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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해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해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 기자말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쥬니(十二) 신사의 겉모습과 옆모습입니다.
 쥬니(十二) 신사의 겉모습과 옆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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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아침 일본 시코쿠 동북쪽에 있는 나루토 시 해안에 있는 사토우라초에 있는 쥬니(十二) 신사를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해녀를 신으로 섬기는 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신사 앞에 고구마 밭이 넓게 펼쳐져 있지만 옛날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넘실거렸다고 합니다.

이 사토우라초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해녀들이 살면서 바다에 들어가 전복이나 해산물을 물속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해녀를 신으로 섬기는 신사가 만들어졌습니다. 원래 이곳 사토우라초 마을에는 마을 둘레에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고 복을 준다고 전해지는 12사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 12사당을 모두 합해서 신사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그런 뜻에서 이곳 신사 이름은 쥬니(十二) 신사가 됐습니다. 이곳이 쥬니 신사가 되기 전에도 이곳은 원래 신사였습니다.

마을 주위 12신사 가운데 가장 영험하고 깊은 신앙심을 간직해온 해녀신사가 마을의 중심 신사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지금은 크게 새로 지은 신사 본전이 중심 역할을 하지만 아직도 전부터 신앙시해 온 해녀신사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옛 신사 건물 벽에는 물속에서 물질하는 해녀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 옆에는 우물터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쥬니(十二) 신사로 바뀌기 전 원래 있었던 해녀 신사 모습입니다. 물질하는 해녀가 칼을 든 수호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쥬니(十二) 신사로 바뀌기 전 원래 있었던 해녀 신사 모습입니다. 물질하는 해녀가 칼을 든 수호신으로 바뀌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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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옆에 우물터가 남아있는 것은 한반도 특히 제주도의 샘굿이나 우물굿, 용왕굿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이 해녀 신사가 있는 사토우라초 마을에도 이제 해녀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바다가 오염돼 더 이상 해산물을 수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나루토시 사람들은 바닷가 주변 모래밭에서 고구마를 가꾸는 데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모래땅은 고구마 재배에 적합하고 품종 개량 등을 통해서 한 해 두 번 수확할 수 있는 씨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고구마 저장 기술을 개발해 한 해 내내 고구마를 맛볼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고구마가 너무 비싼 것이 흠입니다.

이곳에서는 보통 2월부터 온실에서 고구마를 파종해 순을 기릅니다. 약 두 달 뒤 4월부터 5월에 걸쳐서 고구마 순을 모래 성분이 많은 밭에 묻습니다. 고구마 순을 묻고 120일이 지나면 고구마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고구마 수확은 기계를 사용합니다. 

해녀 신사를 찾아 나루토 시에 갔지만 해녀 모습만 그림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신사 뒤편 바닷가에도 가보았지만 해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어 해녀를 볼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해녀 물 일이 그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일찍 바뀌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월에 비닐하우스에서 고구마를 묻고, 5월 초순에 순을 묻어서 키운 고구마와 고구마 밭입니다. 아래 사진은 고구마를 캐는 기계와 손질할 때 쓰는 도구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월에 비닐하우스에서 고구마를 묻고, 5월 초순에 순을 묻어서 키운 고구마와 고구마 밭입니다. 아래 사진은 고구마를 캐는 기계와 손질할 때 쓰는 도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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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나루토시, http://www.city.naruto.tokushima.jp/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해녀신사, #쥬니(十二)신사, #나루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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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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