쳐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금오산 정상을 오르는 길과 더불어 성안습지 가는 길도 여러군데가 있다.
▲ 금오산 성안습지로 가는 안내판 금오산 정상을 오르는 길과 더불어 성안습지 가는 길도 여러군데가 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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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할딱고개에서 내성을 거쳐 현월봉 정상만을 오르는데, 금오산을 자주 찾다보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곳곳이 장관인 금오산에 매료되어 결국엔 성안습지에도 호기심을 갖게 된다.

해발 800m에 형성된 성안습지는 비교적 평탄한 분지 형태를 이루며 옛적에 금오산성 내에서 사람들이 살기도 해 성안마을이라고 불린다.

습지로 생태복원된 성안은 한때 450명이 넘는 인구가 되었던 적도 있으나 1977년도에 내무부 지시의 화전정리사업으로 인해 지금은 과거에 집터가 존재했던 흔적만을 간간이 느낄 수가 있다.

1970년때까지 성안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라, 이곳 성안마을에서 산아래의 학교에 다녔을 아이들과 장날이면 이따금씩 장터를 오갔던 옛적 성안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산길을 올라갔다.

그리 거세지 않게 졸졸 흐르는 계곡물과 그 위로 우거진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로 인해 참으로 선선하기 짝이 없는 길이였고, 금오산을 오르는 다른 산길에 비해 등산한다는 느낌보다는 산너머 산속에 있는 마을로 여행을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햇빛이 그다지 들지 않는 성안 가는 길의 곳곳엔 풍화침식으로 인해 조각난 바위와 돌들이 많았다. 조각난 돌들로 계단을 만들고 축대를 쌓았던 옛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서린 흔적들이, 역시 옛적에 사람이 많이 다니던 길이었음을 일깨워준다.

금오산에는 풍화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부서진 돌들이 많이 있다.
▲ 성안가는 길에 있는 돌로 쌓은 축대와 돌계단 금오산에는 풍화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부서진 돌들이 많이 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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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딱고개에서 1시간여 걸려 도착한 성안습지는 하늘 가까이에 있는 땅답게 구름과 어우러져 참으로 고즈넉했고 평화로운 곳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곳이다.

"어떻게 산정상 부근에 이런 곳이 있을까"하며 저절로 감탄하게 되는 곳이 성안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의 소감일게다.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
▲ 성안 연못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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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1월 달에 눈덮힌 칼다봉을 홀로 올라 길을 잃어버리게 되어 우연히 도달한 곳이 성안이었다. 온사방이 눈으로 뒤덮혀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였으며 이름 모를 산짐승의 발자욱과 눈내리는 주변 풍경이 더없이 고요했고 적막감이 느껴졌던 곳, 당시 처음으로 조우했던 성안과의 첫만남의 순간이 떠올랐다.

사방이 눈으로 인해 성 안의 진면목을 깨닿지 못했지만, 언제고 다시 찾을 날이 있을 것이란 생각 속에 약 11개월 뒤 12월 겨울의 초입에 사람들과 함께 성안을 다시 오게되었고, 눈은 쌓이지 않아 금오산 높은 곳에 위치한 저수지를 비롯해 성안의 정경과 신비함을 만끽할 수가 있었다.

눈으로 뒤덮혀 성안의 매력을 그다지 느끼진 못했다.
▲ 지난해 1월에 처음 방문했던 성안 눈으로 뒤덮혀 성안의 매력을 그다지 느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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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방문만에 성안의 아름다움을 최초로 느끼게 되었다.
▲ 지난해 12월에 두번째로 찾은 성안 두번째 방문만에 성안의 아름다움을 최초로 느끼게 되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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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조 때에는 이곳에 9개의 우물과 7개의 저수지가 있어, 가뭄이 들지라도 산아래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성안마을 사람들은 물 걱정이 덜했다고 한다.

성안은 해발고도가 800미터가 되는 만큼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0도씨 정도로 서늘해 감자와 고랭지 채소가 유명한 특산물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화산회토와 부식토가 풍부한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성안마을 사람들이 산정상에서도 자급자족하며 잘 살 수 있는 자연환경 조건이 되었다.

조선시대 금오산성에 군사들이 주둔했을 당시엔 성안마을 사람들이 먹거리를 제공하며 부대끼며 살았을 역사의 뒷이야기가 가득차 있을 법한 곳 바로 성안이다. 또한 옛적엔 감자술로 유명했다고해 조선시대 군영 당시 성안마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감자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했을 옛모습도 떠올려 보게된다.

지금은 다양한 식물들의 천국으로 변모하게된 성안습지다.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고는 있는 요즘이지만, 아직은 자연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성안습지에 피어나는 여러 아름다운 꽃들의 이름을 몰라 아쉬운 감이 많이 든다.

이름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지만, 비슷하게 생긴 '싱아'라는 산기슭의 꽃과 닮았다. 자연에 대한 무지함을 반성하게 만든다.
▲ 성안습지에 가득한 꽃 이름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지만, 비슷하게 생긴 '싱아'라는 산기슭의 꽃과 닮았다. 자연에 대한 무지함을 반성하게 만든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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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 평소에 가보기 힘들었던 성안습지를 찾아 볾으로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늑함을 맛볼 수가 있었다.
▲ 성안습지는 금오산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 평소에 가보기 힘들었던 성안습지를 찾아 볾으로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늑함을 맛볼 수가 있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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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성안에 오게되면 자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옛적의 성안은 적지않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면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세월이 흘러 목숨이 다해 산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했던 곳이다.

지금은 사람을 대신해 성안마을 이전부터 살아왔을 동물과 식물들의 원래 안식처로 변모했다. 사람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됨을 배우게 되는 곳이 바로 금오산 성안습지의 매력이 아닐까.

깊은 산속 옹달샘에 다가와 토끼가 물을 마시며 한가로이 뛰어 노닐듯한 성안 습지,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없이 훌륭한 자연의 가르침을 배워갈 수 있는 곳이다. 깊어가는 가을엔 성안습지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 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금오산 성안습지,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금오산성, #성안마을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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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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