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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일베 회원들과 시민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일베 회원들과 시민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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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투쟁이 잘못됐다고 성찰할 수 있는 20대 우파 청년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일베 내) 20대들은 아직 자정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기이하고 기묘하다. 분명 인터넷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은 하나인데, 해석이 이리도 다를 수가. 11일 오전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성찰'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다수 일베 회원들은 '폭식투쟁'으로 일컬어진 광화문 광장 출몰을 두고 '9·6 광화문대첩'이라며 의기양양한 투로 일관하는 중이다. 더욱이 문제적인 것은 일베를 두고 '우파'라 규정하는 하태경 의원의 시각차다.

설령 우파라 해도,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뜯고, 그 반대편 동아일보사 앞에서 유가족들을 '유족충'들이라 조롱하는 그들을 옹호하고 싶었을까. 일베 회원들 역시 유권자고 표를 줄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라서? 하태경 의원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들어봐도 달라질 건 없다. 

하태경 "일베, 세련되고 교양 있었으면 많은 국민 지지했을 것"

"좀 유치하고 졸렬하죠. 이런 게 사실 지금 세월호 정국을 무리하게 이끌어가는 광화문 단식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고, 여기에는 충분히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 항의하는 방법이 조금 더 세련되고 교양이 있었으면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했을 텐데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일베 회원들의 항의는 이해가지만 그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 정도 되겠다. 만약 일베도 세련되고 교양 있는 행태를 보였다면 "많은" 국민들이 지지했을 거라니, 여당 국회의원의 일베에 대한 인식이 저런 수준이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그간 일베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과 비교하며 일베를 진보 진영의 대항마로 대립시키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아 왔다. 이날 방송에서도 역시 "일베는 이석기 RO처럼 어떤 조직이 아니고, 아고라처럼 이제 논의 공간"이라며 일베의 성격을 다음 '아고라'나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수준과 동일시했다. 헌데 '아고라'나 '오늘의 유머'에서 과연 여대생 강간을 모의하고, 어버이연합 시위 반대 투쟁에 나섰던가?
  
"실제로 일베 회원들의 상당히 사회일탈적인, 어떻게 보면 반인류적인 행태가 나타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회지도층, 언론에서 좀 정확히 비판할 건 비판해주고 이 친구들이 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사실 많이 소홀했죠. 그런 부분은 보수언론이나 그리고 우리 새누리당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반성을 해야될 거라고 봅니다."

사실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이나 정부여당의 멘탈이 은연중에 드러난 지점은 바로 이 발언이다. "반인류적 행태"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같은)사회지도층과 ('조중동'과 같은) 언론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게 해줘야 한다, 이들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유권자들이다, 정도로 갈무리해도 무방해 보인다. 일베 회원들이 조금만 더 세련되게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난달까.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것은 일베를 향한 하태경 의원의 오락가락하는 발언들이다.

"세월호 국면에서 김영오 등 극소수 유족들이 헌법 짓밟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12년 10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간사를 맡은 하태경 의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12년 10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간사를 맡은 하태경 의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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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베 먹기투쟁 비판하니 '하태경이 좌파 빨아준다'고 비꼬는 친구들 있다. 이런 게 진영론이다. 이슈가 생기면 좌, 우 양 편으로 갈라 어느 편인가를 먼저 보는 거다. 아는 사람 다 알겠지만 세월호 국면에서 그나마 문재인 등 일부 좌파들과 김영오 등 극소수 유족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짓밟고 대통령까지 능욕하는 데(이들의 이런 과도함이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심을 급격히 약화시켰다) 정면에서 맞서 싸운 게 하태경이다.

심지어 문재인은 나를 고소까지 했다(물론 고소 거리도 안되는 건을 법정에 가져간 문재인은 자신의 고소가 얼마나 협량하고 야비한 것인지 다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한 세력 또는 흐름이 몰락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정 능력 상실이다. 486들이 대표적이다. 이 흐름은 노무현의 집권으로 그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뿐. 집단적 자정능력 상실로 <나꼼수> 같은 엽기적 퇴화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수구좌파로 고착화되었다."

