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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챌린지(아래 IBC)에 대한 넘치는 관심은 예정되어 있었다. 기업인과 연예인 등 명사에서 일반 시민에게까지 번져 나간 까닭이다. 이 이벤트에 '아무나 다' 참여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달리 말해, 큰 의미의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이 일부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행하는 물건이나 음식이 정점을 찍으면 비웃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과 같다. 지금 IBC는 한창 그 조롱을 견디면서 퍼져나가고 있다.

기부금이 얼음물보다 낫다고요?

IBC는 유행이 맞다. 당장은 그렇다. 다른 많은 것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당장 날씨가 추워지면 사그러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때의 유행이라는 점이 IBC의 목적을 훼손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모든 이들이 아이스버킷을 너무 자주, 무분별하게 한다는 비판은 그런 지점에서 무의미하다.

본래 취지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얼음물 뒤집어쓰기에 참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환영할 일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장려는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의도에 걸맞는 경과인 것이다.

얼음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그 냉기에 소스라치는 모습은 분명 자극이다. 유명인사의 범위에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되자, 물을 맞는 '요란한' 방식이 아니라 큰 금액의 기부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나왔다.

많은 챌린저들의 참여는 충분하고, 조용히 돈을 내는 것이 기부의 참의미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것이 전통적 이미지의 기부 혹은 모금과는 부합할지 몰라도 IBC의 취지와는 정반대다. 기부를 하든 얼음물을 뒤집어쓰든, 루게릭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 놀이가 가지는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기부금과 얼음물릴레이는 동일 선상에 있다.

기부가 '과시성'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부는 본래 과시라는 속성을 갖는다. 기부하는 사람이 의도하든 아니든 말이다. 과시를 꼭 나쁜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얼음이 가득 찬 양동이를 뒤집어쓰는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머릿 속에 몇 초라도 루게릭병이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IBC는 유행이기에, 이 순환은 현재진행중이다.

옷도 마음대로 못 입는 챌린지

IBC의 '얌전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기성언론은 일부 연예인들의 따라하기식 챌린지가 저급 기사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 연예매체에서 IBC를 소비하는 방식이 그런 우려를 촉발했다. '해당 연예인이 얼마나 진지한가'는 챌린지의 숭고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특정 의상이나 돌발행동, 공개된 장소에서의 이벤트가 기부의 순수한 의미를 희석시키고 이목을 끄는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부가 어뷰징으로 전락한것이 연예인들의 특수한 장소 선정이나 콘셉트 탓일까? 연예 매체의 기사란에 IBC라는 배경이 추가된 것 뿐이다. 그들은 '늘 하던 짓'을 계속 한다는 얘기다. 기부문화의 정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고 마음을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 순수가 달리 있지 않다. 사람들이 주목하게 해 더 많은 챌린지를 유도하는 것은 IBC의 핵심이다.

클라라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강남 한복판에 섰을 것이다. 전효성이 젖은 티셔츠를 '계산' 했을 수도 있다. 소위 '노렸다'는 평가까지는 괜찮다. 이목을 끌기위해 시도했다는 얘기라면 말이다. 그 안에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연예인들이 해를 끼쳤다'는 인식이 담겨있다면, 그것이 고약할 뿐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일부 기성언론이 분류하는 '한낱 이슈'가 아니라 다뤄야하는 이슈다. IBC가 '힙스터'의 물놀이일 뿐이라고 조롱하거나, 뜨고 지는 유행 중 하나로 판단하더라도 루게릭병을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도전의 의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얼음 양동이에게 부끄럽다. 좀 '쿨'해지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고함2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함20, #아이스버킷챌린지, #I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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