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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과 법원 연기 규탄 노동자 집회
 현대차 불법파견과 법원 연기 규탄 노동자 집회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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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기사는 추석과 다음날 출근하는 대신 내일 쉬어요."

다니는 직장이 24시간 연중무휴 일하는 영업소라 추석 연휴 때 2일씩 돌아가면서 쉬기로 했습니다. 추석 때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혼자 일해도 무방합니다. 모두가 추석 연휴 때 쉬고 싶지만 업체 사정상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누군가 희생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일하는데 다른 두 분이 추석날 차례 때문에 빠질 수 없는 입장이랍니다. 결국 제가 추석날 근무 서기로 했습니다.

"9월 4일 오후 4시 현대차 불법파견과 법원 판결 연기 규탄 집회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은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 바랍니다."

마침 그 때,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로부터 문자가 날아 왔습니다.

미리 정문 앞에 집회 신고 해두는 현대차

잘됐다 싶어 오후 3시께 집을 나서 현대차 정문 앞으로 갔습니다. 좀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사복 경찰과 현대차 노무관리 직원들만 왔다갔다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는 현대차 트럭이나 버스로 빈 공간을 가득 메워 놓았습니다. 안면이 있는 비정규직 노조원을 따라가니 그들은 정문을 지나 더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현대차에서 미리 집회 신고를 해버려서 우린 저 위 공터에 집회 신고를 해서 그리로 가고 있습니다."

집회 장소는 마을 공원으로 가는 길가에 주차시설로 쓰이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집회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시작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투쟁은 이제 대한민국 비정규직 현실을 가장 잘 말해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11년을 싸워 왔고 대법원 판결 난 지도 4년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집단소송 진행한 지도 3년 10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벌써 세 차례나 판결을 연기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다 못한 울산지역 노동단체와 진보단체가 모여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될수 있도록 연대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은 버스와 트럭으로 공간을 매워 놓아 노동자들은 도로로 나와 집회를 진행 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은 버스와 트럭으로 공간을 매워 놓아 노동자들은 도로로 나와 집회를 진행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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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오늘 집회는 현대차 불법파견과 법원 판결 연기 규탄 집회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나와서 연설했습니다.

"지난 8월 18일 합의는 11년 불법파견 투쟁을 세월호처럼 바다 속에 가라앉게 한 합의였습니다. 아무리 갈증 나도 바닷물 마실 수 있습니까? 현대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을 흔들고 있고 법원은 벌써 세 차례나 집단소송 판결을 연기 시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배제한 채 진행된 노사합의

지난 8월 18일 현대차 회사와 현자노조, 아산·전주 비정규직 노조만 신규채용에 합의했습니다. 울산은 "불법파견 논리에는 신규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맞다"며 협상에서 빠졌고 결국 현자노조가 주도한 협의는 신규 채용으로 합의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연사로 나온 사람들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와 세월호 사건에 대해 성토했습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집회를 마무리 하고 현대차 정문까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약 400여 명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를 따라 현대차 정문까지 걸어갔습니다. 현대차 정문 앞은 트럭과 버스로 막혀 있었습니다. 대오는 차량이 다니는 길에 앉아 마무리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화 공연과 연설로 집회를 이어갔고 곧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회를 마무리하고 류기혁 열사 9주기 행사를 이어 진행하겠습니다."

류기혁 열사는 영덕이 고향인 순박한 청년이었습니다. 2003년, 그의 나이 스물여덟 되던 해 현대차에 들어가 일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기자 관심을 가지고 노조원이 됩니다. 업체 쪽의 노조탈퇴 공작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던 그는 업자와 간부들이 두려워 출근 자체를  힘들어합니다.

그러다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강제로 해고되고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복직 노력을 합니다. 그러던 중 2005년 9월 4일 임시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제가 현대차 앞에서 줄기차게 1인 시위 할 때 가끔 저에게 먹을 것을 사들고 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었는데...

류기혁 열사 9주기 추모제 진행
 류기혁 열사 9주기 추모제 진행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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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고 있습니다. 약소하게 상이 차려지고 추모제가 진행됐습니다. 영정 앞에 하얀 국화꽃 하나씩 놓고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이날의 모든 집회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모인 사람들이 사라지자 현대차 정문 앞은 발 빠르게 버스와 트럭을 치웠습니다. 수십여 대로 보이는 경찰 차량도 가고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알 수 없는 전투경찰 수백여 명도 경찰 버스에 올라 떠났습니다. 현대차가 보이고 있는 태도로 보아 불법파견 문제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노동자 권리, 덤으로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법원에서 판결난 것만이라도 이행하라는 요구입니다. 대법원 판결 내용에 따라 신규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사용자는 비정규직 노조가 주장하는 그 '말 귀'를 정말 못 알아먹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오리발로 맞대응 하는 것일까요? 알 길이 없습니다. 알 길이...


태그:#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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