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큰 대회의 첫 경기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 골로는 불안했던 후반전 중반 이후 우리 선수들은 준비했던 팀 플레이를 멋지게 만들어냈다. 역시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어려운 고비를 넘겨주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4일 저녁 5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A조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첫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었다.

임창우, 코너킥 받아 머리로 선취골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을 맨 앞에 세운 우리 선수들은 매우 이른 시간에 선취골 기회를 잡았다. 경기 시작 후 3분만에 얻은 역습 기회에서 김신욱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말레이시아 골문을 노린 것이다. 달라붙는 수비수도 없었기에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지만 김신욱의 발끝을 떠난 공이 아슬아슬하게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적당한 시간에 긴장을 풀 수 있는 선취골이 나왔다. 26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오른쪽 수비수 임창우가 안용우의 왼발 감아차기를 이마로 돌려넣었다. 말레이시아 수비수 간 브렌단이 왼쪽에서 몸싸움을 걸어왔지만 탄력 넘치는 몸놀림이 좋았다.

이렇게 한숨을 돌린 한국 선수들은 더욱 자신감 넘치는 공격을 펼쳤지만 후반전 중반까지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에 이광종 감독은 오른쪽 측면에 변화를 줬다. 먼저 안용우 대신 김영욱을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들여보냈고 선취골을 넣은 임창우 대신에 최성근까지 기용했다.

그러자 오른쪽 측면 공격이 역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78분에 그 뜻을 이뤘다. 최성근의 오른발 찔러주기가 낮게 깔려 김신욱의 발 앞으로 굴러갔다. 김신욱은 이 공을 욕심내지 않고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김승대에게 밀어주었고 이에 말레이시아 수비수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그 순간 더 놀라운 패스가 나왔다. 누가 봐도 김승대가 마무리할 것으로 보였던 그 공을 다시 김신욱에게 밀어준 것이다.

역시 창의적인 몸놀림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축구장의 진리를 멋진 추가골이 증명한 셈이다. 이 멋진 패스를 받은 김신욱은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38,500명의 많은 관중들은 환호성으로 답해주었다.

포항의 자랑 김승대, 1득점 1도움 맹활약

두 번째 골을 도운 김승대는 역시 등번호 10번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김신욱의 멋진 골을 겸손하게 도와준 그는 3분 뒤 훌륭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쐐기골을 터뜨린 것.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로슬란이 지키고 있는 말레이시아 골문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이에 붉은악마가 두 번째 파도 타기 응원을 유도할 정도로 문학경기장의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졌다. 3분 간격으로 두 골을 더 뽑아내지 못했다면 나머지 경기 일정에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축구팬들의 믿음에 보답한 셈이다.

이보다 앞서 열린 A조 첫 경기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라오스를 3-0으로 이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시작한 경기였다. 이제 A조 1위 자리를 다투는 자존심 대결은 오는 17일 저녁 8시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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