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스트레인>의 포스터

미드<스트레인>의 포스터 ⓒ Fox Networks


지난 7월, 미국에서는 폭스 네트워크(FX Networks)가 야심차게 내보낸 드라마 신작 <스트레인>이 방영되었다. <스트레인>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드라마다. 하지만 <트루 블러드>, <뱀파이어 다이어리>같은 낭만적이고 섹시한 뱀파이어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스트레인>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눈에서 기생충을 뽑아내는 심히 기괴한 모습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스트레인>은 뱀파이어물을 가장한 좀비물에 가깝다. 그만큼 기괴하고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인>은 첫 에피소드 시청률이 약1000만 명(VOD, 다시보기 서비스 포함)을 넘기면서 성공적인 오프닝 점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가차 없이 드라마 제작을 중단하기로 유명한 폭스 방송사는 <스트레인>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이렇게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스트레인>의 성공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바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스트레인>의 연출자이기 때문이다. <헬보이>, <블레이드2>, <판의 미로>로 유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미 굳건한 팬층을 가진 감독이다. 또한 <스트레인>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 <스트레인>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참고로 소설 <스트레인>은 뱀파이어 3부작으로 완결이 난 상태이다. <스트레인>을 감상하기 전 미리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침 한국에서도 스카이 드라마(sky drama) 채널에서 <스트레인>을 방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방영된다고 하니 '본방사수' 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다. <스트레인>을 보는 재미가 있으려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알고 보는 드라마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며 당신의 새로운 취향 저격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나무처럼 굳건한 '괴물 취향'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 google


길예르모 델 토로(이하 길예르모)의 작품세계를 정의하면 기괴함, 아름다움, 공포라고 말할 수 있다. 장편 데뷔작인 <크로노스>에서부터 최근작인 <퍼시픽 림>까지 종합해 봤을 때, 그는 거의 변하지 않는 일관된 취향을 가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길예르모의 가장 큰 장점은 고대 전설과 아르누보 풍의 캐릭터를 살려낸다는 점에 있다. 길예르모의 크리쳐는 H.R 기거의 '에일리언'과는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에일리언'이 절제되고 세련된 미를 보여준다면 길예르모의 크리쳐는 징그럽지만 비교적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헬보이> 출연진과 길예르모 델 토로

영화 <헬보이> 출연진과 길예르모 델 토로 ⓒ sony pictures


사실 길예르모의 작품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공포 문학의 거장 러브 크래프트다. 종종 길예르모의 작품 내에서 '크툴루 신화(러브 크래프트가 만든 세계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길예르모는 영화로 '덕질'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세계가 뚜렷하고 작가주의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자신의 평생 숙원이었던 <헬보이> 영화화를 위해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 감독 자리를 거절한 일화도 있다. 만약 그가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의 메가폰을 잡았다면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 가장 독보적인 영상을 보여줬을 것이다. 동시에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아동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니 '성공한 덕후'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드시 봐야 할 명작, <판의 미로>

 영화 <판의 미로> 포스터

영화 <판의 미로>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흔히 시각적인 효과나 코믹스적인 요소에 강한 감독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야기 구성력이나 내러티브를 끌고 가는 힘이 비교적 좋은 감독이다.

특히 길예르모의 연출력과 내용의 완성도를 가장 최고치로 끌어올린 작품이 바로 <판의 미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스페인 내전의 아픔을 이야기한 이 작품은 길예르모의 역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실제로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웹상에서 유명한 '눈알괴물'도 바로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다.

 영화 <판의 미로>에 등장한 괴물

영화 <판의 미로>에 등장한 괴물 ⓒ Telecinco Cinema


불행히도 한국에서 <판의 미로>는 한국 배급사의 엉뚱한 마케팅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 배급사에서 마치 <판의 미로>를 <해리포터>를 잇는 독특한 판타지 물로 소개하면서 학부모들이 영화관에 자녀들을 데리고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길예르모는 멕시코 사람이지만 스페인 내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실제로 두 번째 연출작이었던 <악마의 등뼈> 역시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사실 <판의 미로>를 <악마의 등뼈>에 이은 2부작 형태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중 가장 작품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영화들은 대부분 자신의 모국어로 만든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길예르모는 대규모 제작비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멕시코에서 감독을 할 때만큼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길예르모가 할리우드로 넘어오면서 그의 작품세계가 퇴색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길예르모의 작품세계는 게임, 코믹스, 책 등 무궁무진하게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이 많다. 물론 기자도 그 팬에 포함된다. 그가 <헬보이>, <판의 미로>같은 작품을 계속 내는 한 그 애정은 지속될 것이다. 이번 주말 여름이 완전히 가기 전에 길예르모의 작품 하나쯤 감상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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