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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숙명여대 정문 앞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
 9월 1일 숙명여대 정문 앞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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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쓰레기였습니다."

2학기 개강 첫날인 9월 1일, 수십 명의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 교문 앞에 섰다. 이들은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로, 작곡과 소속 A 교수와 B 교수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이 수업을 거부한 채 강의실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작곡과 학생들은 학교 안에 붙인 대자보와 교내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두 교수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에게 인격모독의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A 교수가 50분씩 1대1로 해야 하는 개인 레슨을 10명씩 모아 한 사람당 5분 정도밖에 수업을 하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수업에 성실히 참여했으나 불명확한 이유로 F학점을 부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료 교수를 '쟤', '야 이 여자야' 등으로 지칭"하는 등 막말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A 교수는 학교에서 제작을 지원하는 졸업 작품집과 과제물 제출시 사용하는 오선지를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은 B 교수 또한 레슨 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수업에 지각을 하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종교 활동을 강요하거나 "너희들은 살 가치가 없다", "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무뇌아로 태어날 것이다"와 같은 인격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B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한 작곡과 학생은 반복된 폭언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불쾌했는데, 나중에는 어지간한 폭언에는 미동도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신애(23)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미 두 교수는 올 초 학교 측으로부터 행정적인 차원의 감사를 한 차례 받은 상태"라며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 이후 두 교수에 대한 추가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50분 레슨을 5분 만에"... "'네 아이는 무뇌아' 폭언"

 9월 2일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를 바라보는 학생들
 9월 2일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를 바라보는 학생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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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과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학교 측의 추가 감사 진행과 별개로 4일 현재까지 학내 시위를 하고 있다. 언제까지 시위를 계속할지는 논의 중이다.

교수들의 폭언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수업을 위해 이동하던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작곡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정빈(21·정치외교학과)씨는 "상당히 많이 공감된다"며 "(나도) 예술 분야를 공부하다가 전향한 경우라 과거에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50만 원 내고 5분 레슨을 하는 것과 같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또 "SNS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숙명여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알리는 '숙명,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1일 작곡과 학생들이 작성한 대자보 전문이 올라왔다. 4일 현재 이 게시물의 '좋아요' 수는 1만2000개가 넘었고, 이 게시물은 160회 이상 공유됐다. 이 페이지의 다른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700개를 넘지 않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숙명,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를 운영하는 박세은(22·한국어문학부)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페이스북 게시물은 외부인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할 수 있어 이 반응이 전부 숙대 학생의 여론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학교를 지나다니면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교내 익명 커뮤니티의 여론을 살펴보면 (작곡과 사태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일에는 교내 익명 커뮤니티에 '파란 리본이나 배지 등을 착용하여 작곡과 학생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하자'는 제안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곡과 학생들이 시위를 할 때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 옷을 맞춰 입고, 학교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손목에 묶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 제안글을 보고 파란색 치마를 입고 학교에 왔다는 김현주(20·미디어학부)씨는 "작곡과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두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김현주씨는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에 반대하는 여론은 없냐'는 기자의 물음에 "학교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는 이들이 있긴 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이 문제를 묵살하고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숙명여대 학생들 중 "시위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유는 모른다", "(작곡과가) 왜 그렇게 된 것이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작곡과 학생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란 리본으로 작곡과 학생들 지지' 제안도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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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기 학제개편안 문제로 학교측과 한 차례 마찰을 경험한 박신애 총학생회장은 '과거에 있었던 학내 시위와 지금 작곡과 학생들의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차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작곡과 사태가 (지난 학제개편안 시위에 비해) 조금 더 이슈화 된 것은 이것이 단지 한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애 총학생회장은 작곡과 사태가 공론화되기 전인 올 1학기에 두 차례 정도 교수와 학교의 잘못된 관행을 고발할 수 있는 '숙명인 신문고' 페이지를 개설했지만 많은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익명을 보장한다고 해도 (고발에는) 큰 용기가 필요해 그런 것이라 짐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음악대학 4학년 학생은 "(작곡과 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부임한 뒤로) 10년 이상을 참아왔고, 근 3년간은 말할 수 없는 횡포들이 많았다"며 "사건을 밝히는 것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작곡과 학생들은 강의실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움직임에 두 교수는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A 교수는 "학생들의 시위가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며 "학생들의 주장이 왜곡됐다는 점에서 사실 규명을 위한 공개 토론을 제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자가 A 교수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전화를 받은 B 교수는 작곡과 학생들의 의혹제기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답했고, 반론이 있는지 질문하자 "없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학생들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묻자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작곡과 학생들이 쓴 대자보의 첫머리는 "살려주세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개강 첫날 강의실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장이다. 학생들의 절박한 외침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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