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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시 수면 정책에 대해) 나쁜 건 아니지만 솔직히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정책이라 꼴보기 싫어서 반대하는 겁니다."
"(비서진 없이 팽목항에 갔던 박원순 시장에게) 생쇼예요, 생쇼."
"박원순 시장은요, 4년 동안 싱크홀 못 막으면 푹 꺼져요."

어느 '말감옥'에 갇힌 사람이 이리도 속 편하게 말을 뱉어낼 수 있을까. JTBC <썰전>에 출연 중인 강용석 전 의원은 박원순 저격수를 자임하며 그 이미지를 희희낙락 즐기는 중이다. 박원순 이전엔 대권주자 안철수 의원이었다. 법문과 말로 먹고 사는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강용석은 전력을 바탕으로 잘나가는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변호사 수입보다 방송인 수입이 높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렇게 그 '말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자, 그런 강용석 전 의원에게 "여론의 감옥에 수감됐다"는 판결문이 내려졌다. 29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 제2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모욕죄 등으로 기소됐던 강용석 전 의원의 파기환송심에서 "사람을 가두고 자유를 박탈한 것이 감옥이라면, 피고는 이미 국민과 언론의 감시를 받는 여론의 감옥에 수감되었다"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했기에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면서 "이 사건의 중대 범죄사실인 모욕죄가 무죄가 된 점 등 여러 가지 양형 요소를 참작할 때 징역형은 다소 과하다고 판단된다"며 벌금형으로 "선처"했다.

성희롱 발언과 관련된 모욕죄는 무죄, 그 발언을 보도한 기자에 대한 무고죄에 대해서만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가 "국민과 언론의 감시를 받는 여론의 감옥"에 수감된 게 맞을까. 이날 그가 "발언으로 인해서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는 신중하게 발언하겠다"고 말한 것을 진정한 사과나 사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처녀 박근혜 섹시하다"던 강용석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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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패널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 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 한 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다."

언론에 회자됐던 강용석 전 의원의 발언들이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가 끝나고 열린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들과의 대화 중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희롱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덕분(?)인지 여당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앞선 재판에서, 1·2심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라는 지위나 표현, 대중 앞에 공개되는 아나운서의 직업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허나 대법원은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검찰은 최근 다시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이미 무죄 판결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소 빤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국민과 언론의 감시를 받는 여론의 감옥"에서 자유로울까? 이 판결이야말로 면책특권에서 자유(?)로운 국회 밖에서 벌어진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 국회 안에서와 같은 자유를 누리게 해 준 것은 아닐지.

물론, 법적 해석과 판결은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성희롱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남성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현재를. 2006년 여기자 성추문 파문으로 '성나라당'이란 별명을 탄생시켰던 당시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당히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4월엔 동부그룹이 건설 및 농업부문 회장으로 영입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이랴. '자연산 발언'의 안상수 전 의원 역시 재선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여야, 정부부처를 막론하고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이 성추문 논란의 종지부는 '그랩'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찍은 바 있다. '오해'와 '변명'을 동반하며 논란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공고한 성채와도 같다. 그리고 그 최신판이 바로 강용석 전 의원인 셈이다.

"강용석을 보면 돈세탁 하듯 이미지 세탁도 가능한 것 같다"

 '고소집착남'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국회의원 강용석
 '고소집착남'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국회의원 강용석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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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했을 당시 <슈퍼스타K> 오디션에 출연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던 강용석 전 의원. 이후 그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출연하며 케이블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개그맨 최효종 고소 논란을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노이즈 마케팅'을 벌였다.

결국 <슈퍼스타K>와 <화성인 바이러스>으로 인연을 맺은 tvN의 부름을 받고 <강용석의 고소한 19> 진행자로 나선 뒤, 종편 채널의 러브콜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변호사 특유의 탁월한 언변, '엄친아 출신'이라 자칭할 만한 학벌, 전직 국회의원과 현직 변호사 프리미엄,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확보한 인지도가 발판이 됐다.

지지부진했던 방송 진출 초반과 달리 '히트상품' JTBC <썰전>과 <유자식 상팔자>가 소위 '터지면서' 그의 이미지도 서서히 개선돼 갔다. '고소집착남'에서 '이미지 세탁남'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를 두고 SBS 박상도 아나운서는 "강용석을 보면 돈을 세탁하듯 이미지 세탁도 가능한 것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여당 편에(만) 서서 정치적 사안을 볼 줄 알고 말도 잘 하는 방송인(<썰전>), 두 아들과 함께 나와 스스럼없이 가족사를 살갑게 나누는 아버지(<유자식 상팔자>), '고소'란 특유의 아이콘을 활용해 광고까지 출연하는 이 전직 정치인은 이제 "공중파 진출만 남았다"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여유까지 갖추게 됐다. 불과 4~5년 만의 일이다. 우리 대중이 언제부터 이토록 관대했을까. 한 번의 실수이니 너그러이 용서해야 할까. 과거의 발언은 그저 '말'일 뿐이었을까.

성공주의자인 강용석이 이미지를 세탁하는 시대의 아찔함

"그(MB)를 호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됐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저도 비호감처럼 보이지만 저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니까요? 저한테서 MB가 보인다는 사람도 있어요(중략).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렇게(합리적, 비판적으로) 살아가지곤 땅 따먹기, 표 따먹기에서는 지겠구나. 냉정하게 생각하니까 '누가 다수인가'라는 질문에서 우리나라에선 좌측이 절대로 다수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가진 강용석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 결론이 그의 정치적 신념일 것이다. 그는 열심히 보수인지 우파인지 정확하지 않은 정치적 노선으로 여당 편에 서고, 박원순을, 안철수를 공격한다. 공중파 출연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더 큰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정치욕도 숨기지 않는다. <썰전>에서는 열심히 젊은 대통령의 장점들을 열거하고, 정치인의 욕망의 끝은 대권임을 드러낸다.

종편은 그에게 있어 선물과도 같았다. TV조선 <강적들>에서 열심히 애국보수 논리를 대변하며, <썰전>에서는 여야 중 여의 시각을 대변한다. 부지불식간에 그는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에 적합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예능에서 특유의 깐족대는 캐릭터로 장단을 맞출 줄 알게 됐고, 자기 이름을 내건 지면 인터뷰도 갖게 됐다. 그 바탕에는 철저한 성공지상주의자의 노회한 얼굴이 버티고 서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성공하기 전부터 이미 성공한 것처럼 행동해요. 남이 보면 오만해 보여요 오만할 뿐 아니라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여요.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서 내가 하면 무조건 된다, 제일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에요."

이 자기확신범에게 오늘 재판부는 "말의 다이어트"를 주문했다. 이 판결문이 강용석에게 있어 더 없는 면죄부가 될 것은 명백해 보인다. 성공을, 다시 말해 정치 복귀를 위해 방송 이미지를 열심히 세탁하고, 유력 야당 정치인들을 흠집 내며, 자기 욕망을 솔직함으로 포장해 버리는 전 국회의원. 그가 다시 권력을 쥐었을 때, 어떤 정치를 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해진다.


태그:#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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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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