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혈압계. 수동방식이지만 반복 사용으로 익숙해지면 불편하지 않습니다.
 혈압계. 수동방식이지만 반복 사용으로 익숙해지면 불편하지 않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1998년 가을쯤이었으니 벌써 16년 전 일로 기억됩니다. 헌혈차 한 대가 한적하게 세워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헌혈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소명의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1년에 2번, 봄가을로 한 번 정도씩 몇 년째 헌혈을 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먼저 혈압을 쟀습니다. 그날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두 번이나 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례적인 과정이려니 생각하며 잠시 후면 응당 침대에 누워 헌혈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혈압이 높아 채혈을 할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다시 한 번 재보자고 해 다시 재봤지만 역시 높다고 했습니다.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그동안 고혈압이라고 느낄만한 어떠한 증상도 없었습니다. 목 뒷덜미가 당기는 것과 같은 어떤 낌새도 느낀 적이 없었지만, 이미 헌혈을 하지 못할 만큼의 수치를 보이는 고혈압이 내게로 와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래도 고혈압이라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중풍'이라는 말이 언뜻 떠올랐습니다.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돼 아주 불편하게 한평생을 보내시던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덜컹 겁도 났습니다.

제대로 확인하고 싶어 다음날 외래를 신청해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별 다른 건 없었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하더니 다음부터는 동네 병원으로 다니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혈압관리, 80과 1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기위한 싸움 아닌 싸움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질병은 뇌졸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질병은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그런 뇌졸중이 발생하는 원인 중 60~70%가 고혈압이라고 하니 고혈압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뇌졸중을 그렇게 경계하며 두려워하면서도 뇌졸중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별로 없습니다. 아주 막연히 반신불수가 되는 중풍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뇌졸중에도 현관이 막혀서 오는 뇌경색,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들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어떻게 생활하며, 어떤 조치(운동이나 섭생)를 취해야 하는지, 뇌졸중을 일으키기 전에 어떤 증상들을 보이는지, 뇌졸중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뇌졸중이라는 판단을 받으면 어떤 치료법 등이 있는지, 치료를 받고 난 후에는 어떤 관리가 필요하며 어떤 후유증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게 없으니 뇌졸중은 두려워하면서도 막상 지식은 전무 한 상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뇌졸중 굿바이>

<뇌졸중 굿바이> (지은이 허춘웅 / 펴낸곳 피톤치드/2014년 8월 21일 / 값 1만 3500원)
 <뇌졸중 굿바이> (지은이 허춘웅 / 펴낸곳 피톤치드/2014년 8월 21일 / 값 1만 3500원)
ⓒ 피톤치드

관련사진보기

<뇌졸중 굿바이>(지은이 허춘웅, 펴낸곳 피톤치드)는 한 가정의 가장인 나건강씨가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 해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다시 사회생활로 복귀해 가는 과정을 상황 극처럼 펼쳐나가며 설명하는 대본 같은 구성입니다.

의학 관련 책이라면 응당 딱딱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졸중 굿바이>는 한 편의 상황 극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두 딸, 은주와 효주 아빠이자 지혜의 남편인 나건강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식구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듭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나건강씨는 심한 두통과 아내의 얼굴이 대여섯 개로 보이는 증세 등을 보여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책에서는 나건강씨처럼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일 수 있는 뇌졸중 증상, 치료법과 치료받는 과정, 합병증과 재발 그리고 후유증, 완쾌돼 사회생활에 복귀하기까지 환자와 가족들이 겪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제반 상황들을 실생활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사실(상황)처럼 전개되고 있습니다.      

뇌졸중의 위험신호는 온 가족이 두루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환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오는 사람은 대부분 가까운 가족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자 본인은 증상이 있는데도 참고 있거나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병원에 가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환자도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뇌졸중 굿바이> 45쪽-

다른 병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뇌졸중은 조기발견과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뇌졸중은 대개의 경우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기 전에 이런저런 증상으로 위험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이럴 때 위험신호를 놓치지 않고 잘 알아차려 조기에 잘만 대응하면 쉽게 완치할 수 있는 게 뇌졸중이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몸에서 보내는 위험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간과해 호미로 막을 것은 가래로 막거나, 아예 막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경우까지 발생한다합니다. 따라서 뇌졸중을 일으키기 전에 몸에서 보내는 위험신호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뇌졸중을 최소한의 경비와 노력으로 제일 안전하게 방어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뇌경색 골든타임은 4.5시간

뇌경색은 빠른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것이 관건이다. 뇌경색은 적절한 항혈전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생긴 시기부터 4.5시간 안에 적합한 항혈전요법 치료를 받으면 치명적인 장애를 막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정상에 가깝게 회복할 수도 있다. -<뇌졸중 굿바이> 122쪽-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뇌졸중은 특히 환자 본인만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힘들게 합니다. 책에서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 나건강씨 한 사람의 입장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이 감당하거나 겼어야 하는 상황까지를 사실처럼 낱낱이 입체적으로 설정하고 있어 뇌졸중 치료에 따르는 제반 여건까지를 두루 새기게 합니다.

뇌졸중은 남에게만 찾아오는 불행,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10세 이하는 물론 3,40세 연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소아뇌졸중, 모야모야병이라는 것도 있다니 결코 남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책에서는 뇌졸중이 무엇인가를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뇌졸중이 오기 전에 보내는 이런저런 위험신호들도 알려주고,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치료법도 알려주고 치료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도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나건강씨를 통한 상황전개로 알려줍니다.

책에서는 뇌경색 골든타임으로 4.5시간을 강조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뇌졸중과 관련한 정보들이 내용으로 덧대어져 있어 책을 읽다보면 뇌졸중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입체적으로 꾸려집니다.

지금, 뇌졸중을 포함해서 수많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그의 가족, 또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건강과 가족의 사랑, 좋은 시간 중에 그 무엇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귀하다. 지금까지 그 소중함을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세상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자.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뇌졸중 굿바이> 247쪽-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에서 뇌졸중 전문병원으로 지정한 뇌졸중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장인 저자가 <뇌졸중 굿바이>를 통해서 가장 남기고 싶었던 고갱이의 말은 바로 위에서 인용한 글, 이 책 제일 끝부분에 남긴 몇 줄의 글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뇌졸중 굿바이> (지은이 허춘웅 / 펴낸곳 피톤치드/2014년 8월 21일 / 값 1만 3500원)



뇌졸중 굿바이 -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허춘웅 지음, 피톤치드(2014)


태그:#뇌졸중 굿바이, #허춘웅, #피톤치드, #고혈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