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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40여 일이 지났다. 계절은 가을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진도 바다에는 10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2주가 되어 가지만 대통령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더니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40일 넘게 단식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가족들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했고 나머지 유가족들도 건강이 많이 상한 상태다.

한국기독교장로회(아래 기장) 총회는 유가족들을 돕기 위에 전북 전주에서 시무하는 이윤상 목사를 지난 7월 25일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으로 파송한 바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손발이 되고 있는 이윤상 목사를 지난 1일 광화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윤상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농성장에서는 '편안함' 아닌 '평안함' 있다"

 이윤상 전주경동교회 목사
 이윤상 전주경동교회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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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 파송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어떤가요.
"이곳에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요. 보통 '편안'할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고통스럽고 어렵거나 고난이 있다고 하더라도 옳고 바른 길을 갈 때 사람들은 '평안'해 하거든요. 자기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고 그 분노가 그 사회 속에서 해소될 수 있을 때 평안을 느끼는데, 이곳이 평안을 느끼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편안함은 물질이 많을 때 느끼게 됩니다. 좋은 집, 좋은 차, 기름지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식, 폼 나는 옷차림 등 재력이 있어야 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 세월호 농성장을 찾는 이들은 평안을 찾고 있어요. 자기 마음을 나누고 억울함을 털어 놓고 공감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보려고 하는 움직임들을 봤어요.

그런가 하면 사람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죠. 편안한 삶에 안주해서 사는 사람들, '세월호 이만하면 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경기 침체를 말하기도 하는데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거예요. 세월호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졌다면 교역량 세계 10위 안에 든다는 우리나라 경제는 무언가 심각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본질은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본질을 흐리는 거죠."

- 세월호 농성장에는 자발적으로 오게 된 건가요.
"지난 7월 23일, 기장 총회에서 진행하는 1일 동조 단식에 참여했다가 이튿 날 밤 전주로 내려가려는데 경찰이 유가족들을 막는 것을 보고 가슴은 아픈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너무 나약한 저 자신을 봤고 '저분들 많이 아프겠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는데, 그걸 해결해 주지 못하고 고통을 주고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단순히 기도하는 것보다 아픈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곳에 목회자를 파송해서 이분들의 아픔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기장 전북노회 교회와사회 위원장인데 위원들이 30명 정도 됩니다. 그분들이 다 모이긴 어려워서 일일이 통화하고 임원회의를 소집해서 목회자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있는 유가족에게 파송하기로 결정했어요.

파송은 위원회의 결정이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개신교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웃의 아픔을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위원장이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제가 자원해서 왔죠. 교회와 사회 위원회 결의를 기장 전북노회에서 추인하고, 이를 기장 총회가 추인해서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파송하게 된거죠. 개척 교회를 준비하는 목사님께 교회를 부탁하고 왔습니다."

- 광화문에 가서 있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교회의 반응은 어땠나요?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왔어요. 2주 전에 임시 노회가 있어서 잠시 다녀왔는데 목사가 설교로만 하는 것보다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긍정적인 반응들도 보여주셨습니다."

- 대형교회 목사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기독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처음엔 유가족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왔을 땐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고 차가웠어요, 불교나 천주교가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개신교 목사들은 상처만 준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광화문에서 가족들하고 똑같이 노숙하면서 지하철 화장실에서 씻고 단식하는 것을 보시고 마음을 열어 주셨어요. 그 어떤 말로 아픔을 위로하는 것보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게 되었어요. 유가족과 같은 입장이 되어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그런 담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 목회 철학 같은 것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그전엔 그냥 관념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했다면 여기 와서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기독교 역사에 보면 사막같은 광야로 교부들이 갔어요. 거기서 하나님 말씀과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씨름했는데 이곳에서 저도 그런 씨름을 했습니다.

사회 현상에 대해 성직자가 목소리를 낼 때는 고통 당하고 아픔 속에 있는 이웃의 삶 속에 깊이 들어갈 때 가능합니다. 그때 비로소 이들의 억울함을 알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하나님의 정의는 지극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들과 똑같은 자리에 내려가서 그들의 아픔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이야기하겠어요?"

