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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에 대해 "불법적으로 파견된 노동자로서, 입사 후 2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현대자동차 정규직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대법원은 2012년 2월, 다시 한 번 최병승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았다. 2012년 10월, 최병승은 천의봉과 함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철탑 위로 올라가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현대자동차는 거세지는 비난 여론에 밀려 최병승에게 '6300048'이라는 정규직 사번을 부여하는 인사발령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최병승에게 '배치대기' 명령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철탑농성에 따른 징계 등을 이유로 복직 세부사항 합의를 거부했다. 최병승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 미완의 상태다.

2012년 10월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할 당시의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
 2012년 10월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할 당시의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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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1600여명은 같은 해 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2년이 경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을 요구하는 근로자 지위 확인과 체불임금 지급에 관한 소송을 법원에 접수했다.

그런데 2014년 9월 15일 현재까지 대한민국 법원은 1심 판결조차 하지 않은 채 미루고 있다. 거의 4년이 지나는 동안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 명 구속, 수백 명 해고와 징계, 수백억 원의 손배가압류의 굴레를 뒤집어 씌웠다. 나아가 촉탁계약직이라는 또 다른 비정규직들을 현장에 투입하고, 일방적인 사내 비정규직 정규직 채용 등을 통해 불법파견의 흔적을 없애는 작업에 몰두했다.

법원은 왜 자꾸 판결을 미루나

최병승과 똑같은 조건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의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원청회사, 하청업체, 법원, 검찰, 경찰들의 폭력적인 탄압이었다.

2월 한차례 연기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1심 판결은 지난 8월 21일과 22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4년 가까이 올바른 판결을 기다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판결 연기'라는 대못이 박혔다. 8월 18일 현대자동차 '특별교섭이 합의' 때문이다.

당시 현대자동차 사측은 수백 명의 용역경비대들을 울산공장에 투입한 상태에서 현대자동차 노조, 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와 특별교섭을 벌여 합의했다.(합의 내용은 ▲ 2015년 말까지 비정규직 근로자 중 4천명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 ▲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서로 취하 ▲ 2010년 이후 해고자의 재입사 추진 등이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지회는 불참했다. 이후 사측은 소송중인 정규직 채용자들을 상대로 '소송 포기서' 제출을 강요했고, 신속하게 이를 재판부에 접수했다.

재판부는 '소송 포기서' 접수를 이유로 판결을 9월 18일, 19일로 연기했다. 결국 현대자동차 사측이 강행한 8월 18일 불법파견 특별교섭 합의는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재판 연기를 위한 '꼼수'였다. 

상황이 이러니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법원은 현대자동차 자본과 한통속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나는 1989년부터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해 왔다. 지난 25년 동안 노조원들이 법원 앞에서 "미루지 말고, 이번에는 꼭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농성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9월 15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세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5일째 노숙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이렇다.

"현대자동차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을 미루지 말고 9월 18일, 19일에 꼭 결정을 내려달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단식농성 돌입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조속히 판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단식농성 돌입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조속히 판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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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막힌 단식농성에 나선 3인은 박현제(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 이진환(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김응효(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해고자)다. 오죽 절박했으면 서울까지 올라와 단식을 할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에 대해서 두 번이나 "불법파견이 맞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병승이 해고된 후, 그 대신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당연히 최병승과 똑같은 업무지시를 받고, 똑같은 일을 했다. 그러면 최병승과 똑같이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식농성중인 세 사람은 이런 상식적인 법원의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9월 18일, 1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될 판결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사측이 또 '소송 포기서'를 접수해 재판연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 볼 것이다. 재판부가 또 현대자동차 자본의 술수에 못이기는 척, 재판을 연기 할 것인지, 아니면 법에 따라 상식적인 판결을 할지 말이다.

"아직까지는 힘든 건 없습니다. 우리 상식이 통할 때까지 끝까지 버텨 낼 겁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박현제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도대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까지 상식을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나.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박유기 기자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이자 전 금속노조 위원장입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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