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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새누리당 대표 1년 밥값 2억6천… 새정치는?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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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비용 정치 구조를 줄이기 위해서 저부터 실천하겠다 해서 모든 식사 모임, 약속을 대중 식당에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 뭐 바깥에 공개도 안 했습니다마는 제가 당선되자마자 우리 당의 제일 큰 어르신들인 상임고문들 34분을 모시고 오찬 회의를 했는데 그동안 63(빌딩) 백리향에서 했습니다. 1인당 약 22만 원정도 들어갑니다. 근데 국회 앞에 있는 대방골이란 대중 식당에서 모시면서 양해를 구해가지고 '앞으로 이렇게 하겠습니다'하니까 '아주 잘했다'고 이렇게 또 칭찬도 하십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앞으로 "고급 식당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인당 한끼 식대가 22만 원이나 드는 '비싼 밥'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 대표가 얼마나 많은 돈을 밥값에 썼길래 김무성 대표는 '밥값 줄이기'를 혁신 방안으로 내세웠을까. 오마이TV는 선관위에 제출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의 2013년 회계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해 당비 등 보조금외 수입에서 지출된 지난해 당 대표의 식대를 살펴봤다.

[새누리당] 12월 한 달 3천여만 원... 월평균 2천100만 원 밥값

먼저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3년 1년 동안 사용한 식대는 모두 2억6000여 만 원이다. 월별로는 12월에 3000여 만 원을 쓰는 등 월평균 2100여 만 원을 밥값으로 썼다.

가장 큰 금액을 기록한 것은 당협위원장 오찬 간담회로, 한끼 식대에 770만 원이 들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 여건과 경제 정책 방향' 특강을 듣고 원외위원장들의 공공 기관장 인사 요청 등의 얘기가 오갔다.

이밖에도 63빌딩에서 353만 원,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51만 원 등 한끼 식대로 100만 원 이상 결제된 것이 60번이 넘는다. 최고 결제 액수 열 곳을 살펴보니 한화호텔이 운영하는 63빌딩 식당가에서 6번이 결제되는 등 주로 호텔과 고급 식당이었다.

황 전 대표가 주로 이용한 고급 식당은 어디일까. 황 전 대표가 주로 찾아간 '고급 식당'은 당사가 있는 여의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곳은 100만 원 넘는 밥값이 17번 나온 63빌딩 식당가.

국내 최고의 품격을 자랑한다는 이곳 중식당의 코스 메뉴를 보면 최저 6만 원짜리 메뉴부터 캐비어와 제비집을 곁들인 특제 상어 지느러미찜과 조리장 특선 요리 등으로 구성된 최고 48만 원짜리 저녁 메뉴까지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하시모토 유키오가 인테리어를 했고, 교토 가이세키와 도큐 에도마에 스시의 전통 조리 기법으로 요리한다는 일식당은 12만 원에서 23만 원짜리 메뉴가 있다.

황 전 대표는 여의도 당사 주변 식당들도 자주 찾았다. 중국 요리의 대가가 자문을 맡고 있다는 중식당을 16번 찾아 1000만 원 넘게 지출했고, 정치인 단골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중식당을 13번 방문해 1400여 만 원을 썼다.

남도 음식 전문 한정식집은 15번, 친이계 단골이 많은 일식집은 7번 찾았다.

특히 황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의 한 호텔을 23번 찾는 등 1년 동안 지역구에서 10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쓰기도 했다. 총 33번의 지역구 식대 지출 가운데 주말이나 공휴일에 지출한 경우가 18번이나 됐다.

이와 같이 고급식당을 자주 찾았던 황우여 현 교육부장관은 김무성 후임 대표의 '밥값 혁신'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오마이TV가 황우여 장관을 찾아가 직접 물어봤다.

[기자]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혁신방안으로 고급 식당 안 가겠다고 했는데 전임 대표로서 어떤 입장인가요?"
[황우여 교육부 장관/ 새누리당 전임 대표] "지금 장관으로 있기 때문에 당의 얘기는 좀... 적절치 않아요."

"장관으로서 당의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황 장관은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 세부항목 표시 안돼... 정확한 '밥값' 알 수 없어

이번엔 당시 민주당 대표의 식대를 회계보고서에서 찾아봤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소 6300만 원에서 최고 1억1000만 원이 넘는 '당 대표 및 지도부 당무활동에 따른 법인카드 사용 운영비'라는 항목만 매달 나와 있을 뿐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의 식대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당 관계자는 "법인카드 운영비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 사무총장과 대변인단 등 15명에서 20명에 이르는 지도부가 사용한 식대와 지방 숙박비 등이 포함돼 있다"고만 할 뿐 "당 대표가 사용한 정확한 '밥값'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세부항목을 표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카드를 썼는지를 상세히 공개한 새누리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3년 총 158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정당의 정치자금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대신에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고급 식당 사랑도 문제지만,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더 큰 문제는 누구와 왜 먹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는 어떤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듣느냐도 중요하거든요. 있는 사람, 기업인 등의 얘기를 많이 들으면 그 사람들이 생각이나 아젠다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 흔히 하는 말로 없는 사람들, 힘 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필요하고요. 그런 게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 물론 사람 만나는 게 밥이 전부는 아닙니다만. 그런 점에서 보면 누구를 만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 왜 만나는지를 밝혀주면 좋죠. 사실 정치인이 누구에게 귀를 열어주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더 제도적으로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회계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새누리당 대표의 고급 식당 애용과 민주당의 무성의한 지출내역 작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말 고급 식당에 발길을 끊을지, 민주당의 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회계보고서 작성에서 새정치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식대, #회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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