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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발생한 지 13년이 되었다. 원전과 방사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중 원전에 9·11 테러 같은 항공기 테러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거란 게 여태까지의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전의 안전은 철저히 관리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국내 원전이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위험시설인 원전에 꼭 있어야 할 소화 설비는 물론 스프링클러도 방화벽도 없다는 것이다. 화재에도 취약한데 만약 9·11 테러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게르트 로젠크란츠의 <왜 원전은 폐기해야 하는가>(시금치 펴냄)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과격한 자살공격 테러범의 입장에서는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이 결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과격분자들이 핵시설을 성공적으로 공격할 경우 이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당장 불바다로 만들어 상대에게 수백 배의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 (본문 53쪽)

끔찍했던 9·11테러

<왜 원전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표지
 <왜 원전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표지
ⓒ 시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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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는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주요 시설이 항공기 자살 테러 공격을 받은 사건이다.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정부기관 건물들은 물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등이 항공기와 폭탄을 동원한 테러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았다.

승객 92명을 태운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오전 7시 59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중 납치되어 한 시간 뒤에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빌딩에 충돌했다. 이어 승객 6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여객기가 남쪽 빌딩에 충돌했다.

워싱턴에서는 9시 40분쯤 승객 64명을 태운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국방부 건물(펜타곤)에 충돌했다.

9시 45분쯤 세계무역센터 남쪽 빌딩이 폭발하고 무너져 내렸다. 북쪽 빌딩도 10시29분경 무너져 내렸고 이내 화염에 휩싸였다. 이 테러의 배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있었다.

<왜 원전은 폐기해야 하는가>는 9·11 테러의 목표물이 세계무역센터나 펜타곤 등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여러 개의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였다고 한다.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실행되지 않았기 망정이지 계획대로 실행되었다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원자력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끊이지 않는 원전사고, 원자력 발전소의 테러 노출, 핵폐기물의 안전성 문제, 핵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의 한정성, 원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원전의 수명연장의 위험성 등을 짚어주고,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원전의 제2부흥기에 대하여 깊이 우려하고 있다.

테러 목표물인 원자력 발전소

이 책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보잉767기를 몰고 돌진했던 모하메드 아타는 허드슨 강변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두 곳도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이 원전 공격의 암호명은 '전기공학'이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 공격을 실행하지 않은 것은 지대공미사일이나 요격전투기로 저지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실은 당시에 미국의 항공기 테러에 대비한 원전 안전대책은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군사력이나 방공망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실행을 중단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오판이다.

이런 사실은 9·11 테러사건을 조사하는 중 '알카에다' 지도자 칼리드 샤익 모하메드의 진술로 밝혀졌다. 그에 따르면 여객기 10대로 원전 몇 곳을 더 공격하려 했다고 한다. 2010년 현재 가동 중인 436기의 원자로 중에 이런 공격을 감당할 원자로는 없었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옹호론자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 이후 독일 연방정부는 퀘른 시에 있는 원전설비 및 원자로안전성협회에 '공중공격으로 인한 원전의 피해 정도'를 예측하는 대규모 연구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어서 충돌하기만 하면 '원자력 불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적중률도 높다.

대부분 핵시설이 잠입하여 공격하는 데는 대비를 하고 있지만, 9·11 테러처럼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 같은 경우는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약 테러 사태가 발생하면 대량 인명살상이나 경제적 파국은 물론 정치적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방사능에 의한 2차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평화적인 핵 이용은 불가능하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된 이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선언했다. 그러나 암암리에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스위스나 스웨덴 등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했다. 결국 핵의 군사적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탄생시켰지만 핵폭탄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라크,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에 이르기까지 핵의 무기화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하는 등 '핵확산방지조약(NPT)'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 북한이 영변에 있는 5㎿급 가스 흑연 원자로를 가동 중인 징후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시설이다.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적인 핵에너지 이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반도, 대만, 이란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곳에 건설된 원자로들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핵폭탄도 문제지만 원전자체가 가공할 만한 무기이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너무나도 낙관적인 이야기들에 익숙한 우리가 이제 원전의 본질적 문제들에 대하여 눈을 떠야 할 때가 되었다.

"이들 지역(분쟁지역)에서 일단 원자로가 가동에 들어가면, 잠재적 침략자들은 적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황폐화시키기 위해서 굳이 원자탄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공군이나 포병대만으로도 충분하다."(본문 55쪽)

덧붙이는 글 |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게르트 로젠크란츠 지음 / 박진희, 정계화 번역 / 시금치 2011 펴냄 / 196쪽 / 1만2000원)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 지구 곳곳이 후쿠시마다

게르트 로젠크란츠 지음, 박진희.정계화 옮김, 시금치(2011)


태그:#9.11 테러,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 #게르트 로젠크란츠, #원자력발전소, #원전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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