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메인 포스터

▲ 두근두근 내 인생 메인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2011년 출간되어 그 해 올해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김애란 작가의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영화로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미녀 배우인 강동원과 송혜교를 내세워 조로증으로 죽어가는 소년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전부터 주연인 송혜교와 관련한 악재를 만난 점이 아쉽지만 탄탄한 원작과 좋은 배우들, 오랜만에 찾아오는 슬픈 가족드라마라는 점까지 흥행의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영화의 주인공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이(조성목 분)다. 신체나이는 여든 살 노인이지만 실제 나이는 열여섯의 소년인 아름이는 택시기사인 아버지 대수(강동원 분)와 세탁업체에서 일하는 엄마 미라(송혜교 분)와 함께 살아간다. 아름이와 같은 나이, 열여섯에 아이를 갖고 이제 서른셋이 된 어린 부모 대수와 미라, 그리고 아픈 탓에 일찌감치 철이 든 아들 아름이. 영화는 한 달을 영원같이 살아가는 아름이 가족의 몇 달 간을 스크린에 옮겼다.

탄탄한 원작과 기본을 지키는 연출

희귀병으로 죽어가는 아름이를 지켜봐야 하는 슬픈 시간. 흔히 이런 영화는 정해진 결말을 향해 치달아 관객의 눈물을 빼고 억지감동을 자아내려 하게 마련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신파조로 일관하며 억지스런 눈물을 강요하기보다는 간간이 터져 나오는 유머와 경쾌한 음악, 검증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통해 유쾌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연출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은 결코 작지 않은 장점이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조성목과 강동원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주인공인 아름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영화답게 내레이션이 많이 나오는데, 어린나이 답지 않게 분위기 있는 목소리를 가진 조성목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 많지 않은 연기경력에도 안정된 표정연기와 절제된 감정표현이 영화 전체에 깊이를 불어넣었다.

<군도>를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강동원 역시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해냈다. 눈 먼 아름이를 앞에 두고 소리죽여 오열하던 그의 연기는 강동원이란 연기자가 데뷔 이래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연출과 배우뿐 아니라, 음악과 영상도 영화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정재형 음악감독의 음악은 때로 경쾌하고, 때로 잔잔해서 영화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려주었다.

서로 닮은 두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과 <안녕, 헤이즐>

영화는 지난 달 개봉한 <안녕, 헤이즐>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 그들이 남겨진 가족들을 걱정한다는 점, 무엇보다 극 중 반전이 영화의 전개와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그렇다.

역시 소설 원작인 <안녕, 헤이즐>이 사랑이야기에 가까웠다면,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족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삶과 사랑에 대한 진솔함이 돋보인 두 작품은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잘 만들어진 영화다.

개봉 전부터 좋지 않은 문제에 시달리며 몸살을 앓았지만 영화는 배우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작자와 감독부터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이 한 편의 영화가 오직 한 명의 배우와 관련된 비난으로 스러지는 것은 우리 문화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결코 형편없는 영화가 아니니 만큼 작품성에 대한 평가 및 성과가 따르길 기대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9월 3일 전국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재용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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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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