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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7시 40분께, 개그맨 김제동씨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부모들의 눈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김씨는 끝내 울먹거렸다. 그는 "조용히 뒤에서 함께 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했다.
▲ 세월호 유족들 만나 함께 웃은 김제동 29일 오후 7시 40분께, 개그맨 김제동씨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부모들의 눈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김씨는 끝내 울먹거렸다. 그는 "조용히 뒤에서 함께 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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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사라졌던 부모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고, 어머니들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손뼉을 치며 웃었다. 29일 오후 7시 40분께, 개그맨 김제동씨가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재치 있게 입담을 늘어놓은 까닭이었다.

노란색 세월호 '기억 팔찌'를 왼쪽 손목에 찬 그는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감각을 통해 앉아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웃기고 울렸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선 김씨 앞에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8일째 노숙 중인 유족 5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시민 20여 명도 유족들과 함께 했다.

"제가 어릴 때 촌에서 자랐는데요. 집에서 기르던 송아지 한 마리만 팔아도 그 어미 소가 밤새 울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시끄럽다거나 하지 않고, 다들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유족들에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슬픔의)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입니다."

부모들의 눈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김씨는 끝내 울먹거렸다. 목소리가 떨리던 그는 이내 "아따 이거 어렵네요, 웃기도 그렇고 울기도 그렇고"라며 다시금 너스레를 떨었다. 김씨는 "애인하고만 헤어져도 1년은 아픈데, 자식 잃은 그 절절한 심정을 제가 감히 다 안다고는 못 하겠다"면서도 "조용히 뒤에서 함께 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제동의 이야기 마당'은 형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김씨는 유족들에게 "뭐가 제일 힘드시냐, 어떤 말이 상처가 되냐"는 등 질문을 던지고, 듣고 있던 가족들이 마이크를 받아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한 부모는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똑같이 자식을 잃어보면 우리 심정을 알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씨는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냈다. 그는 "제 초등학교 때 소원이 제대로 된 썰매 한번 타보는 거였다, 아버지께서 제가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돼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며 "매형이 나중에 썰매를 만들어줘 너무나 행복하게 탔었는데, 그 매형도 제가 초등학교 4~5학년 때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철근을 머리에 맞아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제가 방바닥을 뒹굴며 울던 게 기억에 선하다"며 "자식 잃은 여러분의 슬픔에는 견줄 수 없겠지만, 저 또한 가까운 사람을 보내고 큰 슬픔을 겪은 사람으로서…(함께 하겠다)"라며 가족들과 눈을 맞췄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들 중 몇몇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일반인들은 유족들 어떻게 봅니까" 유족 걱정에 "마음 보태는 분 많다"

29일 청운효자동 노숙 농성장을 찾아 유족들과 만난 개그맨 김제동씨는, 유족들을 위해 직접 만든 A4용지 반장 크기의 세월호 추모 스티커 100여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 김제동과 지인들이 만든 추모스티커 29일 청운효자동 노숙 농성장을 찾아 유족들과 만난 개그맨 김제동씨는, 유족들을 위해 직접 만든 A4용지 반장 크기의 세월호 추모 스티커 100여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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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유족들을 위해 직접 만든 A4용지 반장 크기의 세월호 추모 스티커 100여 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가 약 한 시간 정도 유족들과 대화하는 동안, 농성장 뒤에서는 시민 5~6명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노란색 추모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한 유족 아버지는 손을 들고 "제동씨가 만난 일반인들이 유족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씨는 "냉정히 말해 여러 시선이 공존한다"면서도 "그런 것에 대해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저 또한 여러분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농담조로 "사람들 뚜껑을 열리게 하는 국회의원들은, 국회 뚜껑(지붕) 한 번 열리게 해버려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씨가 "(박 대통령께서) 여기 가까운 데 한번 나와 주시면 참 좋겠다, 산책 겸 나와서 (유족들) 손도 잡아주시고 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옳소", "맞습니다"라 외치며 손뼉을 쳤다.

개그맨 김제동씨가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 약 한 시간 정도 대화하는 동안, 농성장 뒤에서는 시민 5~6명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노란색 추모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 추모 리본 만드는 시민들의 모습 개그맨 김제동씨가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 약 한 시간 정도 대화하는 동안, 농성장 뒤에서는 시민 5~6명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노란색 추모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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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목소리가 가장 높아진 건 '(아이들이) 국가유공자도 아니고 놀러 가다 죽은 것'이라는 일부 악플에 관해 언급할 때였다. 그는 "애들 없는 국가가 어딨냐, 우리 아이들이 커서 군인도 경찰도 되고 나라를 지켰을 텐데, 다 커서 연애도 하고 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바로 국가다"라고 강조했다. 

"수학여행은 놀러 가는 게 아니라 학습의 연장이죠. 그럼 그 아이들을 지켰어야죠. 석유도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기둥이 될 아이들을 놓쳤으면 누가 놓쳤는지 얘기해줄 수 있어야죠. 배가 침몰한 건 교통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이건 곧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김씨는 강연 말미 "함께 억울해 하며 마음 보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박 대통령님께서도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잘 결단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유족들과 함께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을 위해 다 같이 손뼉을 치기도 했다.

29일 오후 7시 40분께, 개그맨 김제동씨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노란색 세월호 '기억 팔찌'를 왼쪽 손목에 찬 그는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감각을 통해 앉아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웃기고 울렸다.
▲ "아이들이 곧 국가입니다" 29일 오후 7시 40분께, 개그맨 김제동씨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노란색 세월호 '기억 팔찌'를 왼쪽 손목에 찬 그는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감각을 통해 앉아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웃기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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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은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웃으며 김씨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저희가 앞장서는 것으로 오늘 이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 안형준군의 아버지는 강연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씨가 유족들을 굳이 '위로'하겠다고 온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우리 가족들 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그걸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전날인 28일부터 오랜 농성에 지쳐가는 유가족들을 위해 릴레이 강연을 열고 있다. 28일에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가 찾아와 '세월호 참사로 형제를 잃은 자녀들을 보살피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오후 5시께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청와대는 응답하라'를 열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김제동, #김제동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노숙 유가족,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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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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