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맹승지.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맹승지. ⓒ mbc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일밤>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짜 사나이>는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려 왔지만, 그 속에서 샘 해밍턴, 박형식, 헨리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을 묶어 놓는데 성공했다. 여군 특집에서도 라미란, 홍은희, 김소연, 맹승지, 지나, 박승희, 혜리를 내세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맹승지도 그동안 보여준 4차원적인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마녀 소대장'을 내세워 멤버들의 고군분투를 적절히 담아내며 꽤 괜찮은 그림이 완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을 때 유독 맹승지는 호감형으로 돌아서는데 실패했다.

'군대 부적응자'였던 샘 해밍턴·헨리와 맹승지의 차이

맹승지는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났다. 입소할 때부터 배꼽티를 입고 등장해 군대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맹승지는 8월 31일 방송에서 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소대장에게 말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대에서의 적응을 어려워했던 멤버들은 맹승지뿐이 아니었다. 샘 해밍턴과 헨리는 초창기부터 언어적인 문제를 겪었고, 박형식 역시 '아기 병사'라는 타이틀을 받으며 제식동작이나 군대생활에 있어 적응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들과 맹승지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샘 해밍턴과 헨리에게는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이 있었다. 한국 군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용어마저 적응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부적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박형식 역시 처음 들어간 군대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을 마주치는 장면들이 예능적으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려고 했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익숙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외면하거나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맹승지의 행동은 종종 군대라는 기본적인 맥락에서 벗어났다. 군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과 군대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행동은 다르다. 군대 내에서 상관의 합리적인 명령에 불복하고 훈련을 대충 대충 피해가려는 식의 행동은 단순히 군대 내부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군대가 어떤 곳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시청자들은 이런 맹승지에 대해 군대라는 특수 상황에서 잔꾀를 부리려 하거나 훈련을 제대로 임하지 않는 자세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군대는 단체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혼자서 다른 인원들의 발목을 잡으면서까지 돌출 행동을 하는 행동에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김소연이나 혜리도 군대 내부에 적응이 어려워 어설픈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이 호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난 여자라서 못한다'는 식의 행동이 아닌, 못해도 적극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동정과 호감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진짜 사나이>는 군대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군대라는 맥락에서 예능의 그림을 뽑아내는 프로그램이다. 군대라는 상황 자체가 무너지면 <진짜 사나이>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맹승지의 행동을 단순히 4차원적인 행동이라 옹호하기는 힘든 것이다. 

군인의 신분이라면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와 전쟁을 대비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훈련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면, <진짜 사나이>의 출연은 애초에 말았어야 했다. 출연한 이상,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자유스러운 군대의 특징을 받아들여야 한다.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래서 맹승지의 태도는 아쉽게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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