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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29개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225위(2013)에 빈곤률 68%인 세계 최빈국. 인구 985만 명(2012)에 국토 면적이 남한의 1/4밖에 안 되는 작은 국가. 기대수명은 53세, 의료도 교육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동아프리카의 공화국. '부룬디'라는 나라를 설명할 수 있는 통계들이다. 아무도 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지난 7일 이탈리아 수녀 3명이 성폭행 뒤 살해되자 그제야 언론에 기사화되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부룬디에 관심을 쏟는 자그마한 비영리단체(NGO)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청년들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한 바투(BATU)이다. 바투는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를 의미하는 순 우리말이자 'Band Across The Universe'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부룬디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 세계를 아우르며 아동·청소년들과 바투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세운 당찬 단체다.

지난 8월 30일 보고회에 모인 바투 회원들의 단체 사진
▲ 바투(BATU) 지난 8월 30일 보고회에 모인 바투 회원들의 단체 사진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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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다

지난 2009년, 부룬디의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 '북스 포 부룬디(Books for Burundi)'를 설립했다. 차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2013년, 지금의 바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바투앙'이라 불리우는 바투의 회원은 총 6명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작은 NGO이지만 동화책을 제작하는 일뿐만 아니라 한국 아이들에게는 부룬디를, 부룬디 아이들에게는 한국을 알리는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부룬디 현지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투가 가장 중점적으로 힘을 쏟는 사업은 바로 '동화책 프로젝트'다. 바투의 동화책 보급률은 0%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전래동화나 설화를 귀에 익도록 듣고 보며 자라는 것과 달리 부룬디의 어린이들은 동화를 접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다. '동화책 프로젝트'는 부룬디 아이들에게 그들의 고유한 문화자산이자 선물을 돌려주는 작업이다.

바투는 부룬디의 전래동화를 동화책으로 제작해서 부룬디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가장 최근 작업은 <인쿠미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이 이야기는 부룬디에서 구전되는 동화로 <콩쥐 팥쥐>의 부룬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룬디 현지 스태프 스태니 류메코씨가 스토리 각색 및 편집을 맡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김미로씨가 재능기부로 그림을 그렸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 인쿠미 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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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 인쿠미 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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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 인쿠미 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 김미로씨가 재능기부해 준 <인쿠미 이야기>의 한 장면.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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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다. 이 돈으로 500권의 <인쿠미 이야기>를 제작했다. 바투는 영어뿐만 아니라 부룬디의 고유어인 키룬디어로 이 동화책을 만들었다. 현지의 학교에서도 교재로 쓰일 예정인 이 책을 직접 부룬디까지 날아가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지난 8월 30일 오후 5시,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바투(BATU)의 부룬디 방문보고회가 열렸다. 보고회장 곳곳에는 아이들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걸렸고, 한쪽에는 키룬디어로 된 동화책 샘플들이 놓여 있었다. 2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군데군데 앉아있는 장내는 어색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다.

학생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은 NGO, 김유래 바투 대표는 "세계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교육을 받는 세상, 아이들이 서로 '바투'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언젠가는 투 잡이 아니라 온리 원 잡으로 온전히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단순히 '성공'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바투
 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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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래 바투(BATU) 대표가 지난 30일, 보고회에 참석하여 회원들에게 현장방문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유래 바투(BATU) 대표 김유래 바투(BATU) 대표가 지난 30일, 보고회에 참석하여 회원들에게 현장방문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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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김유래 바투 대표와 지난 8월 30일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요지다.

- 바투는 대학생들이 만든 NGO단체라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처음 시작하였는가?
"사실 내가 설립자는 아니다. 만드신 분은 부룬디로 단기 선교를 갔다가 가난한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교육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동화책 보급률이 거의 0%에 가까운 부룬디를 위해 책을 제작하고자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바투가 북스 포 부룬디(Books for Brundi)로 활동하던 시절 더 많은 청년들의 참여를 위해 열린 일일카페 행사를 통해 바투앙이 되었다."

- 특별한 기반 없이 시작한 초창기, 어떤 식으로 활동했나?
"부룬디를 향한 마음만으로 시작한 동화책 제작은 맨땅에 헤딩과 같았다.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수백 명의 동화 작가들에게 무작정 후원 요청 메일을 보냈지만 단 한 명의 답신도 없었다. 부룬디 현지의 친구를 통해 부룬디의 전래동화인 <인쿠미 이야기>를 받아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을 제작했고, 아이들을 위해 부룬디의 언어인 키룬디어 교본도 만들었다."

