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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
ⓒ 섬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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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가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해자 가족>. 책의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2009년 일본 범죄백서에 따르면 2008년 1년 동안 경찰이 범죄로 분류 집계한 사건은 253만 3351건이다.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기 마련. 범죄라는 명제 안에서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둘 사이의 관계만 집중했을 뿐 가해자 가족이나 피해자 가족에 관해서는 무심했다. 특히나 가해자 가족에 대한 관심은 과분한 처우라고 여겨 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방영된 일본드라마 <그래도 살아간다>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망각해온 가해자 가족의 불행한 일상을 보여준다. 극의 주인공은 여동생을 살인자에게 잃었다. 그의 아버지는 가해자가 7년 전 석방한 것을 알고 가해자를 추적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가해자 가족을 뒤쫓으며 그들을 괴롭혔다. 살인자 가족이라는 멍에가 벗겨지지 않도록 말이다.

주인공은 여동생을 잃은 상처로 무의미한 일상을 보냈다. 피해자의 가족은 여동생이 살해된 이후 평범한 일상이 사라졌다. 더불어 이 작품은 가해자 가족 역시 단 한 순간도 편히 지낼 수 없었음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두 극단의 가족 이야기

극 중 살인자는 주인공의 친구다. 7살 된 여자아이를 중학생 오빠의 친구가 살해한다. 살인범이 누구건 간에 피해자의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심각한 아노미 상태를 겪는다. 오빠는 자기 탓에 어린 동생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갖고 15년을 무기력속에  살았고, 아버지 역시 어린 딸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평생을 술과 담배로 살았다. 어머니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이혼으로 덜어보려 했지만 이혼 후에도 딸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가해자 가족을 괴롭히는 데 일생을 소비했다.

드라마는 피해자 가족의 상황을 최대한 비극적으로 묘사하면서 맞은 편에 서 있는 가해자 가족의 삶을 그대로 투영시켰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찾아낸 가해자 가족은 피해자 가족 이상으로 불행했다. 더불어 주인공은 가해자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다.

극을 떠나 책 속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오케가와 역에서 여대생이 전 남자친구와 그 형이 고용한 남자에 의해 살해된 '오케가와 스토커'사건과 21세의 여대생이 살해당한 후 불에 탄 채 발견된 치바대 여대생 사건은 둘 다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스컴은 젊은 피해 여성을 부각해 가십성 사생활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사건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 매체가 흥미 유발을 목적으로 가하는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가해자에게 매스컴이 행하는 폭력은 피해자가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다. 가해자라는 위치 때문에 매스컴이 가지는 죄의식이 낮을 수밖에 없고, 대중들의 관심 또한 가해자 쪽이 크기 때문이다.

가해자 인권 돕는 NGO도 있어

특히 집단 과열 취재로 가해자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극단적으로 침해되거나 사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해 정신적, 물리적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잦다. 가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나 같은 직장 내 사람까지 피해를 겪는다. 이에 가해자 가족들은 사회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OPS(Parthers of Prisoners)는 가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영국의 NGO 조직이다. POPS에서는 가족의 일원이 가해자로 체포되면 이후 형사 수속에 대응해 ▲체포 단계에서 경찰이 가해자 가족에게 POPS에 대한 정보를 고지 ▲법정에서의 여러 도움 지원 ▲전화와 방문 상담 접수▲교도소 재소 중 여러 도움 ▲지원 출소 후와 보호 관찰 시 가족에 대한 조언과 같은 활동을 한다.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이 직면한 '체포','복역','출소'라는 낯설고 두려운 세 단계를 POPS라는 전문단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가족의 일원이 체포되면 남은 가족들은 혼란과 갈등으로 가정 붕괴의 위험을 맞는다. POPS의 경우처럼 가해자가 출소 후 돌아갈 가정을 보존케 하는 활동들은 재범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다른 가족 구성원의 범죄도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의 경우 범죄 발생 비율은 연간 1156건이 넘는다. 미국에서 가해자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1998년 아칸소 주에서 발생한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취재한 시모무라 켄이치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사건 가해자의 실명과 사진이 공개 보도되며 가해자의 주소가 금세 알려진 것이다. 이후 가해자의 어머니에게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와카야마 독카레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 가족은 비난, 욕설, 협박 낙서가 끊임없이 집으로 날아들었고 그 심각성이 도를 넘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었다. 아칸소 주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받은 메시지 내용은 예상외로 가해자 가족을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가해자 인권을 돕는 영국 NGO POPS
 가해자 인권을 돕는 영국 NGO POPS
ⓒ POPS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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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무라 기자는 이 현상을 보고 "시민의식의 차이, 민도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범죄와 개인에 대한 의식이(미국과 일본의)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에서 만약 고베 사건의 가해자 소년의 정보를 공개했다면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트레비시 허시 교수의 사회 유대이론은 범죄의 원인을 가정과 사회의 유대관계로 보고 있다. 사회적 유대가 강하면 범죄를 생각할 수는 있어도 직접 행동으로 옮길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책 <가해자 가족>에서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그들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다. '가해자 가족'으로 대표되는 소외 계층을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유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공동체 연대의 문제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 원동력은 바로 그 사회의 시민의식이다.

덧붙이는 글 | <가해자 가족> (스즈키 노부모토 (지은이) / 한진여 (옮긴이) / 섬앤섬 / 2014. 05. 21/ 1만 5000원)



가해자 가족 - 공동책임자인가 또 다른 피해자인가

스즈키 노부모토 지음, 한진여 옮김, 섬앤섬(2014)


태그:#가해자 가족, #스즈키 노무모토, #김진희, #한진여, #섬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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