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엄마 미라 역의 배우 송혜교가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엄마 미라 역의 배우 송혜교가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톱스타는 곧 주연 배우'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한국 영화계에서 송혜교의 이번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소설가 김애란의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송혜교는 엄마 미라 역을 맡았다.

소설의 주요 골격이 조로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년 아름이의 시선과 아빠 대수(강동원 분)의 내면 성장으로 채워진 만큼 미라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영화 역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공개 직전까지 아름 역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모이기도 했고, 아직 관객에겐 낯선 조성목이라는 배우가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 영화 내용을 충분히 알고 들어갔죠. 제가 엄마 역할을 한다고 시나리오가 바뀐 것도 없어요. 영화의 제일 우선은 아름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원씨와도 어떡하면 아름이가 돋보일지 상의했어요. 성목이를 잘 돕고 함께 녹아드는 게 임무였죠.

영화 연기는 전혀 경험이 없는 친구인데 워낙 빡빡했던 오디션을 통과했으니 잘할 거라 생각했어요. 이재용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캐스팅 이유를 들어보니 무표정일 땐 동원씨를 닮았고, 웃을 땐 절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셋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는데 진짜 닮아 보였어요(웃음)."

흥행과 거리 멀다고? "배우는 연기로 설득하는 게 우선"


송혜교는 광고 모델, 드라마 등으로 스타덤에 일찌감치 올랐지만 영화에서만큼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파랑주의보>를 시작으로 <황진이>, 그리고 3년 전 이정향 감독의 <오늘>까지 여러 작품에 참여했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작품 선택이 기존 상업 영화에서 요구하는 소모적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보였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본의 아니게 영화에서는 공백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가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중국 활동도 있었고, 이정향 감독님 작품 이후 한국 영화를 하고팠는데 인연이 안 됐어요. 지금도 늘 다작을 하고 싶고, 쉬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서고 싶은데 한국에서 여배우가 택할 수 있는 폭이 좁더라고요. 그래서 종종 겹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있었죠. 미라는 최근까지 제가 했던 어두운 캐릭터와는 달리 발랄하고 씩씩한 모습이 있었어요.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관건은 더도 덜도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청소년기에 아이를 낳아 아이의 아픔을 씩씩하게 품어주는 엄마였기에 과한 감정은 독으로 작용할 터였다. 감정 연기에 대해 송혜교는 "<그들이 사는 세상> 때 제 모습을 다들 좋아해주셨는데 오히려 이번 작품이야말로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다"며 "친구 같은 엄마라 모성애 연기는 오히려 덜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강동원과 송혜교, 둘 다 너무 잘생겨서 비현실적인 부모가 아니냐는 질문에 송혜교는 "어린 나이에 서로 눈이 맞을 정도면 잘 생기고 예쁜 모습이지 않았을까"라며 쑥스럽게 웃기도 했다.

"강동원, 송혜교가 아닌 대수와 미라로 보여야 했으니까요. 대수는 체육 특기생이고, 미라는 가수 지망생이었으니 그런 부분도 살리려 했죠. 사투리 연기야 제 고향이 대구라서 어렵지는 않았어요. 사실 데뷔 때는 사투리를 독하게 연습해서 표준말로 고쳤는데 다시 하려니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영화에선 과거 회상 장면에서만 사투리를 써요. 사실 우리도 일하거나 밖에서 활동할 땐 표준말 쓰고 가족끼리는 편하게 말하잖아요. 그렇게 해석했죠.

배우는 일단 연기가 우선이고 맡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옮기는 게 중요해요. 흥행 부담보다는 관객들이 잘 봐주시면 감사한 거죠. 설득력이 떨어지면 제가 연기를 못한 거고요. 작품을 할 때마다 얼굴이 예뻐 보이려 했던 적은 없어요. 이번엔 특히 편하게 했는데 화면을 보니 제 얼굴이 크긴 하더라고요(웃음). 동원씨 얼굴이 워낙 작기도 하고!"

"복에 겨울 정도로 큰 사랑 감사, 안 좋은 사건은 내가 감내할 몫"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낸 지도 십 수 년이 지나고 있다. 청춘스타로 주목받았던 송혜교도 어느덧 30대 초반을 달린다. 그간 중국의 오우삼, 왕가위 감독 같은 거장을 만났고, 배우로서 큰 복을 받고 살고 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20대엔 "자기 자신이 중심이었고 이기적 모습도 있었다"면 흐른 시간만큼 송혜교의 내면도 성숙해 있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제가 어떤 거창한 꿈을 정하지 않고 달려가진 않았다는 거예요. 인연이 되면 작품을 했고, 그렇게 지금 이 자리에 있어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고, 절 사랑해주는 이들과 행복하게 쉬다가, 또 일할 때 열심히 하는 게 전부인 거 같아요.

왕가위 감독님과는 4년의 시간을 함께 했고, 오우삼 감독님과는 1년이 걸렸네요. 중국 활동을 하며 말도 통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긴 했는데 끝내고 나니 감사한 시간이더라고요. 당시엔 솔직히 헛된 시간을 보내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근데 돌아보면 헛된 시간은 없더라고요.

그간 큰 사랑도 받았고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배우라는 수식어에 비해 이룬 게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경력에 비해 작품이 부족한 거 같아요. 최근 제 불찰로 안 좋은 일이 있어 실망을 드린 거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 실수로 영화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인데 절 안 좋게 보는 것도 역시 제가 받아들일 일이에요. 다만 이 영화만큼은 따로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엄마 미라 역의 배우 송혜교가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포토샵 필터 사용)

"변하지 않은 건 제가 어떤 거창한 꿈을 정하지 않고 달려가진 않았다는 거예요. 인연이 되면 작품을 했고, 그렇게 지금 이 자리에 있어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고, 절 사랑해주는 이들과 행복하게 쉬다가, 또 일할 때 열심히 하는 게 전부인 거 같아요." ⓒ 이정민


송혜교는 인터뷰 말미 최근 불거진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를 덧붙였다. 그의 멘토는 엄마, 그리고 드라마로 인연을 맺은 노희경 작가.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여자로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흐르는 대로 살아라. 네 것 아니면 욕심내지 말고, 얻으려 하지 말고 잡지 마라' 훌륭한 인생의 스승이 전한 가르침처럼 송혜교 역시 진심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송혜교 두근두근 내인생 강동원 조성목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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