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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부산 지역 해수욕장은 유난히 궂은 날씨로 울상짓는 날이 많았다. 사진은 태풍의 여파로 입욕이 통제된 지난달 4일 해운대해수욕장.
 올 여름 부산 지역 해수욕장은 유난히 궂은 날씨로 울상짓는 날이 많았다. 사진은 태풍의 여파로 입욕이 통제된 지난달 4일 해운대해수욕장.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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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이 부산지역 관광업계에는 생각하기 싫은 계절이 될 듯하다. 유난히 잦은 비와 이상 현상으로 피서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여름만 바라봤던 지역 관광업계는 한숨 쉬는 날이 많았다.

지난 7월 1일 일제히 개장한 부산지역 해수욕장들은 폐장했거나 그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을 끝으로 다대포·일광·임랑 해수욕장이 폐장했고,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 등 다른 해수욕장도 오는 10일 문을 닫게 된다. 해수욕장이 폐장해도 부분적으로 입욕이 가능하긴 하지만 편의시설이 대부분 철수해 사실상 피서지 분위기는 느낄 수 없게 된다.

이 두 달여 동안 특수를 기대한 부산 지역 해수욕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부산시가 집계한 해운대 해수욕장 피서 인파는 1071만여 명 수준. 지난해 1531만 명에 비해 459만 명이나 줄었다.

다른 해수욕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지난해 피서객 984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362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지역의 7개 해수욕장을 모두 합쳐봐도 2783만 명 수준이어서 지난해 3994만 명에 비하면 3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피서객이 줄어든 건 5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피서객이 줄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줄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몰카 등으로 적발된 성범죄자는 24명으로 지난해 35명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해마다 해파리에 쏘여 피해를 입은 입욕객은 41명으로 237명이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안류(역파도) 사고도 지난해 222명에서 41명으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폐합판 더미에 쥐떼까지... 지역 관광업계는 '울상'

지난달 4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으로 200톤 가량의 폐합판 더미가 높은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공무원과 경찰, 군병력은 중장비를 동원해 하루종일 폐합판 치우기에 나섰지만 막대한 양 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 4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으로 200톤 가량의 폐합판 더미가 높은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공무원과 경찰, 군병력은 중장비를 동원해 하루종일 폐합판 치우기에 나섰지만 막대한 양 때문에 애를 먹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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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 급감은 날씨의 영향이 크다. 유난히 궂은 날씨가 많았던 이번 여름은 특히 주말에 비가 집중됐다. 1년 동안 준비한 부산바다축제는 피서 절정기인 8월 1일부터 8월 7일 사이에 펼쳐졌지만, 축제를 찾아온 것은 피서객 대신 거센 비와 바람이었다. 1일부터 4일 사이에만 131.9mm의 비가 쏟아졌고, 초속 18.2m의 강풍이 몰아쳤다.

약속이나 한 듯 이후로도 유독 주말이면 흐린 날씨가 많았고, 입욕이 통제되는 경우도 흔했다. 그와중에 찾아온 폐합판 더미의 해운대 습격은 말그대로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침몰한 선박에서 흘러나온 폐합판 더미 200톤이 지난달 4일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밀려들면서 해수욕장에선 3일에 걸친 수거 작업이 벌어졌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죽은 쥐떼가 떠오르면서 급히 수거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날씨는 막판까지 심술을 부려 폐장을 앞둔 지난 21일 다대포 해수욕장은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 쓸고 내려온 각종 쓰레기 290톤이 해안가로 밀려드는 일까지 생겼다.

막대한 돈을 써가며 여름 준비를 했던 지자체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부산시가 해수욕장에 들인 돈만 400억 원. 해운대해수욕장은 해파리 피해를 막아볼 요량으로 1.5km의 차단 그물을 치고, 이안류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특수 부표를 설치하는 등 안전에 큰 신경을 썼지만 태풍은 해파리 그물까지 찢어버렸다. 이국적 정취를 위해 갈대 파라솔을 준비한 광안리 해수욕장도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지난해 20%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면서 "그나마 음식점들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 감소가 크지 않아 타격이 적지만 전반적으로 지역 관광업계가 고전했다"고 전했다.


태그:#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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