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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다른 업종에서 종사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불황의 먹구름이 짙어짐에 따라 부득이 경비원이라는 직업으로 열차를 갈아탔습니다.

물론 난생 처음으로 해보는 직업인지라 '일머리'가 없어 업무 파트너인 '짝꿍'으로부터 질책을 많이 받았습니다. 경비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회사에서는 경비원 교육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흘 동안 경비원협회가 주관하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경비원 교육 이수증을 수령했지요. 경비원은 하는 일이 많습니다. 주간근무 때는 주차관리에서부터 출입하는 직원과 고객, 그리고 손님들을 깍듯이 맞아야 합니다. 정중한 인사는 기본이죠.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건물 전체의 순찰과 아울러 불필요한 전등의 소등, 화재 예방 그리고 문단속까지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업무량이 많지만 솔직히 급여는 박봉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투 잡'을 넘어 '쓰리 잡'까지 뛰고 있습니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추석에도 근무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야 합니다. 지난 3월 말에 같이 일했던 경비원 중 세 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경비원을 새로 뽑았지요.

그중 두 명은 근무 도중에 저와 마찬가지로 경비원 교육을 받았습니다. 반면 또 한 명은 하사관 출신이란 이유로 교육을 안 받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경비업법 졸속 개정,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

그런데 큰일입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비업법 졸속 개정으로 말미암아 영세한 경비업체들이 인력 확보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지난 6월에 개정된 경비업법에 의하면, 일반회사는 물론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일반 경비원까지 경비원 신임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배치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고려치 않은 그야말로 근시안적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지금까지는 신규로 경비원을 채용하는 경우, 근무를 하면서 교육을 받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경비업법은 경비업의 육성과 발전, 그리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합니다. 경비업의 건전한 운영을 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죠.

정부는 쌍용자동차와 유성기업, (주)SJM 등에서 벌어졌던 용역업체 폭력 사태처럼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경비업법을 개정·시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비업계에서는 이것이 도리어 고용을 막는 악법이라며 조속한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박봉의 직종이기 때문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일반경비 신임교육을 사전에 이수한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저조차도 교육을 받아야 비로소 경비원 자격이 생긴다는 점을 교육을 받으면서 알았습니다. 각 현장에 배치된 경비원의 결원이 발생할 경우, 대체 경비원을 바로 구해야 하는 데 현재의 여건에서는 충원이 매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그 전에도 일반 경비원 구인이 어려웠는데 일반 경비 신임교육 이수자만 가려서 뽑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경비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입니다.

이제 경비업체는 사용업체와의 계약 전에 미리 경비원을 채용해 교육을 시키고, 그 자원을 대기시켜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계약 후 바로 경비원을 투입할 수 있고 결원이 생겨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비업체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이 영세한 경비업체에서 이를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화중지병이자 연목구어입니다.

경비원은 일반 공산품이 아닙니다. 계약여부도 불투명하고, 언제 얼마나 결원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자원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교육 미이수자는 경비원으로 채용되지 못 하고 기존 이수자들로만 경비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비업계의 관행이자 묵계인, 군과 경찰 출신을 우대하는 선호 현상 역시 심화될 것입니다.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법적으로 개별 교육 신청 자체가 막혀 있다는 것 역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 처사입니다.

우리 속담에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생각하여 미리 살피고 일을 시작하라는 말이죠.

현실과 배치되는 법은 국민에게 이질감을 주고 국민과 정부를 유리시키는 단초입니다. 앞으로 "경비원이 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됩니다.


태그:#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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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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