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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의 아침상을 차린 뒤,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딸아, 아침밥 먹고 있니..."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의 아침상을 차린 뒤,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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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는 결혼 7년 만에 얻은 외동딸이었다. 1997년 10월 처음 엄마 품에 안긴 지현이는 수학여행을 떠난 2014년 4월 15일 이후 아직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는 두 달 전부터 지현이의 아침밥을 챙기고 있다.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어서 물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아침밥을) 김에 조금 싸서 먹을까, 말까 했던" 지현이지만 엄마는 추석에도 진도실내체육관의 먹을거리를 챙겨 팽목항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에 지현이까지 해서 같은 반 학생 3명이 안 나왔었거든. 근데 누군가 ○○(이) 아빠보고 밥을 해서 (팽목항 앞 바다에) 던져주라고 했대. 그래서 밥을 잔뜩해서 새벽에 던졌는데 그날 딸내미가 나왔다니까."

평소 같으면 차례상을 차렸을 추석 아침, 엄마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딸의 밥상을 차렸다. <오마이뉴스>가 추석인 8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의 아침길을 동행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심씨가 추석인 8일 오전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아침밥 들고 버스 오르는 실종자 어머니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심씨가 추석인 8일 오전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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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 가는 길] "그나마 아침밥이라도 챙길 수 있으니..."

오전 7시 30분 지현이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심씨가 체육관을 나섰다. 터벅터벅. 사고 후 무릎이 안 좋아진 심씨는 버스 계단에 조심스레 발을 올려 놓았다.

"간밤에는 (지현이가) 나올까 했는데…."

심씨는 지현이가 나오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나와도 열 번은, 백 번은 나왔을 거 같은데. 지현이는 4층에 있었으니 배 안에 있을 거야. 생존자 남자 아이(단원고 학생)가 4층 화장실 앞에서 봤다고 했거든. 지현이 지갑도 4층 자판기 앞에서 발견됐고. 그런데 사실 물 속이라 알다가도 모르지…. 휴."

심씨는 손가락으로 선체 단면을 그려보이며 지현이가 있을 만한 곳을 기자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심씨는 지현이 아침밥을 챙기느라, 또 매일 오후 5시 수색 내용 브리핑을 받느라 하루에도 두 번 이상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간다. 길 수도, 짧은 수도 있는 30분 거리를 차로 오가는 일이지만 몸 상태가 여의치 않은 실종자 가족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마다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는 것,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썩 좋은 질문은 아니었나 보다.

"에이, 이게 힘들면 어째. 그나마 이거라도 할 수 있으니 낫지. 뭐라도 한 것 같아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빨리 가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심씨가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다.
▲ 마지막 순간까지 애타게 불렀을 엄마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심씨가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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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전날 가져다 둔 아침밥을 바다에 뿌리고 있다.
▲ "딸아, 아침밥 먹고 어서 나와"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전날 가져다 둔 아침밥을 바다에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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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딸 생각에 엄마는 한숨

오전 8시 셔틀버스가 팽목항에 도착했다. 4월 16일 밤, 그렇게 새카맣던 바다는 이날은 유독 옥빛을 띠었다. 심씨는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부처님이 혹시 도와주실까 하고 방파제 따라 놓인 연등에 손을 대 본다. 풍경도 한 번 건드려 본다. 맑은 소리가 났다.

방파제 끝 무렵, 작은 밥상이 보였다. 밥상 위로 실종자들이 어서 돌아오길 기원하는 노란리본 여럿이 흩날리고 있었다. 심씨는 전날 두고 간 아침밥을 바다에 뿌렸다.

"황지현, 빨리 와!"

밥상이 텅 비었다. '황지현 밥상, 꼭꼭 씹어 맛있게'라고 적힌 글귀가 보였다. 심씨는 오늘도 지현이가 '꼭꼭 씹어 맛있게 먹을' 새 밥상을 차렸다. 흰 쌀밥에 각종 전, 사과, 배, 송편이 놓였다. 초콜릿과 젤리도 밥상 한 켠에 자리했다. 지현이도 엄마의 밥상을 기다리고 있을까.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내가 밥상 차리는 모습을) 보고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추석이라 친척들도 왔으니 오늘 (지현이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심씨는 한참을 팽목항에 머물렀다. 밥상 근처를 서성이며 모여드는 벌레를 내쫓았다. 바다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도, 노란 리본에 적힌 글귀를 살펴보기도 했다. 방파제에 줄줄이 걸린 사진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오전 9시 30분 심씨는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한참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다. 심씨는 그저 창밖을 바라봤다. 사고 이후 수도 없이 오갔을 '체육관-팽목항' 길을 심씨는 추석인 오늘도 바라보고 있었다. 심씨가 내뱉었다.

"추석까지 이럴 줄 알았겠어? (추석까지) 이렇게 있으니 기가 막히지."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팽목항 방파제 끝에 위치한 딸의 아침 밥상에 준비해 온 음식을 놓고 있다.
▲ 차례상 대신 딸의 아침상... "딸아, 많이 먹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팽목항 방파제 끝에 위치한 딸의 아침 밥상에 준비해 온 음식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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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실종자, #진도,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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