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 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와 아와지시마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 기자 말

      에비스 신이 태어났다는 전해지는 이와쿠스 신사 도리이와 바위굴입니다.

에비스 신이 태어났다는 전해지는 이와쿠스 신사 도리이와 바위굴입니다. ⓒ 박현국


지난달 30일 오후 시코쿠와 간사이 지역을 잇는 아와시마 섬을 찾았습니다. 아와지시마 섬은 북쪽으로는 고베시와, 남쪽으로는 도쿠시마와 이어져 있습니다. 북쪽 고베 사이에는 아카시가이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카시가이쿄오하시 다리가 있고, 남쪽으로는 나루토해협을 사이에 두고 나루토오하시 다리가 있습니다.

아와지시마 섬은 북동에서 서남으로 기울어진 가늘고 긴 섬입니다. 남북 53km, 동서 22  km, 둘레 203 km 정도이고 섬의 너비는 5 km에서 8 km 정도입니다. 아와지시마 섬에는 아와지시, 슈모토시, 미나미아와지시가 있습니다. 아와지시마 섬에 사는 인구는 모두 14만 3 천 명 쯤입니다.

1998년 개통된 아와지시마 섬과 고베시 다루미구를 잇는 아카시카이쿄오하시 다리는 길이가 3911m 이고 바다에서 다리까지 높이가 65m입니다. 이 다리가 개통되어 뱃길이 없어지고 자동차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베시에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아와지시마 섬에 살면서 통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와지시마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반농반어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벼농사와 양파, 감귤 농사가 번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먹거리의 수입으로 양파농가에서 양파 무역상으로 바뀐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베시 다루미쿠와 아와지시마 섬을 잇는 아카시가이쿄오하시 다리 모습입니다.

고베시 다루미쿠와 아와지시마 섬을 잇는 아카시가이쿄오하시 다리 모습입니다. ⓒ 박현국


오래 전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온 이곳 아와지시마 섬사람들은 마을마다 신사를 짓고 신을 섬겨왔습니다. 그 신 가운데 대표적인 신이 에비스 신입니다. 에비스 신은 일본 전국에 퍼져있는 신으로 땅이름, 신 이름, 신사이름, 맥주이름 등등 여러 곳에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비스 신은 바다를 건너와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신입니다. 대륙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산이나 하늘을 거룩한 곳, 신이 사는 곳으로 섬깁니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바다에 사는 신, 물에 거하는 신이 수평선 너머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과 신앙이 있습니다.

에비스 신이 일본 전국에 퍼져있는 것은 바다와 깊은 관련성이 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생겨난 신이 농경이나 상업들로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신의 성격이나 복의 개념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치시 오가와군 이노초 스기모토 신사에서 파는 에비스 상, 시코쿠 유스하라초에서 전해진고 있는 가구라 전통극에서 에비스 역할을 하는 모습과 에비스 탈, 오토요초 식당에 걸린 에비스 상, 오토요초 야사카신사에 있는 에비스 상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치시 오가와군 이노초 스기모토 신사에서 파는 에비스 상, 시코쿠 유스하라초에서 전해진고 있는 가구라 전통극에서 에비스 역할을 하는 모습과 에비스 탈, 오토요초 식당에 걸린 에비스 상, 오토요초 야사카신사에 있는 에비스 상입니다. ⓒ 박현국


일본 여러 곳에서 전하는 가구라 전통극에서도 에비스 신의 탈은 후덕한 인상에 낚시를 하는 모습입니다. 낚시로 도미를 낚아 올립니다. 도미는 일본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으로 일본사람들이 좋아하고, 운수 대통의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에비스에 대한 표현도 여러 가지(えびす, ゑびす, エビス, ヱビス, 夷, 戎, 胡, 蛭子, 蝦夷, 恵比須, 恵比寿, 恵美須)입니다. 지역이나 신사에 따라서 쓰는 한자가 다르지만 모두 에비스로 읽습니다. 이곳 아와지시마 섬사람들은 일본 전국에 퍼져있는 에비스 신앙의 신이 태어난 곳이 이곳 아와지시마 섬이라고 합니다.

아와지시마 섬 북쪽 고베시와 마주하고 있는 이와쿠스신사가 바로 그곳입니다. 이와쿠스 신사에는 바위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에비스 신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마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원래 8월 22일 에비스 신을 위한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곳 에비스 신이 태어났다는 바위굴은 현재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먼 옛날 이 바위굴은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서 생겨났을 것입니다. 따라서 바닷가 바위 절벽에 있는 바위굴은 사람들에게 신비감과 두려움을 주었고, 그러한 마음이 에비스 신의 탄생지로 탈바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음력이 없어지면서 에비스 신을 위한 축제는 9월  22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은 9월 22일에 가까운 토요일과 일요일 에비스 축제를 거행합니다. 이 축제 때 마을 사람들은 에비스 신을 태운 신 가마를 메고 바다에 들어가 신가마를 물에 넣어 신을 모셔오거나 보내기도 합니다.

아와지시마 섬은 이제 다리로 연결되어 더 이상 섬이 아닙니다. 생활환경이 바뀌어 어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에비스 신이 사람들에게 복과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에비스 신을 모신 신사를 지키면서 축제를 열고 복을 빌고 있습니다.      

      이제 7 박 8 일 동안 시코쿠 답사를 마치고 고베에 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일본 밥상이라는 식당인데 카레가 보입니다.

이제 7 박 8 일 동안 시코쿠 답사를 마치고 고베에 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일본 밥상이라는 식당인데 카레가 보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아와지시, http://www.city.awaji.lg.jp/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에비스 신 아와지시마 섬 에시마 고베시 이와쿠스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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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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