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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초로 추정되는 신석기시대 초기의 석영제 마제석부(간돌도끼)등이 출토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원에서 미처 수습되지 않은 유적들이 방치돼 있다
 동아시아 최초로 추정되는 신석기시대 초기의 석영제 마제석부(간돌도끼)등이 출토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원에서 미처 수습되지 않은 유적들이 방치돼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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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여러 언론이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원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기원 전 6000년 신석기 시대 초기의 석영제 마제석부(간돌도끼)가 출토됐다"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됐다.

이곳은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인접한 곳으로, 원전 인근 골매마을 주민들이 이주할 곳이다. 유물은 이들 주민들의 전원 개발 사업을 위해 토지를 고르다 발견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이 흐른 지난 14일, 해당 지역을 방문한 결과 수습되지 않은 유물 조각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울주군 신암리 발굴현장, 토기 조각 등 유물 쉽게 보여

지난해 말, 신고리 원전 3~4호기 이주 주민들의 전원주택지 개발을 하다 신석기 시대 유물이 발견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원
 지난해 말, 신고리 원전 3~4호기 이주 주민들의 전원주택지 개발을 하다 신석기 시대 유물이 발견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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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고리 원전 3~4호 이주단지 조성부지에서는 석영제 마제석부(간돌도끼)외 신석기시대 초기의 덧띠무늬토기, 찌른무늬토기를 비롯해 작살, 이음낚시 축부, 돌칼, 긁개 등이 다량 출토됐다.

당시 발굴 조사기관인 부경문물연구원과 문화재청은 "발굴된 석기류가 어업과 관련된 것이 많고 토기류는 복원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당시 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석영으로 만든 마제석기는 동아시아에서 처음 출토된 것으로 다른 마제석기에 비해 크기가 작아 장식품이거나 의례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흑요석 석기와 사누카이트 석기 등 일본산 석재를 이용한 석기도 여러 점 출토됐다. 이 때문에 당시 발굴은 신석기 시대 일본과의 교류 양상을 알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았다.

부경문물연구원은 지난해 12월 4일 오후 현장 설명회를 열고 "유적의 성격과 일본과의 교류 양상을 연구하기 위해 정밀한 발굴 조사와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장을 찾은 14일, 이주단지 조성부지에서는 흰색으로 표시된 크고 작은 웅덩이(유구)가 곳곳에 있었다. 지난해 유물을 발굴한 흔적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가로 10cm 가량의 토기 조각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동행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아마 발굴 당시 너무 많은 양의 유물이 나와 미처 다 수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발굴 기관 "당장 현장에 가서 확인하겠다"

학계가 주목하는 신암리 유적지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밀려 문화재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유적지는 해발 10m 이하의 저평한 충적 지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일대에서는 과거에도 수차례 유물이 발견된 적이 있어 이곳이 토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었나 하는 추정도 나왔다.

학계에 따르면 이곳은 일제시대인 지난 1935년 일본인 사이토 마코토가 현장을 조사해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되기도 했다. 

이어 해방 후인 1960년대에 조사에서는 덧무늬토기가 보고됐고, 1974년 8월 국립박물관이 이 일대를 발굴하면서 여러 유적과 배수구로 보이는 너비 60㎝ 정도의 홈이 파져 있는 것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속속 들어선 후 발굴 현장에는 도로가 생기고 영업을 하는 주택도 들어섰다. 문화계 인사는 "도로와 주택지에 또 다른 유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채 도로가 나고 집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신석기 시대 유물이 속속 발굴되고 있는 현장에서 고개를 하나 돌아서 가니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울주군은 그 옆에 신고리 5~6호기를 유치,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원전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울주군 문화담당부서측은 1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울주군은 발굴 허가만 내줬고, 유적 관리는 발굴 기관 측이 관리해야 한다"며 "당장 발굴 기관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굴 기관인 부경문물연구원 측은 해당 사진을 확인한 후 "보통 유적이 발견되면 땅속을 파헤쳐 노출시킨 후 3차까지 선별한다"며 "유물은 국고에 귀속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일 경우 모두 다 귀속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이 유물이 흙속에 있다가 비가 와서 드러난 것이라면 우리가 (미처 발굴 못해) 잘못한 것이지만, 그냥 흙 위에 있는 것이라면 귀속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일 것이다. 당장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태그:#신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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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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