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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학자 시부야, 야마모토 등 세 사람이 전북 진안의 마을 숲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세 번째 방문이다. 마이산에 주목, 그 주변 마을에 분포하는 마을 숲의 의미를 찾아 학술대회 발표를 준비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도 몇 해 동안 정기적으로 동료와 제자, 독일인 교수와 함께 이곳 마을 숲을 찾았다.

야생화, 조류, 곤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찾았다. 이도원 교수 제자인 고인수 씨는 진안지역 마을 숲을 주제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받기도 했다. 마을 숲을 많은 사람이 찾게 된 계기는 최규영 전 문화원장이 편집한 책 <진안의 마을 숲>덕분이다. <진안의 마을 숲>은 군 단위의 마을 숲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마을 숲 책자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마을 숲은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경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숲은 전북 진안 지역 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마을 사람 공동으로 조성, 소유, 보호된 숲을 말한다.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오면서 화재와 수해가 발생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마을 숲이 조성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마을 숲이 보존될 수 있었던 요인은 마을 숲을 공동 소유해왔기 때문이고, 여기에 신성성을 부여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마을 숲은 문화적, 역사적, 생태적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마을 숲은 다양한 관점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데, 먼저 마을 숲이 어느 위치에 조성됐는가를 보기 위한 '풍수적 관점'이다. 터가 좋지 않다고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모둠살이 공간을 명당화하기 위한 비보책 중 하나로 마을 숲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기능적 관점에선 풍수해를 방지하는 실제적 기능으로, 상징적 기능으로는 수구막이로써의 신성성으로 파악한다.

문화적 관점에서는 마을 숲 내에 산재하는 역사, 문화적 유형물과 전통적 신앙 체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관점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바라보는 마을 숲의 의미와 소유 관계의 변천사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생태적 관점에선 마을 숲을 이루는 수종, 야생화, 조류, 곤충 등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마을 숲은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전통 문화 유산이다.

최근 우리 지역의 몇몇 마을에 있는 마을 숲의 보존 관리가 소홀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농촌의 삶이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 마을 숲 근처 공유지에 농기계나 농자재를 보관하는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숲은 보존하고 때로 훼손돼 있으면 절실히 복원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주체다. 마을 숲 조성이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공동체적 삶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마을 숲을 우리 지역 문화유산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는 데 진안군이 나서면 더욱 좋겠다. 나아가서 진안 문화원 등이 직접 나서 우리 지역 마을 숲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는 마을 숲 학술대회도 개최해 봄 직하다.

덧붙이는 글 | e-진안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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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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