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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지난해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원로급 인사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편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지난해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원로급 인사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편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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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일 오후 2시 45분]

KBS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79·여·전 러시아 대사)를 놓고 KBS 내·외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 교수의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원로 역사학자인 이 교수는 보수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로,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감동받았다"는 등의 지지 발언을 해왔다.

당시 KBS의 '문창극 망언 영상' 단독 보도로 인해 시작된 문 전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이 후보자 낙마로까지 이어졌음에도, KBS의 새 이사장 내정자는 이를 보고 "교인이 아님에도 감동받았다"라고 극찬한 셈이다.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의 사표 제출 후 1주일도 채 안 된 1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 교수의 이사 추천안을 가결시키면서, 이 교수가 새로운 이사장이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야당 추천 김재홍·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반발하며 퇴장했지만 표결은 강행됐다.

이 교수는 올해 79세에 이르는 고령자인데다, 과거 1998년 이미 KBS 이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신임 이사장 선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KBS 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친 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한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사장으로 근무해왔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 초에는 주요 국가안보 문제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해주는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돼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쌓아온 터라,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친정권'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 지배는 하나님의 뜻' 영상 보고 감동... 교학사 교과서 문제 없어" 

특히나 문제시 되는 부분은 이 교수의 역사관과 이사장으로서의 전문성 등이다. 이 교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주요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올해 초 '친일·독재 미화' 내용으로 인해 채택 거부 등 논란이 됐던 교과서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역사 교과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믿는다, 완벽한 것은 아니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며 직접적인 옹호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모두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로 2011년 강연한 사실이 알려져 결국 자진 사퇴한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에 대해, 지난 6월 <TV조선>에서 "(해당)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라면서 "강연을 대하는 태도나 눈빛, 강연 준비 자세를 봤을 때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KBS의 보도는 '이 달의 기자상' '이 달의 방송기자상' 등을 잇달아 수상할 만큼 여론에 큰 반향을 불러왔으나,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를 '왜곡 보도'라며 중징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해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를 놓고 박 대통령에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했다"라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을 주의 깊게 메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 소속 야당 의원 등은 즉각 성명서를 통해 "이인호 교수의 KBS 이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국회 미방위 소속)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 측의 긴급 낙하산 이사 투입 의도가 명백하다"며 "KBS를 재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종편에서 '대통령이 바뀐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다면 왜 못하겠나, 온 국민이 정신 차리고 자기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옹호했던 인물"이라며 "정부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하는 인사는 독선적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의 K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김재홍·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1일 오후 2시 경기 과천 중앙동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 교수의 역사관과 사회적 편향성을 근거로, KBS 신임 이사장 선임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을 내비칠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이인호 KBS, #이인호 명예교수, #이인호 반대, #이인호 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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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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