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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영장 없이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당했던 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와 관련한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법원이 보도연맹원 희생자 유족들이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29일 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는 법원으로부터 재심 결정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도연맹원 희생자에 대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흥구 지원장)가 재심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재심청구한 보도연맹원 유족 12명 가운데 10명은 인정하고 2명은 기각했다. 유족 5명과 7명이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재심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사실 심리'를 하기도 했다.

재판부 "피고인, 영장없이 체포·감금... 재심 사유 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 유족들이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다. 사진은 유족들이 2009년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낼 때 모습.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 유족들이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다. 사진은 유족들이 2009년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낼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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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지역 보도연맹원 희생자들은 1950년 8월 18일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달 24일 마산육군헌병대에 의해 사형이 집행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는 2009년 3월 '마산창원진해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6~8월 사이 보도연맹원이거나 인민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군인과 경찰에 예비검속돼 살해된 사건"이라면서 "한국전쟁기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비검속한 사람들을 불법 살해한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 것이다, 헌법에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고, 적법 절차 원칙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의 보도연맹 희생자 명단에 들어있었던 유가족들은 진실규명 결정 뒤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유가족들은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소멸시효(진실화해위 결정 3년) 안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유가족 5명이 먼저 재심청구를 했고, 그 뒤 일곱 명이 추가로 재심청구를 했다.

재판부는 2명에 대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문에 명단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명단이 들어 있는 10명에 대해서만 재심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숨진 피고인들이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해당 범죄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문과 당시 사건기록 등을 보면 경찰 등 공무원의 불법체포․감금 행위가 확정판결을 대신할 정도로 증명되기 때문에 재심 사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재심결정을 했지만, 재판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노치수 회장은 "아버지께서 당시 마산에서 교사로 있다가 한국전쟁 뒤인 7월 중하순께부터 부역하러 나오라고 해서 삽을 들고 나갔다, 이후 약식재판을 받고 사형당했다"라면서 "언제 죽었는지도 몰라 제삿날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몰라 1986년 행방불명자로 신청했고 6개월 뒤에 판결을 받아 사망신고를 했던 적이 있다"라면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을 받고나서 1950년 8월 24일 트럭에 실려 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 사망한 것으로 보고 사망날짜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보도연맹원 희생자에 대한 재심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충남지역에서 보도연맹원 희생자에 대한 재심결정으로 무죄 판결까지 나온 사례가 있다.


태그:#국민보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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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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