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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모님의 모닝 티타임, 많은 걸 배웠다.
 친정부모님의 모닝 티타임, 많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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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 날 아침 5시 30분이었습니다. 모처럼 찾은 친정집에서 "늦잠 한번 자보자" 했건만, 그 이른 시간부터 거실에서 부시럭부시럭,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이 새벽에 뭔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나가니 일흔이 넘은 친정 부모님께서 부엌과 거실의 경계를 기준으로 한 쪽만 불을 켜고 뭔가를 하고 계십니다. 열린 문틈으로 지켜보니 뭔가 드시려는 듯했습니다. 

잠시 뒤, 서로의 커피 잔을 부딪혀 "짠~"까지. 장난 가득한 얼굴로 건배하자는 아버님의 말씀에 어머님은 씩 웃으시며 잔을 가져다 대십니다. 노부부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30여 년을 넘게 새벽 첫 버스를 타고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 명동까지 매일 출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셔야 했고, 커피 한 잔에 몸을 깨우는 게 습관이 되셨지요. 회사를 퇴직하신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그 습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곁에서 항상 함께 하시던 어머님에게도 모닝커피는 그저 '일상'이었습니다.

두 분은 꼭 과자나 빵을 곁들여 커피를 드십니다. 달콤한 과자 한입에 커피 한 모금을 더하며 자식 이야기, 동네 사람들 소식, 그리고 작은 텃밭에 심을 배추 등등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시다 아침 6시가 되면 뉴스를 켜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을 덧붙이시지요. 가만 보니 거의 한 시간 동안 두 분이 대화하십니다. 

과자와 이야기와 함께 하며 마십니다.
▲ 모닝커피② 과자와 이야기와 함께 하며 마십니다.
ⓒ dong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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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따라 우리 부부도 모닝 티 타임 가져볼까?

더는 잠들기 틀렸고, 가만히 우리 부부를 생각해 봤습니다. 올해로 꼭 결혼 10년 차. 맞벌이에 주말 부부로 지낸 10년의 기간 동안 우리 부부의 대화는 거의 전화로 이뤄졌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하루에 서너 번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육아 휴직과 동시에 그 전화 통화마저도 사라졌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편도 저도 전화하는 횟수가 줄었고 휴직 3개월 차에 접어드는 지금은 거의 전화통화를 하지 않습니다.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 저녁 보는데 낯간지럽게 무슨 통화냐"는 남편의 말대로라면 적어도 아침 저녁에는 서로 얘기라도 해야 하는데,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해서 잠자기 바쁜 부부에게 대화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더구나 아침형인 아내와 올빼미형인 남편인 우리 부부의 대화 시간은 한국 부부들이 하루 평균 30분 정도 한다는 대화 시간의 양을 훨씬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인 저도 부모님처럼 달콤한 과자와 커피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말은 주말답게 늦게까지 잠을 자줘야 한다는 생각이라 주말 아침에 뭘 함께 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추석 명절 두 분의 이른 새벽 모닝커피 마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에 대화 시간을 찾아보고 있지만 아직도 못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함께할 우리 부부. 지금부터라도 짬을 내 대화 시간을 찾아보고, 몸에 익혀놔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졸업 후 취직해서 10여 년간 회사만 다니다가, 올해 7월부터 2년 간 육아 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아이들뿐 아니라 작은 일상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살아가면서 두번 다시 오지 못할 이 시간. 작은 일상에서 본 살아가는 재미를 한껏 느끼고, 또 나누고 싶습니다.



태그:#모닝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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