일베를 비판하는 듯하다 진영론으로 회귀하여 세월호 유족들을 "대한민국 헌법을 짓밟고 대통령을 능욕"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는 이 어이상실의 논리. 지난 9일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첫머리가 이 정도다. 김영오씨를 대신하기 위해 단식에 나섰던 문재인 의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486' 정치세력, <나꼼수> 등을 단 한 번에 수구좌파로 몰아가는 이 논리의 비약.

일베를 이용해 진영론을 설파하는 이 하태경 의원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자기 스스로를 "낡은 이념의 시대를 극복한 인권운동가"이자 "한국정치에 꼭 필요한 신세대 정치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해 보인다. '일베충'이라 일컬어지며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떠오른 그들을 '청년 우파'라 치켜세우는 중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일베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정치인'으로 포장한다.

"그에 반해 일베 등 20대 우파들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 이제 막 우파 운동이 형성되어 조악하고 유치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시시비비를 가릴 줄은 안다. 물론 위험한 면이 없지 않다. 호남에 대한 병적인 비하. 잘못된 정보로 5·18을 북이 사주한 것으로 보는 것. 김대중, 노무현 때 공과를 균형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점. 이런 면들은 지속적으로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나도 이런 점들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문창극 역사관 건강하다'던 하태경이 인권위 인권상 수상자?

일베를 "새로운 청년 보수 액티비즘"으로 규정하면서 기쁘고 환영한다는 여당 국회의원. 그는 일베 회원들이 "생물학적으로 젊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과 실천을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확신"을 한단다. 아무래도 일베 회원들이 변화하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서 응원을 보내는 걸까? 헌데 하태경 의원의 이력을 돌아보면 무리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문창극 총리 후보의 '식민 지배·남북 분단, 하나님의 뜻 있는 것'이란 발언은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강하게 단련시키기 위해서 시련을 주신 것' 정도로 해석되는 것인데 왜 이리들 호들갑인지!"

지난 6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논란 당시 하태경 의원이 적은 글이다. 하 의원은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가) 언론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 도저히 못 보고 있겠다. 그의 온누리교회 1시간 강연 들어보니 그의 역사관이 아주 낙천적이고 건강함을 알 수 있었다"며 두둔하고 나선 바 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역사관을 "식민지배, 남북 분단 이런 시련을 패배주의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니. 이를 두고 진중권 교수는 "이분도 동반사퇴시켜야 겠네요. 미치지 않고서야"라며 개탄한 바 있다.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준하는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신봉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가 열린북한방송 대표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물론 이명박 정부가 내려보낸 현병철 위원장 시절의 일이다).

9일 하태경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9일 하태경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하태경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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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는 진정 '표현의 자유'를 누릴 만한 집단인가

초선 하태경 의원은 이미 2013년부터 일베 옹호에 적극적이었다. 일베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5월, 하 의원은 '일베를 잡겠다는 생각에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나'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은 민주당의 이념이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내 맘대로 헌법을 해석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경민 의원은 "일베에 대해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하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최소한의 악(惡)' (규제)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문제 삼지 않으니 판례와 법률을 참고하라"고 반박했다.

초선 의원의 시선 끌기일까,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북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이의 신념일까. 지난 대선 정국에서 일베가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 정부 여당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일베를 두둔했던 아이러니 역시 대한민국 정치의 오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한 의원의 돌출이라기보다 계륵과도 같은 일베를 향한 정부 여당의 스탠스가 저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패륜에 가까운 모의나 인륜을 저버린 '폭식투쟁'을 보고도 '청년 우파'라 돌려 세우고 싶은 저 검은 순정. 한국에서 고생이 많은 이 '표현의 자유'를 욕보이는 새누리당과 하태경 의원에게 묻고 싶다. 일베가 진정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만한 집단인가.


태그:#하태경, #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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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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