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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여러분은 과학 중점고등학교(이하 과학 중점고)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 '어? 나 과학 중점고등학교 다니는데'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자신하느냐고? 이제부터 진주에 있는 학생들도 잘 모르고,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잘 모르는 과학 중점고에 대해서 말해 볼 것이니 궁금하다면 집중해서 읽어 보자.

진주에는 과학 중점고가 3개 있다. 경남에 위치한 과학 중점고는 총 6곳으로, 김해에 한 학교, 창원에 두 학교, 나머지 세 곳은 모두 진주에 있다. 진주가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과학 중점고등학교가 뭐길래 이러는 걸까.

과학 중점고등학교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반계 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53개의 학교를 과학 중점고로 지정하면서 만들어졌다. 수학·과학 교육에 중점을 둔 고등학교로 수업단위의 45%(과학고는 60%, 일반고는 30%)를 수학·과학이 차지한다.

일단 지정되고 나면 '자율학교'로 전환돼 시설비 5억 원, 매년 1억 5천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연간 60시간 이상의 과학체험활동과 함께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제작한 과학교양, 과학융합과목을 추가로 이수하게 되고, 2학년 때부터는 과정에 따라(과학 중점반을 선택할 경우) 실험, 탐구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

좋은 제도지만 이런 과학중점고등학교가 진주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진주 인문계 여자고등학교 네 학교 중 두 학교가 과학 중점고인데 사실상 인문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는 삼현여고 한 학교뿐이다.

이런 사실을 대부부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알지 못한 채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깝다는 이유로, 좀 더 오래 되었거나 이미지가 좋다는 이유로 학생보다 학부모의 입김으로 학교가 선택된다. 학생들의 장단점이나 앞으로의 진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막상 아무것도 모르고 문과를 지망하며 과학 중점고에 들어간 학생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과학실험을 하고, 소풍은 과학체험하는 날이 되고, 교내대회도 온통 과학, 과학…. 위에서 언급한 연간 60시간 이상의 과학체험활동과 함께 교양과목을 추가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요즘 교내대회 수상실적이 더욱 강조되면서 문과 학생들은 자연히 자연계열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 운영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느 학교에서는 수학 선생님이 시험 전에 과학 중점반 아이들에게 "너희에게 유리하도록 출제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과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역시 문과는 버리는 카드가 맞는 거냐'고 항의성 하소연을 하고 있다.

여학생들은 아무래도 문과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 진주여고, 제일여고 두 과학 중점고 모두 문과 6반, 이과 2반, 과학중점반(이하 과중반) 2반으로, 명신고는 문과 4반, 이과 4반, 과중반 2반으로 나누어져있다. 진주의 모든 학교에서 과중반이 단 2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과학중점고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진짜 과학이 중점이 되는 학교. 그래서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으로 보내질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과학 중점고는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입학 후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학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학생들도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 충분한 정보를 갖고 고민 후에 진학을 결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그래야 무늬만 과학중점고가 아닌 진정한 과학중심 교육의 목표를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현재 과학중점고의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학교에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윤소정(진주여자고등학교2)기자]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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