바투에서 만든 동화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부룬디의 아이들
▲ 부룬디의 어린이들 바투에서 만든 동화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부룬디의 아이들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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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를 잊었던 게 부끄러워 다시 시작

- 대학생들의 NGO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자금 어려움이 많았다. 재능기부를 통해 이야기와 그림은 무료로 제공 받았지만 출판하여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단체이다 보니 후원 받기가 쉽지 않았다. 다수의 '힘'을 모아 목표치를 채우면 후원금이 지급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힘내요'를 알게 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출판에 필요한 돈을 대부분 마련하였다."

- 중간에 잠깐 활동을 쉬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가?
"딱히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바투의 특성상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따로 수입원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차차 이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그렇게 의욕을 잃고 한 6개월정도 손을 떼고 있었다."

- 다시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부룬디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중 우연히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필리핀 아이들을 보며 부룬디 아이들이 다시 떠올랐고, 아이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주고 싶었던 옛 마음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 최근 해외 아동들에게 동화책을 기부하는 단체는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가운데 바투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바투에게 동화책 전달은 단체의 존재 목표가 아닌 교육이라는 큰 사명 아래의 수단이다. 단순히 책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활용한 다양한 교수법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다채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선생님들을 교육하고 구연동화를 진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투는 '교육'뿐만 아니라 '교류'라는 키워드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계의 아이들이 서로 바투하는 것이 목표로,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아이들이 멀리 있는 부룬디를 가깝게 느끼게 하고 싶다."

한국과 부룬디 아이들, 그림으로 교류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교류 활동이 있는가?
"일단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 미술 분야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부룬디 현장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 그리기' 활동을 기획했다. '함께 그리기' 활동은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작품을 함께 완성하며 아이들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하고자 한 활동이었다.

먼저, 한국의 대안학교인 밀알두레학교 학생들과 함께 그림을 스케치한 후 학생들의 사진과 미완성의 그림을 부룬디로 가지고 갔다. 그것들을 부룬디 아이들에게 가져갔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동양인 아이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그들의 그림을 완성하였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되고, 한국 아이들에겐 부룬디를, 부룬디 아이들에겐 한국을 알릴 수 있었다."

부룬디의 아이들은 한국 밀알학교의 학생들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며 웃었다.
▲ 그림으로 하는 교류 부룬디의 아이들은 한국 밀알학교의 학생들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며 웃었다.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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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의 아이들은 한국 밀알학교의 학생들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며 웃었다.
▲ 그림으로 하는 교류 부룬디의 아이들은 한국 밀알학교의 학생들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며 웃었다.
ⓒ 바투(B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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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방문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번 현지 활동은 어떤 점에서 특별했나?
"1년 동안 책을 제작하고, 그 책을 전달하러 1년에 1회 부룬디를 직접 방문한다. 후원받은 대부분의 비용은 동화책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현지 비용은 거의 바투앙들의 자비로 마련한다. 현지 NGO와 협력하여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는데, 작년에 수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것에 아쉬움이 남아 지방 학교들 또한 방문하였다.

이번에 특별히 추가된 것이 부룬디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부룬디 교육의 어려움 중 하나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선생님들에게 무료 교수법 강의를 진행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 비전은 어떻게 되는가?
"정말로 귀국을 하자마자 내년이 기대되었다. 최근에 캐나다의 동화작가 '로버트 먼치'의 재능기부로 네 권의 책을 기부 받았다. 현재 세 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을 하고 계시고, 두 권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그리고 이번 방문을 통해서 교수법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꼈기에 그 부분을 더욱 보완해서 다음 방문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기텡게 프로젝트'도 더욱 확장시킬 예정이다. '이기텡게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의 전통 천인 이기텡게를 활용하여 만든 상품들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다시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추진했는데, 재정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부룬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9월 중으로 부룬디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룬디를, 그리고 바투를 더욱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투에서 만든 동화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부룬디의 한 아이
▲ 부룬디의 어린이 바투에서 만든 동화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부룬디의 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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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바투(BATU), #NGO, #대학생, #부룬디,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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