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시즌이 서서히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프로야구 순위싸움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중위권팀들간 4강 막차 경쟁만 남은 듯했던 순위싸움은, 불과 최근 1~2주 사이에 이제는 1위부터 9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180도 바뀌었다.

8월 중순까지 프로야구 판도는 사실상 3강 5중 1약이었다. '특 1강' 삼성을 중심으로 넥센-NC가 1~3위팀이 포스트시즌을 예약한 가운데, 남은 한 장의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4위부터 8위까지 2~3게임차 이상의 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선두 삼성,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패

하지만 9월 1일 현재 프로야구 판도는 2강 7중에 가깝다. 선두 삼성이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최다인 5연패, 3위 NC도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흔들리고 있다. 무난히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던 삼성이 급격히 흔들리는 사이 2위 넥센이 어느덧 3.5게임 차이까지 근접했다. 넥센은 지난 주말 삼성과의 2연전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에 다시 불을 당겼다. 넥센은 3위 NC와는 5.5게임차이로 벌어지며 최소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에 근접한 상태다.

삼성은 최근 투타에서 모두 저조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연패 동안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는 고작 1차례였고 타선도 평균 2.8점을 뽑는 데 그쳤다. 29일 두산전(1-2)의 6회 강우콜드게임처럼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팀타율 1위(.302)를 달리고있는 삼성이지만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주축 타자들이 번갈아가며 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면서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경쟁자 없이 오랫동안 1위를 장기독주하며 집중력이 떨어진 면이 있고, 사령탑 류중일 감독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겸임하며 소속팀에서 전념할 수 없는 분위기도 미묘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넥센은 특유의 강력한 중심타선이 건재한 가운데, 김대우와 문성현 등 4~5선발에 가까운 자원들을 내고도 투수력에서 삼성을 압도한 것이 고무적이다. 치열한 홈런왕과 MVP 집안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박병호-강정호 콤비의 타선 시너지 효과가 크다. 선수층이 얇은 체력적 부담이 있지만 최근 삼성의 부진과 맞물리며 1위 역전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4위부터 7위까지 3게임차... 예측불허 4강 막차 티켓

여전히 치열한 중위권은 4강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이 예측불허다. 최근 8위까지 떨어지며 주춤하고 있는 KIA가 4강권에서 5게임차로 벌어지며 한발 밀려난 모양새지만, 4위 LG부터 7위 SK까지는 여전히 3게임차 이내에서 경합 중이다.

6월 20일부터 두 달간이나 4위를 지켜왔던 롯데가 밀려나며 '꼴찌에서 4강'이라는 LG의 반전극장이 현실화되는 듯했으나,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LG는 31일 경기에서 6위 롯데에게 덜미를 잡히며 승차를 벌리는 데 실패했다. 반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두산이 4연승의 쾌조를 보이며 LG를 1게임 차이로 압박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LG가 4강 전쟁에서 가장 유리해 보이는 것은 안정된 마운드의 힘이다. LG는 평균자책점이 4.63으로 NC에 이어 2위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부쩍 안정을 찾은 LG 마운드는 봉중근을 중심으로 한 불펜 필승조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리오단-류제국-우규민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LG를 위협하는 것은 역시 두산이다. 두산은 최근 더스틴 니퍼트-유희관의 원투펀치가 살아나고 대체선수로 합류한 유네스키 마야도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발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심타자 김현수는 두산이 4연승을 거두는 기간 동안 16타수 11안타 2홈런 7타점의 맹활약으로 두산 타선의 부활에 기여했다.

롯데와 SK는 4강권과의 격차를 힘겹게 유지하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1일 LG전에서 유먼의 호투와 황재균의 활약으로 LG의 연승을 저지했지만 기복심한 경기력과 불안한 수비는 여전히 약점이다. 하루 전 강민호의 물병투척 사건이 화제로 떠오르는 등 끊임없는 사건사고도 팀분위기에는 악재다. 외국인 선수 대란에 시달리고 있는 SK는 조조 레이예스-루크 스캇에 이어 로스 울프마저 팀을 떠나며 사실상 토종 선수들 위주로 남은 시즌을 꾸려가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다.

한화-KIA, 꼴찌 전쟁 끝나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 프로야구 순위싸움의 또다른 변수는 바로 '꼴찌 전쟁'이다. 지난 5시즌간 4번이 꼴찌를 차지한 한화의 3년연속 최하위가 올해도 유력할 것처럼 보였으나 후반기 들어 한화가 눈부신 선전을 이어가며 중위권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8월에만 12승 7패의 고공비행을 거듭한 한화는 월간 승률 1위를 달리며 순위 경쟁의 캐스팅 보트로 급부상했다.

한화와 대척점에 있는 팀이 KIA다. 28일 롯데전 패배 후 시즌 첫 8위로 내려앉은 KIA는 4강싸움에서도 한발 밀려난 모양새다. 이제는 꼴찌 한화에게조차 불과 반게임 차이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7월 이후 성적만 13승 23패로 9개구단 중 최악이다. 이 기간 6연패 한 차례와 3연패 두 차례로 자주 연패를 당하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지난해로 나란히 8-9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KIA는 지난 시즌에도 한때 선두권을 달리다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신생팀 NC에게도 뒤진 8위로 내려앉은 바 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이끌던 마지막 시즌 4강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KIA는 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최근 3시즌간은 5위-8위-8위에 머물며 해마다 점점 가을잔치와 멀어지는 모습이다. 좀처럼 개선되지않는 투타 엇박자와 집중력 부족 속에 2007년 이후 7년 만의 최하위 추락이라는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걱정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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