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문창극 보도 화면
 KBS 문창극 보도 화면
ⓒ KBS

관련사진보기


29일,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방송 관련 검증 심의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 검열기구의 민낯을 드러낸 문창극 보도 심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위)의 심의는 자의적이고 불공정·편파·표적 심의"라고 비판했다. 또 "방심위는 사실상 정부여당의 사후 검열기구"라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현재 방심위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KBS <뉴스9>는 지난 6월 11일 총리지명자였던 문창극씨가 과거 교회 강연에서 했던 "조선 민족 게으르다", "남북분단은 하느님의 뜻", "제주 4·3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발언 등을 보도했고 일각에선 이에 대해 짜깁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7일 방심위는 'KBS 문창극 보도'를 중징계한다는 방침 아래 심의를 진행중이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언론인권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6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방심위를 방청하고 심의과정을 모니터하고 있다. 또 방심위 운영 전반을 감시하고, 논평,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방심위의 기능을 감시할 계획이다.

KBS 문창극 보도에 적용된 심의규정 적절치 않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이날 보고서에서 방심위원의 구성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중 야당이 추천한 위원이 3인이며,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위원이 6인이고, 그중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인사가 위원장"이라며 "무슨 내용이든 다수결로 결정이 날 수 있는 이런 구조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방송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를 감시하고 지적해야 마땅한 언론의 기능을 방심위가 위축시키고 사실상 방송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런 방심위는 즉 '사후 검열 기구'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KBS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검증한 것으로 당연한 역할이자 책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행정기구가 이런 보도에 관여해 징계를 가하는 것은 방심위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일이며,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이번 방송소위의 심의과정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KBS 문창극 검증보도에 적용된 방송심의규정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10여건이 넘는 문창극 보도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14조 객관성' 조항을 공통으로 적용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방심위는 KBS의 보도가 "문 후보자의 과거 강연 영상 중 일부만을 발췌, 편집하여 결과적으로 전체 강연의 취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왜곡하여 전달했다"고 판단했지만,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이 판단이 매우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보고서에서 "제14조 객관성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거나, 확실한 오보로 판명된 경우에 한해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이지만 문창극 보도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못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며 "방송소위 위원들조차 가장 중한 징계를 주자는 3인과 전혀 문제없다는 2인이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명백하게 오보로 확정할 수 없을 때는 객관성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에 맞다, 그러나 방심위는 다수결로 밀어붙여 객관성 위반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현행 방송심의는 다수결만 하면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좋은 검증보도'도 '왜곡보도'가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타 매체와 다르지 않았던 KBS 보도, 근데 왜 중징계?

감시단은 둘째로 'KBS가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여당추천위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8일 이뤄진 KBS 측의 의견진술을 보면, KBS 기자들은 문 후보자의 반론을 별도 꼭지로 다루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문 후보의 답변은 '청문회에서 답 하겠다'는 것이었고, KBS는 이런 뜻을 보도로 전한 것"이라며 "문 후보 측은 KBS 보도가 나간 후 파장이 일자 뒤늦게 적극적인 해명을 시도했다, 그래서 타 매체들은 기계적으로나마 문 전 후보의 해명을 전달했으며, KBS도 문 전 후보가 해명을 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충실히 해명내용을 보도했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서 KBS나 타 매체나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도리어 종편 및 보도채널들은 여러 뉴스프로그램에서 해당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거나 대담 형식을 빌려 더 오래' 방송했다. 그럼에도 유독 KBS 보도만 중징계하는 것은 최초 이 사안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적용해 '표적심의'를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주장했다.


또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채동욱 보도 심의와 이번 문창극 보도 심의를 비교하며 "TV조선에 적용한 잣대를 KBS에도 똑같이 들이댔다면 당연히 '문제없음'이 나와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지난해 9월 30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아무개씨의 가정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방심위에 "일방의 입장만을 전달해 공정하지 못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이 보도는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공익적 취지 아래 방송된 점 △단독 취재 내용으로 방송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 △기존 유사심의 사례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각각 '의견제시'(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제재)와 '문제없음'을 의결한 바 있다.

사생활에 관한 폭로성 보도까지 '공직자 도덕검증'이라며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한 방심위가 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이처럼 엄격한 '반론권'을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TV조선에 적용한 잣대를 KBS에도 똑같이 들이댔다면 '문제없음'이 나와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박근혜 정권의 '사후검열기구' 노릇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감시단은 방심위 사무처의 처리방식도 지적했다. KBS 보도 3건에 대해서는 6월부터 현재까지 두 달이 넘게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문창극 관련 유사보도'는 8월 6일 소위에서 한꺼번에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사무처가 30차 방송소위에 올린 문창극 관련 안건만 모두 20건이었고, 이를 개별 보도건수로 계산하면 숫자는 더욱 들어난다. 다른 안건을 포함해 이날 회의 자료만 317매에 달했다. 심층적인 심의는 애초부터 불가능했기에 실제 당일 소위에서 심의위원들은 시간에 쫓기듯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했다."

더 황당한 것은 안건내용이다. 다른 방송사의 보도는 같은 뉴스도 아니고 같은 날이 아닌 뉴스 여러 건을 묶어서 한건으로 묶어서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문창극을 비판하는 것 뿐 아니라 그의 해명을 다룬 내용이 함께 상정되었다. 그러나 유독 KBS만 문 후보자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룬 보도만 묶어 안건으로 상정했다. KBS를 다른 방송사와 같은 방식으로 다뤘다면 문 후보자의 해명을 다룬 보도까지 묶어서 하나의 안건으로 상정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최초 보도인 6월 11일 보도뿐 아니라 이후 문 후보의 공식해명과 입장을 담은 KBS <"오해 생겨 유감"…여 당혹.야 철회 촉구>(6/12), <여, 적극 옹호...야, 즉각 사퇴 촉구>(6/13) 등의 보도도 함께 묶어 상정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보도들은 안건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심의를 한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은 결론적으로 방심위의 문창극 보도 심의는 정부여당 측 위원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KBS는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을 근거로 △자의적인 판단(KBS는 강의내용을 왜곡했다)을 적용하여 △KBS에만 유독 엄격한 징계(관계자 징계)를 다수결로 밀어붙인 '불공정편파표적' 심의라고 지적했다.

방송심의시민감시단 일원으로 방송소위를 모니터해온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심의과정을 지켜보며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묻자 "여당 추천 위원인 함귀용 위원은 문창극 강연 동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기도 부분이라고 하더라, 자기도 교인인데 그 기도를 보면 나라를 굉장히 사랑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런 주요한 부분을 뺐으니 KBS가 왜곡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우리 방송심의 수준인건가 기가 막혔다"라고 방청 후기를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그간 언론시민단체들이 공정성 심의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방심위는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사후검열기구'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그:#민언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댓글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