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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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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후폭풍'이 거세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국민공감혁신위원장)를 향한 퇴진 목소리가 지난 주말 터져 나왔고, 박 대표는 측근을 통해 '탈당까지 검토한다'며 초강수를 뒀다. 야당 대표를 향해 야당 의원들이 물러나라는 목소리를 낸 것도 생소하고, 이에 야당 대표가 '탈당 운운'한 것도 낯설다.

당의 위기는 결국 대표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라고 비대위원장에 선임했더니 오히려 그 비대위원장 때문에 더 큰 위기가 발생한 형국이다.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인 박영선 대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대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 130명 중에 위기에 처한 그를 엄호하는 그룹은 보이지 않는다.

'고립무원'의 박 대표는 현재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다. 자신이 곧 지도부인 막중한 지위에 있다. 흔들리면 안 되는 박 대표지만 지금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원로 버팀목 그룹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

당내에서만 그를 흔드는 것이 아니다. 15일자 <한겨레>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서 박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신문은 '박영선은 책임져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세 가지 이유로 세월호 특별법 1, 2차 협상안 등 그동안의 나쁜 결과, 독단적 조직운영 스타일, 예측능력 결여를 들었다.

이 신문은 박 대표에 대해 "투수 교체 시기는 이미 늦었다. 그래도 바꿔야 한다. 야구는 9회가 끝이지만, 정치는 끝이 없다"며 퇴진을 주장했다.

나이브했던 박영선, 상식적이지 않은 '탈당' 운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외부인사 영입과 관련 "진보와 개혁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것이 2017년 대선의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외부인사 영입과 관련 "진보와 개혁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것이 2017년 대선의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고 강조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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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카드'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가 끝났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이 교수에 대해 찬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외연 확장의 최적 카드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교수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한 당내 의원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 아닌 이상 박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공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찬반이 나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터져 나오겠지만 적어도 언론을 통해서 '이상돈 영입' 사실을 일방적으로 전해 들음에 따라 생기는 반발은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패배의 쓴 눈물을 삼킨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당내 정서를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을 영입할 때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영입 과정 후일담을 보면 오히려 조심스러운 입장은 이상돈 교수가 보였고, 박 대표는 의외로 상황을 단순하게 인식했던 듯싶다.

당내 반발로 영입이 무산된 지금, 오히려 그 낙관으로 인해 박 대표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순응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당내 반발을 접하는 지도자의 태도로는 상식적이지 않게 '탈당'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언론을 피한 박영선 대표와 달리 이상돈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대위원장 영입 후일담을 공개했다. 9월 12일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박 위원장과는 원래부터 친하고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그가 위원장에 추대된 직후 '잠깐 보자'고 해 만났더니 '비대위원을 맡아 당을 도와달라'고 하더라"며 "말이 되는 얘기냐고 일축했더니 '진담이다, 맡아 달라'고 재차 부탁하더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나흘 전쯤(9월 8일) 박 위원장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면서 "그 때부터 '비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갑작스레 박 대표에게 '위원장' 제의 요청이 왔다는 말이다.

간절한 박 위원장 요청에 "정 그렇다면 생각은 해 보겠다'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이 교수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박 위원장이 '동의한 걸로 알겠다. 언론에 흘리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다음날 아침 관련 뉴스가 떴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그러고는 모두가 아는 새정치연합의 비극이 시작됐다.

이 교수는 9월 14일 JTBC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비대위원장 내정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의원과 사전에 전화 통화를 했고 다음날 박영선 대표와 같이 만났다"고 밝힘으로써 사전에 문 의원과 일정부분 교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의원측에서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비대위원으로 이 교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건 제가 모르는 일"이라면서 "비대위원이라면 제가 할 이유가 솔직히 없다.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문 의원과 '비대위원장'에 대한 교감이 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정리하면 박영선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계획을 가졌고, 추석 연휴 즈음해 이상돈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교수도 당황스러운 제의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문재인 의원이 개입됐다. 이 교수의 주장과 문 의원의 '미안하다'는 페이스북 글로 판단해 볼 때, 문 의원은 이 교수에게 '반대한다'고 말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비극의 씨앗이 잉태된 듯싶다.

제1야당의 위기, 중진이 나서라

9월 11일 갑작스레 언론에 보도된 '이상돈 비대위원장 내정설'에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사반대'를 외치거나 연판장을 돌려 반대 서명을 한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외면하지는 않으나 '왜 하필 이상돈인가'라는 정서가 존재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에 대한 이 교수의 반응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 교수는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전체가 위기라는 사실이 이번에 극명하게 폭로된 것 같다"며 "야당이 자멸을 하니 오히려 새누리당이 훌륭한 당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 반발에 대해 이 교수는 "예상보다 반응이 저열했다. 정청래 의원이 영입을 반대하며 단식까지 하겠다고 한 건 황당하더라"고 밝혔다.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는 "만일 박 위원장이 분당해 딴살림을 차린다면 그 당의 진정성과 철학을 따져 보고 (합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해당 매체와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12일이었고 이 때만해도 박 대표의 '탈당'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12일에는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에 따른 후속 조처로 박 대표가 '5인 중진회동'을 가진 날이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김한길·문희상 등을 만나 잘 수습하고 직을 유지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 날이다. 야당은 수습해서 잘 처리해 나가려 하던 그 시점에 이상돈 교수는 '분당'을 언급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박영선 대표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이상돈 교수에게서 본 '희망'은 무엇이었나. 왜 그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사정했으며, 왜 그 때문에 제1야당이 분란이 일어야 했고, 왜 그로 인해 '탈당' 운운해야 하는지, 걱정스런 눈길로 새정치연합의 현재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해명이 필요하다.

소속 의원들도 퇴진을 요구했다. <한겨레>도 노골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이미 박 대표의 권위는 몰락했다. 버티려 해도 버틸 수 없고, 누가 나서서 진화한다고 해도 그것은 박 대표의 권위가 아니다. 박영선 대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 박 대표는 무소속으로 정치를 해본 적이 없고, 새정치연합에서도 세력을 보유하지 않았다. 그녀의 탈당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안정이 필요하다. 박 대표를 대신할 누군가가 원내대표로 뽑힐 것이다.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확실히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상돈 영입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외부에서 누굴 뽑을 수 있겠는가. 내부에서, 중진 5인 등 당을 확실히 책임질 누군가가 손들고 나서야 한다.

문재인이든, 박지원이든 말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위기다. 이상돈은 그 위기를 명확히 인지시켜줬을 뿐이다.


태그:#이상돈,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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