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나라.

배우 장나라. ⓒ 나라짱닷컴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데뷔 14년차를 맞은 장나라는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을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연예인 중 하나다. 2001년 가수로 데뷔함과 함께 시트콤을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스스로 밝혔듯 '절세 미인형'의 스타는 아니지만 친근함과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다가갔다. 또한 여러 스타들이 그랬듯 행보를 아시아권으로 넓혀갔고, 그 결과 중국에서 인지도도 상당히 높였다.

올해로 서른 넷. 분명 여자 연예인으로 치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매력적인 여성성을 발휘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장혁과 함께 과거 그가 선보였던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대한 향수가 있는 시청자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과거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장혁과의 재회였다. 여러 모로 추억도 돌아보고,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드라마 종영 이후 지난 12일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만난 장나라는 여느 배우들이 그렇듯 휴식 시간을 갖고 난 터였다. 그녀가 맡은 극중 김미영이라는 인물은 행동과 생각이 너무도 순수해 자칫 요즘 세상에선 무시받기 십상이다. 그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낸 장나라다. 로코퀸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이보다 좋을 수 없었던 현장..."절반은 동료 배우와 스태프 덕"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촬영 현장.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촬영 현장. ⓒ MBC


- 아무래도 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또 그걸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비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했고, 성격 자체가 좀 애매해 보였다.
"어려웠다. 대본을 볼 때와 입으로 읽을 때, 그리고 연기할 때 느낌이 다 달랐다. 촬영 직전까지 미영이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자칫 너무 물러보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초반에 시청자분들이 미영이를 안쓰러워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각박한 건지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 요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미영이가 예쁨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걸 표현하려 했다. 사실 내 성격과은 많이 다르다. 못된 모습이 있기도 하고 계산할 땐 또 엄청 계산하는데 일부 착한 모습도 있긴 하다(웃음). 그걸 끌어내려고 엄청 애썼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영이에 동화되진 않았다. 다른 캐릭터들과 감정을 공유해야 했기에 한 발 떨어져 이해하려 했다. 그러자 미영이가 예뻐 보이더라. 사실 절반은 스태프들의 공이다. 진짜 좋았다. 감독님이 향후 50년간은 나올 수 없을 현장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모두 온화했고, 애정이 넘쳤다. 자연스럽게 미영이를 연기할 수 있었다." 

- 극 중에서 사랑을 주려고 애쓴 두 남자, 장혁-최진혁과 호흡도 그만큼 중요했겠다. 장혁과는 두 번째로 만나지 않았나.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었는지.
"장혁 선배는 상대에게 잘 맞춰준다. <명랑소녀 성공기> 때는 현장이 너무 급박해 서로 사적인 대화를 못 했는데도 자연스럽게 잘 받아주더라. 이번엔 많은 얘길 했다. 친해졌고, 의형제도 맺었다. 내가 주로 형님이라고 부른다. 연기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 눈빛이나 대사 방식, 캐릭터 해석 등은 다를 수 있는데 거기에서 탐나는 부분이 많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다음에 또 작품에서 만난다면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 최진혁씨 경우는 주변 상황이 어려웠는데도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냈다.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가 데뷔할 때부터 지켜봤는데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데뷔 이후 외모의 변화가 거의 없는 거 같다. 자타공인 동안 얼굴인데 스스로는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지.
"변화 없다고? (웃음) 엄청난 변화가 있다. 그나마 34살이 되면서 여자 얼굴이 된 거 같다. 예전 활동사진을 찾아보면 펭귄 같이 생겼다. 아빠가 '모여라 눈코입!' 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예뻐졌다기 보다는 여성미가 보였다는 말 같다."

중국 활동은 득..."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배우 장나라.

