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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지난해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원로급 인사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편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지난해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원로급 인사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편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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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일 오후 2시 55분]

박근혜 정부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이사장으로 내정하고 추천을 강행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이인호 교수를 KBS 보궐이사로 추천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월 25일 갑작스럽게 물러난 이길영 KBS 이사장 후임으로, 청와대 임명과 KBS 이사회 호선을 거쳐 차기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 쪽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지만 정부여당 쪽 위원 3명은 표결을 강행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지난 8월 29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통보를 받고 (이인호 교수가) 지나치게 보수 편향 인물이라며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라면서 "이날 회의에서도 1주일 정도 시간 여유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위원장은 이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결을 강행했다"라고 밝혔다. 

"친일파 후예 이인호씨가 공영방송 이사장? 국민 모독"

당장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는 이인호 교수의 뉴라이트 전력과 할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들어 이사장 임명을 반대하고 내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은 이날 오전 성명서에서 "대표적인 친일파의 후예가 공영방송인 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에 대한 죄악"이라며 "이인호는 뉴라이트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지지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 할아버지인 이명세씨는 조선총독부가 친일 유림 인사를 동원해 만든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참사를 지냈고 1941년 친일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과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됐다. 

KBS 새노조 역시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인호 교수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내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KBS 새노조는 "이인호씨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종편에 자주 출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뉴라이트 역사 인식을 설파하며 박근혜 정부를 적극 옹호해왔다"라면서 "(이인호씨는) 화려한 이력과 다양한 경력 뒤에 삐뚤어지고 편향된 역사관을 소유한 인물로 <TV조선> 회장이라면 몰라도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 기구의 이사로는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KBS 새노조는 이 교수가 지난 6월 <TV조선>에 출연해 당시 논란이 된 문창극 총리 후보자 교회 강연이 '감동적'이라며 옹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인호(78) 교수는 서양사학자로 주러시아 대사, 주핀란드 대사를 거쳐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과 서울대 명예교수, KAIST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며 이른바 '대안 교과서'를 만든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인사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야당 방통위원들 "역사관 편향, KBS 이사장으로 부적격"

이인호 KBS 이사 추천안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김재홍(왼쪽)·고삼석 상임위원이 9월 1일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후보의 역사관과 사회적 편향성은 결격 사유"라며 이인호 이사장 임명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인호 KBS 이사 추천안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김재홍(왼쪽)·고삼석 상임위원이 9월 1일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후보의 역사관과 사회적 편향성은 결격 사유"라며 이인호 이사장 임명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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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안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던 방통위 야당 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후보의 역사관과 사회적 편향성은 결격 사유"라면서 이인호 이사장 임명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김재홍·고삼석 위원은 "공영방송 이사장은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철저히 요구된다, 특정 사회 집단을 대변했거나 공동행동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인사라면 결코 그 자리를 맡아선 안 된다"라며 '보수 편향' 논란을 불렀던 교학사 국사 교과서 지지나 문창극 후보 강연 옹호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이인호 후보 조부의 친일 행위에 대해서도 이들은 "선대가 일제강점기 반민족 친일행위를 했다고 해서 후손까지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후보가) 일제강점기를 포함하는 해방 전후 현대사 문제에 대해 특정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공유하고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공영 방송의 이사장 후보로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통위 야당 위원들은 "KBS 이사 후보 추천권을 가진 방통위 의결 절차는 시민사회와 국민여론층이 최소한이라도 검증 시간을 가진 뒤 합의제 원칙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정부 여당 추천 위원들의 강행 처리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김재홍 위원은 "방통위 사무처가 이인호 후보 결격 사유를 검증하지 않고 추천 의결한 건 직무유기"라면서 "방통위 청와대 낙하산 인사에 통과의례 거수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고삼석 위원은 "KBS가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내홍을 겪다 후임 사장 임명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에 또다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이런 논란을 고려하지 않고 이 후보를 추천한 이들에게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이인호, #KBS 이사장,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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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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