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시장 막판 레알 마드리드의 행보가 더욱 심상치 않다. 월드컵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토니 크루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레알은 이번에는 AS 모나코의 또 다른 슈퍼스타 라다멜 팔카우의 영입까지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팔카우의 영입의 반대급부로 실행된 방출의 대상이 지난 시즌 레알의 라 데시마 달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챠비 알론소와 앙헬 디 마리아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 레알이 라 데시마를 당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로는 단연 지난 시즌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득점왕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호날두가 꾸준히 공격에서 창끝을 세워주지 않았다면 레알의 우승은 더욱 멀고 험했음이 자명하다. 공격진에서 호날두의 파트너였던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의 활약 역시 매우 출중하였다. 이에 따라 전 유럽의 많은 언론들은 세 선수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폭발력을 바라보며 'BBC 라인'이라는 멋진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렇다면 챠비 알론소와 앙헬 디 마리아는 어떻까? 앞선 공격진이 레알의 간판 히어로로 나설 때 두 선수는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며 레알을 지탱하였다. 이는 알론소와 디 마리아의 이적이, 레알이 그들의 이적으로 통해 받아들일 이적료와는 상관없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레알의 공수 밸런스를 크게 뒤흔들며 시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한 폭탄이다.

지난 시즌 두 선수가 맡은 전술적 역할을 세세히 살펴보자. 알론소는 상대적으로 모드리치, 디 마리아보다 아래로 내려오며 직접적으로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았다. 본래 알론소의 수비형 미드필더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역할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었다. 특히 알론소가 마스체라노처럼 빠르고 강인한 유형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는 점은 알론소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써의 능력에 우려를 표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알론소는 자신에게 붙은 이러한 논란을 멋지게 실력으로써 불식시켰다. 특히 풍부한 경험과 영리한 위치선정 능력을 활용한 수비는 레알의 수비를 더욱 단단하게 하였다. 또 페페와 라모스가 다소 드리블을 하며 전진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의 센터백임을 감안했을 때 경험이 많고 전술적으로 영리한 알론소의 존재는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알론소는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 분야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써의 능력 역시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레알의 모든 공격전술은 알론소와 모드리치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시작 되었고 알론소는 특유의 롱 패스능력으로 레알의 공격을 지원했다.

알론소가 후방에서 레알의 버팀목이 되었다면 앙헬 디 마리아는 알론소의 앞에서 레알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준 에너자이져였다. 가레스 베일의 영입으로 인해 디 마리아는 포지션을 전공인 윙어가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로 변경하였다. 디 마리아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은 대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디 마리아는 자신의 풍부한 스태미너로 공수를 활발히 오가며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특히 디 마리아의 중원 파트너인 모드리치와 알론소가 역동적인 스태미너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디 마리아의 가치는 더욱 부각이 되었다.

디 마리아는 공격시에는 양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하며 상대 측면을 무너뜨리고 수비시에는 빠르게 내려와 수비가담을 하거나 상대 중원을 압박하면서 종횡무진 활약하였다. 시즌 초반 사미 케디라를 장기부상으로 잃은 레알로써는 디 마리아의 이러한 활약이 어느 슈퍼스타의 영입보다 더욱 값진 것이었다. 또 디 마리아는 중앙 미드필더로써의 변신 이후에도 변함없이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오히려 상대진영 좌, 우, 중앙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며 레알의 공격첨병역할도 겸했다.

이제 레알은 지난 시즌 미드필드에서 환상적인 역할 분담으로 팀을 지탱한 세 선수 중 두명이 이적을 하였다. 후방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롱패스로 공격을 지원했던 알론소와 공수양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디 마리아가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만약 레알이 따로 미드필더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현 레알의 스쿼드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선수는 이스코와 크루스, 케디라이다.

이스코와 크루스는 각각 디 마리아와 알론소가 보여준 공격에서 보여준 재능과 일맥상통하는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이스코는 디 마리아처럼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다. 더구나 위기상황에서의 득점포를 가동하는 클런치 능력은 디 마리아보다 한 수 위의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스코가 디 마리아처럼 공수를 활발히 누비며 에너자이져의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을 해줄지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을 하였을 때 스태미너와 수비가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이스코지만 디 마리아처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레알의 중원에 역동성까지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크루스 역시 알론소처럼 뛰어난 패싱력과 공수 양면에서 공헌을 하는 선수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이스코처럼 크루스 역시 알론소가 보여준 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크루스가 뛰어난 선수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아직 크루스는 알론소만큼 노련하고 영리하게 수비하는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크루스는 알론소보다 더 공격적으로 올라가거나 볼을 소유하길 좋아하는 선수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레알의 센터백들인 페페와 라모스도 드리블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들이라면 크루스에게는 지금보다 더욱 노련하고 안정감있는 수비력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레알에게 필요한 수비의 안정감을 붚어넣어줄 선수는 우여곡절 끝에 팀에 남을 것 으로 보이는 사미 케디라이다. 케디라는 디 마리아의 스태미너도 알론소가 보여준 안정적인 위치 선정도 가진 선수이다. 다만, 케디라는 레알에서 매 시즌 높은 공헌도를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레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케디라가 레알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이유는 바로 공격력과 테크닉의 부족함 때문이다. 미드필더의 기술과 공격력이 강조되는 라리가에서 케디라는 팀에 매우 유용한 역할을 했음에도 기술의 부족이라는 약점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이번 시즌 레알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크루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영입과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는 팔카우의 영입은 이러한 레알의 욕망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케디라는 여느 시즌처럼 안첼로티 감독과 레알에 매우 유용한 활약을 해 줄 수 있으나 현재 레알의 전술에서 레알의 팬들과 보드진 까지도 충족시킬 만한 활약을 해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시즌 꿈에 그리던 목표를 달성하고도 더욱 화려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려 변신을 꾀하는 레알 마드리드다. 그리고 그 희생양 격으로 방출이 된 선수들이 지난 시즌 레알의 전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준 선수들임을 감안한다면 레알의 변신이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레알은 과도한 스타 플레이어 영입과 공격적인 전술의 집착으로 이미 한차례 클럽의 운영을 그르친 역사가 있다.

이제 새로운 프리메라리가 시즌이 개막을 했다. 레알의 화려하지만 우려가 되는 변화가 과연 시즌 종료 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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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flydutchman에 중복게재 된 글 입니다.
알론소 디 마리아 레알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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