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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1000조 원에 이르지만 정부는 그저 부동산 활성화에만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대표 정책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시킨 데 이어 2주택자 전세 소득 과세를 철회하고 재건축완화 정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위한 정책'에 대한 전문가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일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한다며 주택정책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재건축연한 기준 단축, 신도시건설 방식의 주택공급 중단, 유 주택자의 주택청약 관련 규제 해제이다.

정책의 목표는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재건축 기준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여 재건축 아파트 범위를 늘리고, 기존의 규제(초과이익환수제, 소형평수의무비율)를 푸는 것을 통해 건설경기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 신규아파트를 잘 분양하기 위해 신도시 방식의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중단하고, 경제력이 있는 유 주택자들에게도 청약기회를 확대해 분양을 잘 마무리 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와 투자자 그리고 건설사를 위해 재건축시 100% 분양과 함께 이익이 남도록, 그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편애를 받은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정부는 왜 정부의 존립 이유인 공공성(공동선, 국민전체의 공동이익추구)을 내팽개치고 일부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좇는 걸까.

9·1 주택 정책 발표 이후 이해 당사자들의 모습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목동아파트 2·3단지 전경. 이날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돼 지난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2만6천629가구가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목동아파트 2·3단지 전경. 이날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돼 지난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2만6천629가구가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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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재건축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 해당 아파트 소유자들은 손익계산을 하기 위한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소유자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부녀회, 기존의 재건축 추진 협의회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언론(특히 신문)은 부동산 정보업체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수익 계산을 곁들인 재건축 재테크 관련 정보를 쏟아낸다. 특히 건설협회 산하 연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정책홍보자료를 낸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정보를 파악해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투자 가치가 있음을 홍보한다. 해당 지역의 선출직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도 정부 관련 정보를 파악하여, 유권자인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제공하려고 애쓴다.

아파트 재건축이라는 큰 돈벌이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소통하고 조직된다. 이 소통 조직이 그물망처럼 형성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사실상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행정부를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면, 이렇게 지역과 중앙에서 '돈벌이'라는 이해관계를 놓고 광범위하게 형성된 조직과 이해집단을 버리겠는가, 끌어들이겠는가? 선거를 생각한다면, 선거에서 이기려면, 백 번이라도 이러한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부동산 경기 대책을 발표하려 할 것이다.

재건축 개발의 뒤안길, 피해자가 된 세입자들

국토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 설명 자료.
 국토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 설명 자료.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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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택 정책을 보면 정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과 같다. 정부는 나라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규제만 풀어 건설사와 건설자재 회사에 아파트를 짓는 큰 일감을 주었다. 또 집 주인에게 양도차익을,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처를 제공하였으며, 은행에는 가계대출을 늘리고, 중개업소에는 중개수수료를 벌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

어디 이뿐인가. 재건축 기준 완화로 이사 업체와 인테리어 업자 그리고 건설노동자의 일감도 늘 것이다. 정부가 거두는 세금도 늘 것이다. 정부는 위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을 통해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종합소득세를 새로 받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증가할 것이다. 나아가 신문과 방송은 주택 분양광고를 실어 광고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이번 정책으로 경제 활성화가 이뤄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이렇듯 나라 돈 한 푼 안 쓰고 산업간 연관 효과가 큰 경제활동인 주택경기가 활성화 된다면, 합리적인 경제 행위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 정책의 뒤안길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내 집을 갖지 못한 세입자들이다.

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되면 정이 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가 낡아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은 주변으로 이사해야 한다. 그러나 재건축으로 세입자들이 몰리면 안 그래도 비싼 전월세 가격이 더 크게 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싼 전월세를 찾아 떠나야 한다. 새로운 타향살이의 시작이다.

재건축 상가세입자들도 마찬가지다. 영업기반을 뒀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재건축이 된 후에는 새 아파트상가여서 임대료가 많이 오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다. 낯선 곳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재건축 추진 경축'이라는 아파트 단지의 플래카드를 대하는 사람들이, '돈벌이'가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아파트 소유자와 '이사 걱정'으로 한숨을 지어야 하는 '세입자'로 갈리게 되는 것이다. 선출직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도 해당 지역구를 떠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무심해진다. 부의 축적에서 소외된 세입자들, 오히려 피해자가 된 세입자들…. 서러움이 몰려온다.

주택 가격 올리는 정책과 이해집단, 그리고 선거와 정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 완화 첫날인 8월 1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 본점 가계대출 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 완화 첫날인 8월 1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 본점 가계대출 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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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정부는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그것은 그들의 일상적인 선거운동에 다름 아니다. 앞에 말했듯, 집값을 올리는 정책만큼 지지기반을 소통시키고 그물망처럼 조직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벌이만큼, 서로를 결속시키는 것은 드물다. 새누리당과 그 지지기반은 '재건축 돈벌이'라는 큰 판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대로'를 건배하며 신나게 움직이고 있다. 돈벌이가 되지 않고, 선거에서 표가 되지 않는 세입자들에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낱말의 해석을 잘 해야 한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주택정책'이란 말을 보면, 주어가 빠져있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정부는 주택 소유자와 새누리당 지지 기반들의 경기활성화를 위한 주택정책을 마련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세입자협회 자문공인중개사입니다.



태그:#9·1부동산대책, #주택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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