- 성경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이 있지만 한국 교회는 함께 울긴커녕 오히려 상처난 데에 더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런 측면이 많죠. 왜냐면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기의 욕망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적인 것을 잃어 버렸어요.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 중에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가 빛과 소금인데 왜 빛을 내지 않고 소금의 맛을 내지 않느냐고 책망하세요. 즉,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말씀하세요.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옳고 바른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어두운 곳을 비출 수 있고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영적인 생명력을 잃어 버리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 얘기하는 유가족,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호도"

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던 중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세월호 유가족 '제자리 삼보일배' 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던 중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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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그중 하나는 세월호 특별법이죠.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은 권력에 대해 항거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이 이렇게 허약한 나라에서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특별법에 재발 방지 대책이 있는데 그것은 항공기 사고와 같은 방식으로 하자는 거예요. 비행기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요. 그런 뒤 어떤 원인 때문에 사고가 났는지 정확하게 분석해서 똑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규정과 절차를 바꾸거나 시스템도 바꾸는 등 다시는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원적인 것을 해결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양 사고들을 보면 조사는 항공 사고 조사와 비슷하게 하는 듯하지만 사후 조치는 보상만 해주고 끝내요. 그렇기 때문에 바다에서 대형 사고가 재발하는 겁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려는 발상이 정치권에서 보이는데 이는 모두의 불행입니다. 유가족들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생명의 가치를 얘기하는데 여야 정치권 모두 이것을 정략적으로 호도합니다."

- 유가족들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던데.
"유가족들은 육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있어요. 많은 유가족들이 밖에서 자고 있거든요. 차디찬 바닥이나 스티로폼 위에서 자는데 봄에 시작해서 가을이잖아요. 환절기에 밖에서 잔다는 것은 엄청난 무리가 따릅니다. 거기에 더해 정신적인 충격도 가시지 않았어요. 그 상황에서 육체적으로는 항상 몸살 기운 가까운 것들이 있어요. 저도 한 달 있어 보니 몸이 개운치 않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면역력도 약해져 있고 안 아픈 분이 없고 신체적으로 약해져서 사소한 것에서 다치기도 하세요.

그리고 정신적으로 보면 이분들이 분노 조절이나 감정 조절을 잘 못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지쳐 계세요. 그래서 우리의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죠."

- 유민 아빠 상태는 어떤가요.
"지금 고비는 넘겼는데 얼마 전에 미음을 드시기 시작하셨잖아요. 우리 몸이 지탱을 하려면 음식물이 몸 안에 들어가 내장 기관에서 소화 시키는 등 순환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러나 이런 기능이 40여 일 넘게 정지되어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에 지금 몸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능을 회복하는 힘겨운 길에 접어든 것 같아요.

저희 목회자들은 40일 금식기도를 많이 하거든요. 그때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조용한 곳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호흡을 조절하고 기초 대사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한 줄여서 합니다. 그것도 힘든데 여긴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단식할 때보다 더 어려운 길에 접어들었죠. 밥을 먹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밥을 먹고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제 기능을 해야 하니까 단식보다 더 힘든 과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죠."

- 유가족이 가장 힘든 것은 '유언비어'일 것 같습니다.
"굉장히 처절한 상황이죠. 보통 사람들도 유언비어에 휘말리면 어떻게 하지 못하고 삶이 무너지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이미 자녀를 잃어서 무너졌어요. 거기에 유언비어까지 더해졌어요. 더 심각한 것이 뭐냐면 남아 있는 가족이 있어요. 그 유언비어가 그 부모만 죽이는 게 아니고 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가정 자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거죠."

- 마지막으로 아파하는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겠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목사인 저도 막막해요. 그러나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함께하시는 성령님의 기도가 우릴 살려낸다는 것을 보고 있잖아요. 그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말밖엔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에 빚을 갚는 것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윤상, #세월호, #김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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