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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도시계획위, LNG기지 개발행위 조건부 승인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가 '인천 LNG 생산기지 4지구 건설 사업을 위한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 허가 안'을 8월 27일 조건부 가결했다.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힘 있는 시장'을 강조했지만, 인천시민은 또 '봉'이 됐다.

민선5기 말기인 6월과 민선6기 초기인 7월에 열린 인천시도시계획위에서 잇달아 심의가 보류된 인천LNG생산기지 증설 사업을 위한 개발행위 허가 안이 결국 승인됐다. 도시계획위는 기존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보다 강화된 안전기준 적용,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LNG생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 지원,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천LNG생산기지 4지구 건설 사업은 연수구 송도동 348번지 일원 부지 25만 5353.4㎡에 20만㎘ 규모의 LNG저장탱크 3기와 기화송출설비, 변전소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1992년 인천LNG생산기지를 건설할 때 10만㎘ 규모의 LNG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10만㎘급 탱크 10기, 14만㎘급 탱크 2기, 20만㎘급 탱크 8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20만㎘급 저장탱크 3기가 들어서면 인천LNG생산기지의 LNG 저장 규모는 기존 288만㎘에서 348만㎘로 늘어, 세계 최대 규모의 LNG생산기지가 된다.

인천LNG생산기지 증설 사업은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논란, 영흥화력발전소 증설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 '인천 홀대' 정책으로 지목된 현안으로, 6.4 지방선거 이전부터 안전성과 증설의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그치질 않았다.

인천LNG생산기지가 인천과 서울·경기에 송출하는 LNG 양은 연간(2013년 기준) 각각 881만 6000톤(62.7%)과 525만 5000톤(37.7%)이다. 인천에 송출하는 LNG의 86%는 발전소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인천시민이 사용하는 LNG는 123만 4240톤으로 전체 송출량의 8.8%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기 중 약 20%만을 인천시민이 사용한다. 위험시설과 기피시설이 인천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가스공사는 인천시, 연수구와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원금 규모를 협의했다. 이는 LNG생산기지 증설 허가를 전제했다는 셈이다.

'힘 있는 시장'을 전면에 내건 유정복 시장은 6.4 지방선거 때 '합리적인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선5기와 가스공사의 협상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꼴이 됐다.

가스공사는 LNG생산기지를 증설하는 대가로 연수구와 인천시에 기본지원금과 특별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연수구에는 가스 송출량(N㎥)당 0.1원씩 계산해 연간 17억여 원을, 인천시에는 건설 투자비의 1%인 56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천LNG생산기지 증설 사업을 위한 개발행위 허가 안이 인천시도시계획위에서 가결되자, 연수구(청장 이재호)는 8월 28일 '송도 주민의 안전 보장대책 없는 LNG인수기지 탱크 증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수구는 "조건부 승인에 원천적으로 반대한다. 2005년 가스누출 사고로 송도 주민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국익이라는 명목 아래 인천시민을 비롯한 연수구민들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수구는 또, "2010년 정말진단 결과 안전 미비 사항 57건이 발견되는 등, 안전 불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증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한 뒤, "전문기관에 따르면 LNG기지와 안전거리는 12㎞이나, 송도국제도시와 거리는 불과 3㎞이기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수구는 증설 계획안 철회와 안전 확보 대책 수립, 기지 주변지역 지원법 제정, 지역주민 불안 해소 등의 조치가 선행된 후 증설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또한 "이번 조건부 허가는 시민안전을 팔아먹은 것"이라며 "유정복 시장이 공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26일에 유 시장이 기지 증설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후 단 하루 만에 내려졌다. 결국 유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며 "유 시장은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 가스저장탱크 증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결국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대변인실은 "조건부 승인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다. 그만큼 안전을 철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금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 향후 협상이 남아 있는 만큼 지원금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 뒤 "LNG생산기지안전협의체가 의뢰한 안전성 용역 결과 등,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LNG증설 빗장 풀어준 연수구의 '자승자박'

2005년에 인천LNG생산기지 저장탱크 20기 중 4기에서 발생한 가스유출 사고가 2007년이 돼서야 세상에 알려진 것을 인천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인천시민들은 가스공사 등이 이 사고를 숨겨왔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인천LNG생산기지 인근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로 2012년 7월에서야 LNG생산기지안전협의체(이하 안전협의체)가 꾸려졌다.

가스공사가 LNG저장탱크 증설을 위해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진단하는 것과 별도로 안전협의체 또한 증설에 따른 안전성 검토 용역을 올해 5월에 의뢰했다. 용역 수행기간은 9월까지로, 그 결과는 9월 말께 나올 예정이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6.4 지방선거 당선 전까지 안전협의체 위원장을 맡았다.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천시도시계획위가 개발행위 허가 안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인천시는 LNG기지 증설을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남은 것은 개발행위의 허가권을 갖고 있는 연수구의 결정이다.

앞서 민선5기 연수구가 인천시도시계획위에 개발행위 허가 안을 제출하기 전, 연수구도시계획위는 개발행위가 아닌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지만, 민선5기 연수구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연수구는 그때 빗장을 풀어준 셈이다.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 안건으로 상정되면 토지형질만 변경하면 되지만,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주변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주변 건축물에 미치는 안전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즉, 가스공사가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을 때 연수구가 연수구도시계획위의 주문대로 인천시에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제출했으면, 지금처럼 쉽게 처리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선6기 연수구가 인천시도시계획위의 결정 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수구 또한 '다각적인 조치가 선행된 후 증설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최대 쟁점인 주민 반대여론이 해소되고 지원금 규모가 타결되면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고작 73억 원에 시민안전을 팔았다는 얘기이다"라며 "인천시 해명대로 시민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런 만큼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연수구는 당초 연수구도시계획위의 결정대로 형질변경이 아닌 도시관리계획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뿔난 송도주민 '증설 백지화 요구'

시도시계획위원회가 증설 계획안을 통과시키자 송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1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2005년 가스누출 사고와 한국가스공사측의 은폐로 송도국제도시 주민의 불안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서울과 경기도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LNG기지 증설을 결정했다."며 "안전한 도시, 친환경 국제도시를 강조하고 지향하던 송도국제도시 주변은 LNG가스저장탱크 증설, 인천해양방어사령부 이전계획, 대규모 쓰레기 소각장 증설 등 위험요소가 몰려있다. LNG탱크 증설계획은 도시경쟁력 약화와 주민 생명 위협 등 제2의 세월호 사태 버금가는 인재로 돌아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LNG생산기지, #인천시, #연수구, #유정복, #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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