배우 장나라. ⓒ 나라짱닷컴


- 거의 2년 만에 국내 드라마로 복귀했다.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다가 전환을 한 건데 한국 활동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
"활동 국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아마 한국 활동을 하다 중국 활동도 할 거 같다. 중국에서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말이 안 통하잖나. 오히려 집중하게 되더라. 대사를 못 알아먹어도 상대의 눈과 얼굴을 집중하면 정확히 느낌을 알겠더라. 물론 지치고 답답한 과정이지만 연기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드라마 <학교>를 제외하면 그간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그렇게 따지면 큰 변신 없이 지금까지 지낸 거다. 하지만 나름은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큰 변신에 대한 강박이 없는 면도 있다. 내 나이가 적진 않지만 보시는 분들이 긴 걸음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천천히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없지만 긴 호흡에서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다. 20대 초반엔 너무 조급해서 힘들었다. 지금은 자신을 돌아보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여유를 찾은 거 같다"

- 가수 활동을 이어갈 생각은 없는지.
"노래도 물론 하고 싶은데 잘 하려면 많은 연습과 준비 필요하다. 솔직히 지금은 가수 활동보다는 (연기 활동을 위해) 스태프들과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게 심정적으로 편하다."

- 꾸준히 연기를 하는 만큼 배우로 이루고 싶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 목표도 있는데 일단 1차적으로 미혼일 때 더 빛을 발할 역할이 있잖나. 그걸 꼭 해보고 지나고 싶다. 결혼을 한다면 또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고 싶고 한계를 조금씩 깨고 싶다. 하지원 선배나 고현정 선배의 모습이 좋다. 예전에 <다모>를 인상 깊게 봤다. 물에서 방금 꺼낸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예전까지 비슷한 역할이 많이 들어와서 답답한 면도 있었는데 사실 일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여유롭게 가다보면 원하든 아니든 다양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자가 치유법 깨달았다..."연예인이라고 특별한 거 없어"

 배우 장나라.

배우 장나라. ⓒ 나라짱닷컴


- 데뷔 이후 많은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단단해진 면이 있어 보인다. 힘들 때 되뇌는 말이나 특별한 좌우명이 있나.
"진짜 힘들 때는 아무 말을 안 한다. '좌우명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자'다. 어릴 땐 이만하면 잘했어! 라고 스스로 칭찬했는데 그건 내가 정한 기준이지 않나. 화가 났다. 최선을 다하자는 말은 한계를 두지 말자는 뜻이다. 할 때마다 연기가 늘었으면 좋겠다. 조금씩 최선의 한계를 높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최선이 있는 거지.

데뷔 초 진짜 힘들었던 때 '술도 안 마시는 스물한 살 여자가 간 수치가 이게 뭐냐며 병원에서 어디 가서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었다. 그땐 책을 봐도 전혀 기억이 안 나고, 무언가를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되도 않는 철학자처럼 살았다. 아픈 이후 돌아보니 내 자신이 참 소중하더라. 감사했다. 예전엔 신세 한탄을 하면서 진정한 감사함을 몰랐다면 지금은 내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 인생의 활력이 된다."

- 곁에서 가족의 도움이 컸을 것 같다. 특히 아버지 주호성씨는 공개적으로 함께 하면서 지원하고 있지 않나.
"한결 같은 아빠다. 칭찬은 안하고 뭔가 문제가 있으면 조용히 메시지를 보낸다. 평소엔 따뜻한 부모님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차가워서 내가 방심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 일에 대해 긴장감 유지할 수 있는 거 같다. 작품 대본을 받으면 1, 2회 리딩을 아빠와 같이 하곤 한다. 내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큰 도움이 된다. 방송이 시작하면 매번 모니터하시며 메시지를 보내신다."

- 드라마 제목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나. 주변에서 얘기도 나올 거 같다.
"내가 언제 결혼할지 나도 알고 싶다. 물론 주위에선 시집 이야기가 나오지만 계획은 없다. 연애도 해야 하는데 안 생기고 진짜! 사실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남들 연애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다. 평소 꿈꾸던 연애는 서로만 바라보는 사랑이었다. 근데 이게 어렵다고 다들 조언하시더라. 남자의 엄청난 조건을 바라는 게 아니다. 서로의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운명을 안 믿지만 운명적인 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나라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최진혁 MBC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