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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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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짝퉁(가짜) 와인'으로 멘붕에 빠진 이탈리아 와인업계를 또 한 번 좌절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 말, 이탈리아 검찰은 와인은 한 방울도 넣지 않은 채 화학성분만으로 와인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이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화학성분으로만 뚝딱 만든 '짝퉁' 와인, 무섭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이번 가짜와인 사건은 토스카나 시에나 지방에서 활동 중인 양조기술자(Enolog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이 더 크다. 앞서 이탈리아에선 지난 5월 말 토스카나에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가짜와인 사건이 발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9일(현지시각)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협회 파브리치오 빈도치 회장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 경찰청은 지난 2011~2013년 2년간 협회의 제보에 따라 수사를 한 결과, 이번에 시에나 지방에서 브루넬로 가짜와인을 만들던 제조단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경찰은 적발된 와인에 대한 성분 검사를 피렌체 농림과학 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이 가짜와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아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압수된 가짜 와인들은 거의 100만 유로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시에나에서 활동하는 양조전문 기술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포도품종을 사용해 질 낮은 '브루넬로', '로쏘 디 몬탈치노'등을 생산해 판매해왔다. 현재 경찰에 압수된 것은 총 22만600병을 만들 수 있는 16만5467리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75.620 리터, '로쏘 디 몬탈치노'는 89.847리터 정도의 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에 검거된 양조기술자는 질 낮은 와인을 만든 업주와 업체들에게 이탈리아 정부공인 등급인 DOCG, DOC 인증서를 조작해 발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생산지와 포도품종 성분 분석표 등을 허위로 작성하면서 그 대가로 총 35만 유로(한화 4억 6천만 원)를 받아왔다고 한다.

1950년 이후 가장 맛없는 이탈리아 와인 나온다?

브루넬로 와인에 품질이 좋지 않은 포도품종을 섞은 게 왜 범죄가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토스카나 지방 남부의 몬탈치노에서 만들기 시작한 이 와인은 100%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드는데, 특히 껍질이 두꺼운 산지오베제 그로쏘 품종을 쓴다.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해 색상이 짙고 타닌(떫은 맛)의 맛이 깊은 게 특징이다.

특히 장기 숙성용 레드와인의 경우 껍질, 씨 등을 통째로 사용해 발효시키는 발효과정이 무척 중요한데(1, 2차), 이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와 어떤 포도품종을 쓰느냐에 따라 레드와인의 깊은 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빈티지 레드와인일지라도 가벼운 느낌에서 묵직한 느낌까지,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가짜 와인 적발 사건에 대해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이탈리아 농업산림부 장관은 9일 언론을 통해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전통성과 신뢰성, 세계적 지명도 등을 위하여서라도 정부와 와인업계는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가짜와인 제조단 색출에 전념할 것"임을 밝혔다. 아울러 "모두가 합심해서 가짜와인 적발과 추방에 신경을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현지인들은 '정부의 해결방법이 상당히 용감하고 신뢰를 갖게 한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 날씨의 탓으로 이탈리아 포도농사가 잘 되지 않으면서, 이탈리아 와인 업계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 날씨의 탓으로 이탈리아 포도농사가 잘 되지 않으면서, 이탈리아 와인 업계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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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탈리아 와인업계를 멘붕에 빠트린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950년 이후로 가장 맛없는 이탈리아 와인이 나올 것이란 소식이었다. 2014년 봄, 이탈리아 날씨가 유난히 추웠고 여름 역시 다른 해에 비해 덥지 않았던 데다, 비까지 많이 내려 포도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이 소식에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남부지방 와인업계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결국 이로 인해 와인 가격도 모두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61년산 이탈리아 와인이 호평 받는 이유

이렇듯 정부까지 나서 와인업계 종사자들을 달래고 있지만, 그들의 근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통 장기 숙성 빈티지와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3~10년 사이에 마시기 때문이다. 올해 입은 피해가 적어도 3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무리 좋은 포도라 할지라도 성의 없이 만들면 좋은 와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기후가 나쁜 해나 혼합와인의 경우들은 제아무리 장기간 숙성한다고 해도 깊은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같은 이유로 '20세기 최고의 해'였다고들 하는 좋은 기후의 1961년산이나 1986년, 1988년산 장기 숙성 레드와인들이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디 현재 2014년 이탈리아 와인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가 전화위복이 돼 이탈리아가 와인 왕국의 명성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태그:#이탈리아 , #와인, #가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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