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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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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입지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합의하면서 지탄을 받은 것에 이어,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에서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뿐 아니라 원내대표 등 현 당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영입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박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일부 중진 의원들이 설득에 나섰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에 거론된 인사들의 문제에 앞서 박 원내대표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비대위원장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돈+안경환 가능하다" Vs. "원내대표 사퇴해야"

박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게 애초 저의 생각"이라며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전날 이상돈 교수 영입설에 당내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자신은 사퇴하고 이 교수와 함께 진보적인 안경환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세우겠다고 해명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해명은 전날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일부 의원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다. 원내대책회의 직후 박수현 대변인은 "설명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어제는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안경환 교수와 공동위원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상당수 의원들도 이런 부분이 설명되면 생각을 달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 역시 "안경환 교수가 중심을 잡고 이상돈 교수가 보완을 하는 거라면 우리의 집권 전략이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그런 형태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단독으로 위원장을 맡거나 박 원내대표와 공동위원장을 맡는 형태에는 반대했지만, 안경환 교수와 투톱 형태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 김근태 의장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이날 당직을 맡은 인사를 제외하고 최규성·인재근·우원식 등 10여 명의 의원이 모인 조찬회동에서 이상돈-안경환 공동위원장 체제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아가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성·오영식 등 재선 의원 중심의 '혁신모임' 역시 이날 모임을 열고 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원내대표 등 모든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혁신모임 소속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박 원내대표 체제로 더 이상 갈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동료의원 상대로 전투 벌이나"

이러한 당내 반발은 단순히 이상돈 교수의 자질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는 이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인물이라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형성됐지만 이제는 결정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태도가 지적을 받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박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판단이 문제를 키우는 모양새다.

개혁적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추석 연휴 이전 의원총회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계속 겸임할지 아니면 물러날지 숙고해 입장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라며 "의원들은 당연히 추석 이후 의총이 소집돼 향후 방향을 이야기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언론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하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이상돈 교수를 말하기 이전에 박 원내대표가 문제"라며 "당의 비대위원장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의총에서 논의하고 두 사람을 이야기 했다면 갈등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의총에서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인지 모르겠다. 박 원내대표가 동료의원을 대상으로 전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친노무현계 의원 역시 "박 원내대표가 의총도 소집하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풀리지 않는다"라며 "안경환 교수와 투톱이라고 해서 찬성할 수는 없다. 이상돈 교수 자체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원내대표 사퇴 주장에는 "선출직 임기는 채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내 반발로 이상돈 교수 영입이 어려워진 가운데 안경환 교수 역시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고 있어 박 원내대표의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질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이날 자택 앞에서 일부 취재진과 만나 비대위원장직은 "역량에 맞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 교수는 이후로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정국과 당의 혁신을 위한 비대위구성에서 모두 실패를 맛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본회의 개최를 제시한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 등 민생과제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는 당 안팎에서 강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