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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던 수원화성 일주를 했다. 기온은 30도를 웃돌았지만, 총 길이 5.7킬로미터의 성곽길을 걸으면서 땀도 조금 흘려보고, 일상을 떠나는 여유도 부려보았다. 성곽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서 이른 가을도 맛볼 수 있었다.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옹성이 아름다운 4대문을 만나다

수원화성 일주를 남문인 팔달문에서 시작했다. 팔달문은 수원화성에서 유일하게 성곽이 연결되지 않는 문이다. 서울의 숭례문처럼 도로가 문을 돌아나간다. 수원화성의 4대문에는 옹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문 앞에 성을 하나 더 쌓아 적이 침입했을 때 문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팔달문과 북문인 장안문은 옹성이 막혀 있는 구조이고, 서문인 화서문과 동문인 창룡문은 옹성의 한 쪽이 터져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옹성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적들이 성문을 공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과학적이고, 전략적이다.

방어를 목적으로 만든 옹성이 4대문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순서대로 팔달문, 화서문, 장안문, 창룡문.
▲ 수원화성 4대문 방어를 목적으로 만든 옹성이 4대문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순서대로 팔달문, 화서문, 장안문, 창룡문.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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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옹성은 그 용도가 필요 없어진 과거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보이지 않는다. 수원화성은 성곽 자체도 아름답지만, 4대문의 옹성이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듯 하다. 국내의 다른 성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의 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옹성이 만들어지면서 다른 성의 문들과는 다른 가치와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4대문 모두 정말 아름답다.

서장대에서 100리를 내려다 보다

서장대는 수원화성의 가장 높은 부분, 팔달산의 정상에 있다. 수원화성의 군사지휘소 같은 곳이라고 하는데, 성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라서 군사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지휘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장대에서는 사방 100리를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로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요지였다. 서장대에서는 정조대왕의 효심이 담긴 행궁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팔달산 정상에 있어 성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쇠뇌를 쏘던 노대와 대형 깃대 2개가 있다.
▲ 서장대 팔달산 정상에 있어 성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쇠뇌를 쏘던 노대와 대형 깃대 2개가 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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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는데, 서장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군사지휘소 같은 역할을 했다면, 동장대는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지휘소인데, 연무대라고도 불린다. 연무대 앞에는 국궁체험장도 있는데, 1박2일에도 나와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자녀들과 함께라면 국궁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사시설이지만 독특하고 아름답다

북수문인 화홍문, 방화수류정,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의 모습이 아름답다.
▲ 아름다운 건축물들 북수문인 화홍문, 방화수류정,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의 모습이 아름답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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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군사시설이지만,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다. 북수문인 화홍문과 그 옆의 방화수류정은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심돈이라는 건축물도 곡선으로 쌓아올린 군사시설이지만, 성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화서문 옆의 서북공심돈과 연무대와 창룡문 사이에 있는 동북공심돈은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독특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성곽이 파란 가을 하늘과 대비되어 아름답다.
▲ 수원화성 성곽이 파란 가을 하늘과 대비되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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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성곽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의 건축물들이 각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굽이치는 성곽의 아름다움을 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성의 건축물들이 성곽과 어울려 바라볼 때 그 아름다움이 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삶과 어우러진 문화재라서 더 좋다

수원화성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있다. 팔달문 옆에는 팔달문시장과 지동시장 등의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숭례문 옆에 남대문시장이 발달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팔달문은 수원 사람들과 조금 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팔달문 뿐만 아니라 성곽을 따라 주택들이 상당히 가까이 있는 곳들이 많은데, 수원화성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활력넘치는 팔달문시장 사이로 팔달문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공방거리와 화성행궁도 꼭 봐야한다.
▲ 수원화성 활력넘치는 팔달문시장 사이로 팔달문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공방거리와 화성행궁도 꼭 봐야한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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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일주를 마치고, 행궁으로 이어지는 공방거리를 걸어보는데, 아기자기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든 잠시 들어가 구경하는 것도 수원화성에 와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될 것 같다. 혹시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화성행궁을 둘러보고, 무예24기 시범공연도 보면 좋을 것 같다. 무예 시범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면 시범단과 기념촬영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더 없는 추억이 된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수원화성 성곽 위로 펼쳐진 파란 가을하늘을 만끽하며, 가족들과 역사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고, 성곽길을 걷다가 서포루나 방화수류정에서 혼자만의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그:#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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