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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37개 금융기관 10만여명의 노동자로 구성된 금융노조가 3일 서울 목동경기장에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37개 금융기관 10만여명의 노동자로 구성된 금융노조가 3일 서울 목동경기장에서 총파업에 돌입했다.
ⓒ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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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3일 오후 3시 27분]
은행 창구는 '평온'... 외환은행 노조 "사측이 총회 참석 방해"

오후 2시께 금융노조 총파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은행 창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됐다.

총파업에 대비해 은행마다 비상 대책반을 꾸려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점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총파업 행사가 열리는 서울 목동 근처 신한·국민·기업·외환 등 4개 은행 영업점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외환은행 창구 직원 이아무개씨는 "우리 영업점에서 파업에 참여한 직원은 한 명도 없다"며 "평소처럼 일하고 있고 손님들도 불만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4개 지점 중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영업점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업은행은 창구 직원 한 명만이 파업 참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편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반발해 노사 갈등이 첨예한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임시조합원 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정족 수 부족으로 진행에 난항을 겪었다. 노조는 KBS스포츠월드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조기 통합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총회 참석을 막으려고 부당하게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은 총회 당일 본점 직원들 전원을 아침 7시 30분에 조기출근하도록 시켰고, 일부 지방에서는 직원이 탄 버스를 지점장 차량으로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1신: 3일 오전 11시 20분]
"금융산업 망가지는 것 지켜볼 수 없어 파업 나섰다"

수요일인 3일 오전 9시. 평소 같으면 은행, 카드사 등 회사로 출근했을 금융사 직원들이 서울 목동운동장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14년 만에 열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조합원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NH농협뿐 아니라 대구·부산·경남·광주·제주 등 각 지역 은행 조합원들도 자리했다. 또한 은행연합회·주택금융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공기업 직원들도 동참했다.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은 축축하게 젖은 잔디밭에 간이방석을 깔고 앉아 단상에 오른 연설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더 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고 금융노동자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기에 9월 3일 하루 금융권 총파업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더 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고 금융노동자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기에 9월 3일 하루 금융권 총파업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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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목포·대전·울산 등 전국에 흩어진 1만여 개의 점포에서 먼 서울까지 와줘서 감사하다"라며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오늘 하루 역사적인 금융권 총파업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그는 "KB금융에는 낙하산 경영진들이 경영권 다툼을 하고, 외국계 은행에서는 명분 없는 구조조정이 벌어지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관료나 최고경영진은 없다"라며 "관치금융하에서 금융산업에 만연한 모럴헤저드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정권의 정책 실패로 금융공기업이 떠안은 막대한 부채와 국민적 비난을 현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금융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면서 "금융산업을 망가뜨리는 이같은 정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화하는 척 흉내만 내고 이 시간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주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금융산업계에 사라지지 않은 '관치'의 망령"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도 "2000년 7월 11일에도 관치금융 철폐를 위해 금융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라면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치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고 금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너진 금융산업을 바로세우고 지나친 복지정책 축소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상화 대책도 바로 세울 것"이라며 "금융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함께할 것"이라고 이번 총파업에 힘을 실었다.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 선언문에서 정부와 사측이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금융노조는 "우리는 정부와 사측의 대화와 협상 제의에 언제든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정부와 사측이 총파업을 힘으로만 억압하려 든다면 제2, 제3의 금융권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는 현재 ▲ 관치금융 철폐 및 낙하산 인사 저지 ▲ 금융산업 재편 등 구조조정 분쇄 ▲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 분쇄 및 복지축소 저지 ▲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지난 8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종료된 뒤 총파업을 결의했다.


태그:#금융노조, #KB국민은행, #김문호, #기업은행,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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