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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많은 이의 기대 속에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을 비롯해 각종 논란과 갈등에 발목이 잡혔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무렵, 경기도에서 새로운 교육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9시 등교'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취임을 앞둔 지난 6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학생 중심의 정책을 세우겠다며 9시 등교 정책 시행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약속을 지켰다. 이재정 교육감은 보수단체의 비판에도 9시 등교 정책을 추진했고, 지난 1일 경기도내 90.1%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이뤄졌다.

이재정 교육감은 2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두 달 동안 바쁘게 보냈다, 교육계의 오랜 관점과 관행을 바꾸는 게 과제였다, 학교·교육부·교육청·교사 모두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학생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면서 "학생 중심의 시각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이 9시 등교"라고 강조했다.

그는 9시 등교를 점진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게 여유 있게 시행할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9시 등교는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면서 "0교시나 아침 자율학습은 비교육적인 정책일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졌다, 학생들에게 무자비한 희생을 강요하는 잘못된 관행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9시 등교가 학교장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주장에 대해 이 교육감은 "오전 7시 30분이나 8시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것이야말로, 학교장이 자율성을 남용해 학생들을 못살게 굴었던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고 아침잠도 자면서 행복하게 등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교육감은 상벌점제 폐지 정책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체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사라진다고 비판한다. 이 교육감은 "최근 한 자사고는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에 나간 학부모의 자녀에게 상점을 줬다, 어떤 학생이 이런 상벌점제를 신뢰하겠느냐"면서 "상벌점제를 폐지하면 학생들을 통제할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학생들을 통제할 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육감은 앞으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9시 등교는 (교육) 정상화의 시작이다, 매월 (교육)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그때가 되면 제가 왜 강력하게 9시 등교를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재정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

"학생에게 무자비한 잘못된 관행,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달부터 본격 시행한 9시 등교와 관련해 "지금까지 교육계에 학생의 목소리는 외면 당했다"면서 "학생 중심의 시각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이 9시 등교"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 집무실 벽에 신영복 교수가 '함께 여는 새날'이라고 직접 써 준 글이 걸려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달부터 본격 시행한 9시 등교와 관련해 "지금까지 교육계에 학생의 목소리는 외면 당했다"면서 "학생 중심의 시각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이 9시 등교"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 집무실 벽에 신영복 교수가 '함께 여는 새날'이라고 직접 써 준 글이 걸려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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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감에 취임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소회를 말해 달라.
"두 달 동안 바쁘게 보냈다. 교육계의 오랜 관점과 관행을 바꾸는 게 과제였다. 학교·교육부·교육청·교사 모두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학생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또한 교육청 공무원들은 지시나 지침이 없으면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자치의 본격적인 시행도 과제였다. 이런 상황을 깨기 위해 학생 중심의 시각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작이 9시 등교다."

- 1일부터 경기도 내 대부분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시행됐다. 9시 등교 찬반 세력 모두 공통적으로 점진적 시행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9시 등교를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하거나 시범실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게 시행할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9시 등교는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0교시나 아침 자율학습은 비교육적인 정책일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졌다. 학생들에게 무자비한 희생을 강요하는 잘못된 관행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많이 나타나는데, 학교가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몰아쳐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 대다수 학교가 9시 등교를 한 것을 두고, 교총 등에서는 이재정 교육감이 당초 약속과 달리 강제적으로 9시 등교를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를 실시한 것은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시키는 데 좋은 징조다. 결코 강압이 아니었는데, 단기간에 정상화시켜 첫 출발을 한 것을 두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교총은 제가 학교장의 자율성을 훼손했다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 오전 7시 30분이나 8시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것이야말로, 학교장이 자율성을 남용해 학생들을 못살게 굴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고 아침잠도 자면서 행복하게 등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사전에 설득 과정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사전에 논의를 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정책도 있지만, 9시 등교는 그럴 필요가 없는 과제였다. 다만 최소한의 논의는 거쳤다. 학교장 대표단들을 만나서 충분히 얘기를 했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도 찾아갔다. 그런데 경기교총이 아닌, 한국교총이 9시 등교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교총은 누구를 위해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가."

- 교총은 학생 중심의 정책을 두고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 줄 수 없는 사안도 있다", "미성숙한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안도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을 교육받는 대상, 관리의 대상,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반교육적인 발상이다. 학교와 학부모는 학생들이 자기 미래를 꿈꾸지 못할 정도로 몰아치고 있다. 학생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미래세대의 주역이다. 독일은 10살 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유대인들은 10살 때 성년식을 치른다. 10살만 돼도 사고가 완성된다."

- 고3의 경우,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는 수능에 맞는 생체리듬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장 대표단이 고3의 경우 수능 시험이 끝난 뒤에 9시에 등교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는데, '좋은 말씀'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를 걱정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책가방 싸들고 7시 30분까지 등교를 한다면, 수능에 생체리듬을 맞출 수 있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수능을 잘 볼 수 없다. 지금부터 아침밥을 잘 먹고 잘 자면서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수능을 잘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상벌점제 폐지 정책을 두고도 논란이 나온다.
"최근 자사고는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에 나간 학부모의 자녀들에게 상점을 줬다. 어떤 학생이 이런 상벌점제를 신뢰하겠느냐. 상벌점제를 폐지하면 학생들을 통제할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학생들을 통제할 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학교에서는 상벌점제 없이도 좋은 학습 분위기를 만들고 선생님과 학생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9시 등교는 (교육) 정상화의 시작이다. 매월 (교육)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제가 왜 강력하게 9시 등교를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일부터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실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학생회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일부터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실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학생회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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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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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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