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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 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기자말>

      상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오도요초의 고이시차입니다. 사진 왼쪽은 50 g 포장이고 오른쪽은 종이팩입니다.
 상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오도요초의 고이시차입니다. 사진 왼쪽은 50 g 포장이고 오른쪽은 종이팩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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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시코쿠 고치현 오토요초(大豊町) 고이시차(碁石茶) 협동조합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고이시차라고 하는 독특한 차를 만들어서 팔고 있습니다. 보통 일본 사람들은 녹차라고 하는 일본차를 주로 마십니다. 고이시차가 어떤 차이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습니다.

오도요초는 지형상 독특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 한 가운데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요시노가와 강 상류에 있습니다. 요시노가와 강은 골이 깊어서 물살이 세고 주변이 모두 바위로 되어 있습니다. 이 요시노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 속 절벽 마을에서 고이시차(碁石茶)를 만듭니다.

고이시차가 문헌에 처음 나오는 것은 약 350 년 전입니다. 고이시차는 중국 윈난 성의 보이차(푸얼차, 普洱茶, puer tea)와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 역시 중국 보이차와 비슷합니다. 중국 운남성의 보이차와 고이시차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처음 오도요초 사람들은 고이시차를 만들어서 세토나이카이 부근 섬이나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과 소금과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 말에 의하면 고이시차는 섬이나 바닷가 사람들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물건이었나 봅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고이시차를 이용하여 쌀과 섞어서 차 쌀죽을 만들어서 먹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만들던 고이시차는 만드는 방법이 어렵고 힘들어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1920년대 후반 한 때 이곳에서는 2200 가구에서 한 해 고이시차를 16 톤 이상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산 속 마을은 고령화와 과소화 등이 일본 어느 곳 보다 극심합니다. 특히 이곳 고치현 오토요초는 일본에서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세 번째입니다.

      고이시차를 만드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1. 찻잎을 따서, 2. 쪄서, 3. 1차 발효를 시키고, 4. 통에 담아서 장아찌를 만들어, 5. 잘라서, 6. 말립니다.
 고이시차를 만드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1. 찻잎을 따서, 2. 쪄서, 3. 1차 발효를 시키고, 4. 통에 담아서 장아찌를 만들어, 5. 잘라서, 6. 말립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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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마을 사람 수만 보더라도 20여 년 전 1991년 7800명이었던 마을 인구는 2013년 530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위기로 여기고 마을 사람들은 관공서, 지역 대학의 연구자들이 손을 잡고 고이시차를 상품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이시차를 만들고 있는 마지막 남은 농가를 방문하여 만드는 법을 배우고, 효과적이고 기능적인 제조를 위해서 관련 기술자들과 협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 대학을 방문하여 고이시차의 제조 기술을 책정하고, 상품성이나 기능 등에 대해서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 나섰습니다.

고이시차의 고이시(碁石)는 우리말로 바둑돌이라는 말입니다. 이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각으로 잘라서 넓게 펴서 말리는 모습이 마치 바둑판의 검정 바둑돌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고이시차는 6월 무렵 새 찻잎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한 차나무 가지를 낫으로 자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잘라온 차나무 가지를 큰 시루에 담아서 찝니다. 차 잎을 찌기 전에는 가급적 햇볕에 마르지 않도록 보관해야합니다.

보통 찻잎 150kg을 나무통 시루에 담아서 두 시간 쯤 찐 다음 차나무 가지를 골라내고 찐 찻잎을 잘 섞어 놓습니다. 이 때 찻잎이 너무 발효되면 차가 검고 단단해 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공기 중에서 차를 말리면서 발효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찻잎을 나무통에 담아서 공기를 빼고 눌러 놓습니다. 이 때 찻잎 상태를 보아가면서 찻잎을 찔 때 나온 물을 붓기도 합니다.

잘 마른 고이시차입니다. 고이시차는 끓인 물에 넣어 끓여서 마십니다.
 잘 마른 고이시차입니다. 고이시차는 끓인 물에 넣어 끓여서 마십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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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쯤 지나 찻잎이 발효되어 덩어리가 되면 꺼내 잘라서 말립니다. 찻잎 크기는 대략 가로 × 세로 5cm,  두께 3cm 정도입니다. 약 2 주간 정도 햇볕에 말립니다. 찻잎을 따서 이렇게 말리기까지 두 달 쯤 걸립니다. 이 기간은 날씨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말린 찻잎은 2-3년 정도 종이봉투에 담아서 숙성시킨 뒤 상품으로 팝니다.

녹차는 찻잎을 따서 가마솥에 살짝 쪄서 덖거나 비벼 만들기 때문에 찻잎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지만 타닌 성분이 많습니다. 고이시차는 찻잎을 두 시간 정도 쪄서 물기를 빼면서 첫 발효를 시키고, 다시 나무통에 담아서 공기를 빼고 완전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고 약간 신맛이 납니다.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것들을 큰 솥에 넣고 삶거나 찌는 일에 익숙해 있습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 닥나무나, 삼지닥나무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무르게 해서 종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삼베를 짜기 위해서 삼나무를 베어다 쪄서 껍질을 벗깁니다.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 콩을 불려서 큰 솥에 넣고 삶습니다. 찻잎 역시 이런 산 속 사람들의 생활 습속과 관련성이 있어 보입니다.

8년 전 고이시차를 처음 만들어서 팔 때는 매출액이 150만 엔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이 적극 노력하고 홍보 활동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2013년 매출액이 1800만 엔을 넘었습니다.

      고이시차를 만들 때 사용하는 여러 도구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무통, 절단기, 돗자리, 큰 솥들입니다.
 고이시차를 만들 때 사용하는 여러 도구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무통, 절단기, 돗자리, 큰 솥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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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이시차를 소개하기 위해서 티백이나 종이 팩으로 만든 상품도 개발하여 시판 중입니다. 이년 전에는 공식 기관에서 발행하는 내 고장 전통상품 인증을 받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고이시차의 판매와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유사 상품도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등은 차의 성질에 따른 분류입니다. 한국차, 일본차, 중국차, 인도차, 라오스차, 미얀마차, 태국차는 차의 생산지에 따른 것입니다. 고이시차를 홍보하고 소개하는 사람들은 홍차와 우롱차는 발효된 것이 아니고 산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고이시차야말로 진정한 발효차라고 주장합니다.

먹거리의 참 맛은 소비자가 결정하고 판단할 일입니다. 다만 일본 시코쿠 고치현 오도요초의 독특한 지형과 환경 속에서 전해 내려온 방법을 발굴하여 상품화 시켜 마을 살리기를 위해서 수고하는 마을 사람들의 노고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필자 일행이 오도요초 고이시차 조합원에게서 고이시차를 만드는 과정이나 도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필자 일행이 오도요초 고이시차 조합원에게서 고이시차를 만드는 과정이나 도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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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고지현 오토요초, http://www.town.otoyo.kochi.jp/tokusan/dtl.php?id=43, 2014.9.1., 가츠키 요이치로(香月 洋一郞), 살에 살다(山に棲む), 未來社, 1995.12.



태그:#오토요초(大豊町), #고이시차(碁石茶), #시코쿠, #고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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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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