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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대병원이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A씨에 보낸 내용증명. 미납 진료비를 이유로 환자의 생존에 필요한 개호비 지급을 중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충남대병원이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A씨에 보낸 내용증명. 미납 진료비를 이유로 환자의 생존에 필요한 개호비 지급을 중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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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의 의료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개호비(생명 유지를 위한 간병비)를 진료비가 체납됐다는 이유로 지급 중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측은 '의료과실로 식물인간이 됐는데 진료비 등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 1998년(당시 42세) 4월, 복부 통증으로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다음 날 복막염 및 난소일부 제거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패혈증으로 수술 직후부터 현재까지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003년 A씨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병원 측이 환자가 호흡 정지에 이르고, 산소 결핍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때로부터 10일이 지난 뒤에야 (병원이) 패혈증 확인 검사를 했다"라면서 "(병원에) 응급치료시기를 놓친 의료상 과실이 있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지난 2007년 환자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개호비 및 향후 치료비(진료비)는 원고의 생존을 위한 본질적 비용이자 핵심적 권리"라면서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병원 측에서 개호비를 비롯 생계비 및 향후 치료비 등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법원 개호비 인상 판결에 병원 측 "밀린 병원비부터 내야"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제13민사부, 재판장 이성기)은 "개호비의 기준이 되는 하루 보통 인부 노임이 인상됐다"라면서 병원 측이 지급해야 할 A씨 개호비를 기존 월 265여만 원에서 138만 원 늘어난 403만여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충남대학교병원은 최근 환자 A씨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매월 지급해오던 개호비를 이후부터는 미납 진료비와 상계처리(채무자와 채권자가 같은 종류의 채무와 채권을 가지는 경우, 일방적 의사 표시로 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하는 것)하겠다"라며 개호비 지급을 사실상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법원의 '개호비를 인상해 지급하라'는 판결에 병원 측이 해당 환자 및 가족에게 미납 진료비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병원 측은 지난 3월 A씨에게 그동안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수천여만 원을 변제하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심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충남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진료비를 내지 않아 개호비와 상계처리하려는 것"이라면서 "진료비 변제소송에서 우리가 승소할 것에 대비해, 진료비 회수를 위해 개호비 지급을 보류시켜 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 "진료비 청구는 부당"... 병원 "승소 대비 채권확보 위해"

이에 대해 A씨의 소송대리인 신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경)는 "병원 측의 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사람에게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신가영 변호사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진료행위는 (치료가 아닌)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손해전보)에 불과해 치료비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면서 "충남대학교병원의 진료행위는 손해전보(위법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를 물어주는 것)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생명유지 행위로 이를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A씨의 가족들도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가 됐는데 진료비를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어 "병원 측이 제기한 진료비 청구 소송이 계류 중인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개호비와 진료비를 상계하려는 것은 부당행위이자 환자의 생존을 위한 핵심 권리마저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자 가족들은 충남대학교병원 측에 개호비와 진료비를 상계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충남대학교병원 측이 제기한 진료비 반환 소송의 심리는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다.


태그:#충남대병원, #의료사고, #개호비, #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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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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