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신의 손> 추석 개봉 확정

<타짜-신의 손> ⓒ 롯데 엔터테인먼트


강형철은 최동훈이 아니었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가볍고 유쾌한 드라마 연출에 재능을 보인 강형철 감독이지만 스타일리쉬한 범죄드라마 <타짜> 속편의 적임자는 못되었다. 화투패의 화려한 면면을 화면에 그대로 덧씌우고 감각적인 장면 전환과 리드미컬한 범죄물의 스타일을 한 껏 뽐냈던 최동훈 감독의 전작에 비해 이 영화는 무디고 촌스러웠다.

화투패의 화려함처럼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던 전작의 맛과 멋은 겉멋든 배우들의 영혼없는 연기로 대체되어 실망만을 안겼다. 강형철 감독이 속편의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우려했던 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참담하기까지 한 영화였다.

물론 강형철 감독이 능력없는 연출자인 것은 아니다. 더없이 깔끔했던 <과속스캔들>의 오프닝과 복고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려낸 <써니>에서의 연출만 보아도 그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가 <타짜> 시리즈의 연출을 맡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심지어 최승현과 신세경, 이하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전작이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고 원작의 스타일도 확실했기에 연출의 폯이 넓은 영화는 결코 아니었다. 감각적이고 진지해야 하며 멋과 맛이 살아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어야 했다. 이런 류의 멋이란 그저 흉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타고난 감각이 중요하고 끝없이 진지하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집중력의 날이 살아있어야 했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의 장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어려움에 맞서 그는 자신이 가진 장점, 즉 특유의 유쾌함에 기대어 이야기를 끌어가려했고 마침내 실패한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타짜>와는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었다.

2시간 30분의 런닝타임으로도 수습되지 않는 이야기

<타짜-신의 손>은 함대길의 이야기다. 함대길은 전작의 주인공인 고니의 조카면서 그 파트너였던 고광렬의 제자로 4편까지 나온 <타짜>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린 주인공이다. 영화는 어린 나이부터 승부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가 타짜의 세계에 입문해 수많은 일들을 겪고 마침내 손을 털기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함대길은 우연치 않은 계기로 사람을 칼로 찌르고 서울로 도피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타짜로 일하며 실력을 쌓아가지만 사기사건에 휘말리며 엄청난 빚을 지고 콩팥까지 떼이는 상황에 처한다. 막장까지 내몰린 그는 전작에도 등장했던 고광렬을 우연히 만나 스승으로 삼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러 나섰다가 악당인 장동식의 손에 스승을 잃는다. 분노한 대길은 스승의 복수를 위해 장동식과 아귀를 포함한 도박꾼들과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전작인 <타짜>가 멋진 캐릭터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감각적인 스타일로 한 편에 추려놓았다면 <타짜-신의 손>은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와 복잡한 이야기를 억지로 우겨넣은 듯한 작품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도 쉽게 정리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색색의 인물들은 중요도가 다름에도 존재감이 비슷하여 난잡한 느낌까지 준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런닝타임으로도 이야기는 수습되지 않고 최후의 대결전에 이르러서야 우격다짐으로 마무리되는 꼴이다.

깊이는 사라지고 캐릭터는 소모되다

꽃의 싸움인 화투 안에 인생을 담아낸 전작의 깊이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였던 <타짜>의 멋도 완전히 사라진 것만 같다. 최승현과 신세경, 이하늬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점은 결정적인 실수였다. 이들에게 조승우와 김혜수, 백윤식이 보인 존재감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타짜>시리즈의 멋을 이어갈 수 있는 존재감은 있었어야 했다.

이들에게 그런 역량이 부재함에도 이들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것은 무리한 선택이었다. 무미건조한 악당이었던 곽도원의 캐릭터에게 저울이 기우는 것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밀하지 않은 에피소드와 캐릭터 설정이 아귀와 고광렬의 캐릭터마저도 그저 소모하고 마는 상황 속에서 이 영화에 살아있는 캐릭터가 과연 있었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전작의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모를 클라이막스 씬의 연출 역시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침 속옷브랜드 비너스와 비비안의 모델인 이하늬와 신세경의 노출은 브래지어 광고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에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등의 명대사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이건 선생님의 복수가 아니야. 핫바와 닭꼬치의 복수야', '싫으면 시집가', '나는 뒷태가 예뻐요' 등의 참담한 대사들이 이어진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강형철 감독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타짜>의 가볍고 유쾌한 버전이 아니었나 싶다. 만화스런 연출이 도드라졌고 간간이 등장하는 유머와 액션씬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범죄드라마엔 장르에 맞는 연출이 이뤄져야 한다. 전작이 있는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가볍고 유쾌하려 했던 이야기가 너무 가벼웠던 나머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내려가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주목하고 있는 감독의 실패이기에 더욱 아쉬웠으며 기대했던 영화이기에 실망스러웠다. <타짜-신의 손>은 부인할 수 없는 졸작이다.


타짜 신의 손 강형철 허영만 이하늬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