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수언론이 연일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교과서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조선일보> 28일치 신문 내용이다.
 보수언론이 연일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교과서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조선일보> 28일치 신문 내용이다.
ⓒ <조선일보> PDF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위축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리에 힘을 싣기 위해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교과서를 무리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은 일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것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하며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과서를 집필한 이들은 교과 과정상의 이유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과거 일부 국정교과서도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보수언론의 유관순 열사 논란 확대·재생산, 왜?

보수언론이 유관순 열사 논란을 보도한 것은 26일 교육부 주최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의 개선안 토론회' 때문이다. 당시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좌편향 한국사 교과서들이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았다는 취지의 색깔론을 제기했다.

현행 8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두산동아·금성출판사·천재교육·미래엔이 내놓은 교과서는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고 있다. 홍 교수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우편향 논란 교학사 교과서 논란 때 이 교과서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홍 교수의 색깔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친일파가 유관순 열사를 띄웠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김정인 교수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좌편향 교과서들이 유관순 열사를 일부러 교과서에 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28일치 신문 6면 전체를 유관순 열사 논란으로 채웠다. "유관순 열사를 교과서에서 뺀 것, 그게 역사 왜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교과서를 비판했다. 또한 "유관순 열사를 누락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무게를 실었다. 29일에도 이들 교과서를 거세게 비판했다. TV조선에서도 연일 유관순 열사 논란을 다뤘다.

다른 보수 언론도 거들었다. <문화일보>는 27일 사설에서 "한국사 교과서 좌편향의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썼다. <중앙일보> 역시 29일 사설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교과서 기술이 빠지게 된 건 우연도, 실수도 아니며, 일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도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관순 안 쓰면 좌파고 종북? 억지"

역사교육학계에서는 보수언론이 김정인 교수의 발언을 고리로 이들 교과서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했던 김육훈 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독산고 교사)은 "홍 교수가 색깔론을 제기하니까 김정인 교수가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발언이 나왔다"면서 "김정인 교수는 교과서 저자가 아닌데, 김 교수의 발언을 두고 교과서를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교과과정상의 이유라는 교과서 집필자의 발언도 나왔다. 천재교육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유관순을 안 쓰면 좌파고 종북이라는 억지에 휘말리는 정신세계를 가진 분이 없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천재교육의 중학교 역사 2권 68쪽에는 '4인의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한 면을 할애한 특별꼭지가 있다, 유관순 등 네 분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면서 "고등학교 한국사는 고1 때 배우는데, (유관순 열사는) 중3에서 비중 있게 배운 인물이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주진오 교수는 김정인 교수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그 분의 생각에 입각해서 교과서에서 서술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의 주장을 교과서에 끌어들이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라고 전했다.

일부 국정교과서에서도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육훈 교사에 따르면,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발행됐던 3·7차 교육과정 때는 유관순 열사가 다뤄지지 않았다. 4~6차 교육과정에서 사용된 국정교과서에서도 유관순 열사와 관련한 본문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주석에서만 유관순 열사를 언급하고 있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한 김육훈 교사는 "유관순 열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교과서 저자들은 3·1운동 성격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특정 인물을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토론회에서 국정화 교과서 옹호 논리가 밀리자, 보수언론들이 억지로 유관순 열사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 13명 중 단 3명만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조건부로 찬성했다.


태그:#<조선> 유관순 논란 꺼낸 이유, 왜?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